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280분의1… 속 터지는 '가업상속공제'

 
  • 머니S 강산 기자|조회수 : 6,587|입력 : 2018.08.1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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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력 50년 이상인 중소기업 0.2%. 한국은 OECD 35개국 중 총 세수에서 차지하는 재산관련 세금은 2위, 법인세는 5위다. 과도한 상속·증여세 부담이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소·중견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토대를 잠식하고 있다. 머니S는 정부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직접 기업인을 만났다.<편집자주>


[가업승계의 그늘] ② 기업가 의욕 꺾는 '유명무실 공제혜택'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공제제도? 우리 같은 사람은 못 써."

서울 종로구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휘순씨(가명·65)는 '정부의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이용해본 적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수십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물류회사를 차린 박씨는 30대 아들에게 가업을 넘겨줄 생각이다. 하지만 최고세율 50%에 육박하는 상속세를 견디기 힘든데다 세액공제 혜택도 받기 어려워 고민이 많다.

정씨는 "정말 기업에게 공제혜택을 주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가업상속공제제도는)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자녀에게 기업을 승계해줄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가업승계가 안 되면 이 나라 기업은 무엇을 먹고사냐"며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사는데 (가업상속이) 어려우니 기술이 발전하겠나. 우리 같은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상속이 어렵다고 하더라. 안정적인 고용 창출 등 이점을 살리도록 제도적 손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상속부담을 경감해주는 가업상속공제제도가 기업가의 의욕을 꺾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사후 10년간 자산·가업종사·근로자를 유지하는 조건을 이행한 기업의 경우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혜택을 주는 대표적인 가업승계 제도다. 하지만 실제 적용 대상의 범위가 좁고 적용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는다. 

독일 가업상속공제 건수, 한국의 280배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제공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제공

까다로운 적용 요건 때문에 한국에선 가업상속공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지만 독일 등 선진국은 공제의 문을 활짝 열어놨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22일 발표한 '독일 가업상속공제제도의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1~2015년 가업상속공제 결정건수가 연평균 62건을 기록했다. 반면 독일은 이보다 약 280배 많은 1만7000여건에 달했다. 

공제액의 규모도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 이 제도를 통한 공제금액이 5년 동안 연평균 858억7200만원이었지만 독일은 이보다 약 650배 많은 434억유로(56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한경연은 이런 차이가 한국의 제도 적용 대상기업의 범위가 한정적이고 적용요건이 엄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적용 대상이 매출액 3000억원 이하 기업으로 중소·중견기업에 해당한다. 또한 피상속인은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하면서 해당 기간의 절반 이상을 대표자로 종사했어야 한다. 또 상속인은 가업 상속 2년 내에 가업에 종사해야 하고 대표자로 취임해야 하는 등 엄격한 적용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독일의 경우 2015년까지 적용 대상이 거의 모든 기업이었고 상속인 및 피상속인이 갖춰야 하는 조건도 피상속인 및 조합원 합산 지분율 25% 이상이라는 항목밖에 없었다. 2016년부터는 적용 대상 기업의 조건이 기존보다 소폭 확대되며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에 대한 요건을 없앴다.

◆기업 43.6% "가업상속공제 이용 안해"
지난해 7월 21일 열린 제3회 중견기업인의날 기념식에서 이낙연 총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지난해 7월 21일 열린 제3회 중견기업인의날 기념식에서 이낙연 총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가업상속공제에 대한 기업의 불만은 통계자료로도 보여진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지난해 10월부터 두달 간 협회 명문장수기업센터가 125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가업승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연합회는 지난달 9일 '가업상속공제를 이용해 사업을 승계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6.4%에 그쳤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응답 기업인의 31.2%는 승계 애로 이유로 '복잡하고 까다로운 가업 상속 공제제도(31.2%)'를 뽑았다. 구체적으로는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선 33.6%, 명문장수기업확인제도 세제혜택 부여 30.4%, 기업승계 부정적 인식 개선 캠페인 28.0% 등을 언급했다. 

대표적인 가업승계 제도인 가업상속공제를 이용해 사업을 승계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6.4%에 그쳤다. 기업인 절반가량은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응답 기업인들에게 제도의 개선사항을 물은 결과 사전 요건은 '피상속인 10년 이상 계속 경영'(38.2%)이, 사후 요건은 '정규직 근로자의 매년 평균 80% 유지'(37.6%)가 각각 1위를 기록했다.

◆"제도 완화해 이점 살려야"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연 '상속·증여세제 개선방향에 관한 공청회'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연 '상속·증여세제 개선방향에 관한 공청회'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가업상속공제를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사회적으로 이점이 많은 이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적용 범위를 넓히는 한편 적용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 상속세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것이 가업상속을 늘리는 지름길이라는 의견도 있다.

가업상속 해법과 관련 한경연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가업상속공제 실적이 저조한 만큼 자격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제도의 입법목적이 기업의 존속 및 일자리 유지를 통해 세금감면액 이상을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공제대상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보다 확대하는 것이 규모 면에서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필요성 심사를 통해 상속세로 인해 존속이 어려운 중견기업에 한정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임 부연구위원은 "상속세는 중소·중견기업의 활성화 및 대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기업 선순환을 위해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강산
강산 kangsan@mt.co.kr

강산 기자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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