[기자수첩] 항공사 직원연대의 노조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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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4일 저녁 7시, 국내 항공업계 역사에 남을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광화문 앞에서 촛불을 들고 ‘총수일가 퇴진’이라는 목소리를 낸 것. 직원들은 비행 후 녹초가 된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공항에서 광화문까지 달려왔다. 인사상 불이익을 의식해 얼굴을 가린 가면이 애처로웠다. 시민들도 ‘을’의 입장에 공감했기에 직원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자며 촛불을 들었다.


그로부터 약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총수일가는 퇴진하지 않았지만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대한항공 촛불집회 이후 기내식 대란으로 논란이 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집회, 면허취소 위기를 마주한 진에어 직원 집회까지 길거리 집회는 항공사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다.

이후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던 총수일가와 직원들의 ‘갑을’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대한항공은 4번째 노조가 설립됐고 진에어는 신규 노조 설립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내 산업계에서 노조는 양면성을 갖는다. 노동자의 권리를 찾고 사용자의 전횡을 막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거대 노조의 일방적인 파업 등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올 초 철수설이 불거졌던 한국지엠은 회사의 생사가 놓인 상황에서도 임금을 줄일 수 없다는 노조가 사장 사무실을 강제점거하는 등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일부 노조는 사익추구를 위한 집단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항공사 직원연대의 노조설립은 집회 초기의 순수성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항공사 직원들이 노조설립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최근에는 항공사 직원들의 촛불집회가 사그라들었다. 매주 열리던 집회는 자취를 감췄고 한달에 한번 열리는 행사도 관심도가 떨어졌다. 직원들의 외침은 어느 순간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워졌다.

항공사 직원들에게 총수일가 퇴진 운동은 목숨을 건 싸움이다.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끝난다면 그들은 또다시 갑질세례를 받으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들의 노조설립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점차 희미해져가는 직원들의 의지를 하나로 모으고 법적인 단결권을 확보하며 다른 산별 노조와 연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힘이 노조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의 울타리로 들어가면 그 힘은 어마어마하다. 문제는 그동안 노조 개입 없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뛰쳐나온 직원들이 신설된 노조에 얼마나 가입하느냐다. 노조를 설립했다고 해도 노조원이 적다면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항공사 총수일가 갑질논란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설된 노조는 갑질논란 초기 직원들의 촛불집회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앞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노조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4호(2018년 8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지완
이지완 lee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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