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1년, 집값은 잡혔나… 정부만 모르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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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지 1년이 흘렀다. 정부는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중구·동대문구·동작구 등을 신규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는 추가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은 무덤덤한 분위기다. 거듭된 규제에 되레 서울 아파트값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강화, 투기과열지구 확대 등에도 서울 집값이 오른 이유는 뭘까. 머니S는 정부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현 부동산시장을 체감하는 다주택자와 업계 관계자를 만났다.  

◆수요 억제, 거래장벽 높여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아파트는 없는데 계속 규제만 하니 소용 있겠나."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 주택을 다수 보유한 A씨는 '서울 집값이 왜 오른다고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A씨는 "당장 물량공급이 없으니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며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거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주택물량을 풀어야 하는데 정부나 서울시, 각 시민단체의 반대로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은 늘리지 않고 규제만 하면 (다주택자 입장에선) 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다주택자부터 거래를 하지 않는다. 부동산 거래가 잠기면 매물이 잠기고, 매물이 잠기면 자연스레 집주인이 말하는 대로 (부동산) 가격이 정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A씨는 서울 집값 상승 원인을 '공급부족'으로 분석했다. 수요 억제정책이 거래를 단절시켜 매물 품귀현상을 부채질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한 서울은 각종 부동산 규제로 재건축을 통한 신규 공급이 어렵다. 공급이 줄고 임대주택 급증으로 매물이 급감하니 아파트는 집주인이 부르는 값에 거래가 성사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하자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났다. 조합원 지위양도 불가 등으로 투자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가 집값 과열 진원지로 꼽은 강남 재건축은 급속도로 냉각됐다. 

지난 8일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주택 순증(입주물량에서 멸실물량을 뺀 순 증가물량)은 2만1424가구로 전년(4만6370가구) 대비 절반도 안된다. 아파트 순증은 1만4491가구로 최근 10년간 최저수준으로 조사됐다.

또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7월 562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1% 감소했다. 

"서울은 오르겠지"… '똘똘한 한채' 신드롬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 집값 상승 배경엔 '앞으로도 공급 부족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깔려 있다. 8·2대책에 포함된 초과이익환수제의 부활로 전반적으로 재건축사업이 지연될 것이란 견해가 있어서다. 결국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서울은 오른다'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분석이다. 

집값 상승폭이 계속 확대되자 상승 기대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집을 사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심리까지 더해져 수요가 늘고 있다. 또 서울 전역이 이미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상태에서 투기지역 추가지정은 대출제한을 강화하는 수준에 불과해 규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똘똘한 한채' 바람으로 서울 선호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근 서울 송파구 리센츠 전용면적 124㎡는 23억원에 실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동구에 사는 다주택자 B씨(50대)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인상·규제는 사실 소용이 없다"며 "앞으로 주택 물량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니 늙기 전에 빨리 서울에 집을 살 생각"이라며 "부동산에 관심이 없는 서민들도 (시장가격이) 안전한 서울에 집 한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부동산은 위험이 크다. 맘카페나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똘똘한 한채' 신드롬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강해질수록 서울 집값은 더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서울시 엇박자도 한몫

아파트 주택 사진. /사진=머니투데이
아파트 주택 사진. /사진=머니투데이

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 행정도 서울집값 상승에 한몫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투기지역 강화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용산·여의도 통합개발과 강북 집중개발 계획 등을 내놓자 오히려 개발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열고 서울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동작구 등을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지난해 8·2 부동산대책에 따라 서울은 25개구 전체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비롯해 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구·영등포·강서구 등 11개구가 투기지역이다. 여기에 종로구 등 4개구가 이번에 추가돼 서울에서 투기지역은 15개구로 늘었다. 

투기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4개구는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자치구별 주택가격 상승률은 동작구 0.56%, 중구 0.55%, 동대문구 0.52%, 종로구 0.5% 등이다.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정부의 입장과 달리 서울시는 '개발'에 초점을 맞추려는 모습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10일 싱가포르에서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밝혔다. 당시 박 시장은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고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 철로는 지하화한 뒤 지상은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단지와 공원, 쇼핑센터 등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서울시 제공)

정부와 시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됐을까. 이 발언 직후 여의도와 용산 일대 아파트 시세가 한주만에 1억~2억원 오르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9일부터 16일까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서울 아파트가격이 0.10% 상승하며 전주(0.08%)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박 시장이 개발 대상으로 언급한 여의도와 용산의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7월 셋째주 각각 0.24%, 0.20%로 전주 대비 0.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집값 상승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뜨거워지자 박 시장은 결국 '서울 재개발'을 발표한지 한달 반만인 지난 26일 용산, 여의도 개발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이와 관련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회에 출석해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도시계획은 시장이 발표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가 이뤄져야 실현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시 정책의 실현가능성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강북 재개발 추진이 부동산 문제해결이 아닌 '표심을 고려한 정치적 접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선에 성공한 박 시장이 차기 대권후보자로서 보여줄 묵직한 '보여주기용' 정책이라는 것이다. 정부와 함께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한 심층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보류된 박 시장의 서울개발 계획이 언제 다시 추진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여의도 재개발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면서 시범‧공작아파트 재건축사업 추진도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만약 추진된다고 해도 집값은 안정되긴 커녕 더 오를 전망이다. 

◆정부, 시장 개입 피해야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이 지난 6월26일 <머니S>가 연 제8회 머니톡콘서트에서 '입지투자의 정석 서울 vs 비서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이 지난 6월26일 <머니S>가 연 제8회 머니톡콘서트에서 '입지투자의 정석 서울 vs 비서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서 정부는 '시장개입을 최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개입은 부동산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며 "서울 지역별 입지와 수요층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가 내집 마련을 앞둔 무주택자들에게 오히려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신호를 줬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수십년간 부동산중개업자로 일해온 C씨는 "강남에 있는 주요 기관을 강북으로 옮겨 강북을 재개발한다고 강남 집값이 하락하겠냐"며 "물량이 없는데 규제를 강화하면 무서워서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겠나. 부동산 규제는 서울 전체의 집값을 낮추는 데 전혀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부동산 로드맵을 제시한 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5.6%.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2.25%)의 2배가 넘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비참한 수준에 틀림없다.

각종 규제로 높아진 거래장벽, 무주택자의 불안심리, 적정 시세가 형성되지 않는 시장 가격 등을 고려했을 때 제도적 개선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럼에도 정부가 '규제를 늘리겠다'고 말한 건 자신들이 '서울 아파트=이익'이란 인식을 팽배하게 한다는 걸 모르는 듯하다.

"집값이 내려가지 않는 한 정부가 내일도, 내년에도 문제를 깨닫지 못할 것이란 불길한 예감이 든다"는 한 부동산전문가의 말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강산
강산 kangsan@mt.co.kr  | twitter facebook

강산 기자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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