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초록불에 아이가 건너는데…" 횡단보도 침범차량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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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사직동 횡단보도에 한 차량이 끼어들고 있다. 신호등이 초록불을 가리키지만 소용이 없다. /사진=강산 기자
서울 종로구 사직동 횡단보도에 한 차량이 끼어들고 있다. 신호등이 초록불을 가리키지만 소용이 없다. /사진=강산 기자

"초록불인데 왜 끼어드는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한 횡단보도에서 만난 A씨(50대)는 '횡단보도 침범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매일 도보로 출퇴근한다는 그는 "운전자의 시민의식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아무리 급해도 (횡단보도가) 초록불인데 왜 끼어드는지 납득이 안된다. 운전자 본인이 교통사고를 만드는 주범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횡단보도 침범차량을 목격한 B씨(71)는 "운전자는 지금 (횡단보도의) 초록불이 안 보이는 것 같다"며 "심지어 어린 아이가 지나가고 있는데 저렇게 횡단보도를 침범하고 있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선진국이 되기는 틀렸다"며 혀를 찼다. 

머니S가 지난 15~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횡단보도를 취재한 결과 실태가 심각했다. 이날 오전부터 자정 무렵까지 은행-경찰서를 잇는 횡단보도 위는 신호를 무시하는 차량이 점령했다. 이곳을 지나다니는 수백여대의 차량 중 보행자를 배려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최근 서울시내 횡단보도에 택시·승용차들이 무분별하게 침범하면서 시민들의 의식개선과 집중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횡단보도 침범'은 유아·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심각한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횡단보도 앞 정지를 '의무'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횡단보도 침범, 엄밀한 '범죄'

지난 17일 밤 11시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 횡단보도를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강산 기자
지난 17일 밤 11시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 횡단보도를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강산 기자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는 '횡단보도 침범'은 현행법상 엄밀한 '범죄'에 해당한다. 

운전자는 횡단보도 선을 침범하지 않는 상태로 일시정지 또는 서행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운전자는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보행자보호의무 위반으로 벌점 10점을 부여받는다. 만약 적색 신호일 때 진입해 횡단보도 위에 멈출 경우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5점을 부여받을 수도 있다. 

보행사고와 관련 경찰의 단속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1월부터 상습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특별관리를 본격 시행하고 있다. 교통과태료의 경우 벌점처분 없이 과태료만 부과되는 점을 악용, 상습적으로 과속·신호위반 등을 일삼는 이른바 '악성운전자' 관리 강화 차원이다. 

경찰청 특별관리 대상자로 지정되면 대상자가 무인단속에 적발되더라도 통상적으로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고 실제 운전자를 가려내기 위한 범칙금과 벌점처분을 위한 '출석요청서'가 발송된다.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다른 경찰활동 중 발견되면 통고처분(벌점부과)을 하거나 실제 위반자 확인조치가 이뤄진다. 

이와 관련 충남지방경찰청 소속 한 경찰은 머니S와의 전화통화에서 "횡단보도 침범 문제는 최근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횡단보도 침범뿐 아니라 안전운전 불이행에 대해 경찰의 단속은 거세질 예정이다. 만약 문제가 교통사고로 이어진다면 '중과실치사'에 해당돼 형사사건으로 다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찰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경찰을 비롯해 정부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제도적 차원에서 집중 단속하는 것만으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운전자의 배려가 반드시 동행돼야 횡단보도 침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운전 불이행, 교통사고 근본 원인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표. /자료=행정안전부 제공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표. /자료=행정안전부 제공
횡단보도 침범과 같은 안전운전 불이행은 교통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도로교통공단이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통해 2016년 한해 동안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 원인을 분석한 결과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 무려 54.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6년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보행 중 피해를 입은 경우가 50.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보행 교통사고는 노인에게도 취약한 실정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4185명 중에서 보행사망자는 40%(1675명)이며 그 중 노인은 보행사망자의 54%(906명)를 기록했다. 전체 교통사고 323건 중 197건(61%)이 도로횡단 중 발생했다.

이에 행안부는 특별점검을 통해 교통사고 현황분석, 교통안전시설 진단, 사고위험요인을 분석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행안부는 내년부터 노인보호구역 개선사업 예산 20억원을 투입, 사고다발지역에 대한 체계적 정비를 통해 노인보행자 안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횡단보도 침범에 대해 서울시도 강건한 입장이다. 서울시 교통안전팀 관계자는 "횡단보도 침범에 의한 교통사고는 특히 유아·노인 등 취약계층에 치명적"이라며 "시 차원에서는 일년에 1만명 이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안전한 보행을 위한 방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매달 운전자에게도 직접 안전운전 지침 등이 적힌 자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운전자의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2016년 서울 기준 운전자의 잘못으로 사망한 보행자가 20명 이상에 달한다"며 "이는 전체 교통사고의 7% 정도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공단·시 차원에서 교통사고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정부 차원의 노력에 맞는 운전자의 시민의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산
강산 kangsan@mt.co.kr  | twitter facebook

강산 기자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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