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막힐 땐 팟캐스트를 듣자… 왠지 의지되는 '옆집 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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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뒤면 교통체증은 명절과 무관한 단어가 될지도 모른다. 명절연휴에 고향을 찾는 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다. 고속도로에서 꾸물꾸물 움직이는 차들도 옛 명절을 회상하는 특집방송에서나 볼 수 있을지 누가 알랴.

이런 생각이 이번 추석 고속도로 위에서의 지루함을 약간이나마 달래줄까. 때 이른 향수가 전혀 와닿지 않는다면 다른 방도를 찾을 수밖에. 기나긴 귀향길을 채워줄 누군가의 목소리, 팟캐스트와 함께하는 건 어떨는지. 당신의 기다림을 즐거움으로 바꿔줄 팟캐스트방송을 소개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공감과 위로의 힘을 믿는 수다 '옆집언니들'

방송계통 취업을 준비하다 식성과 술성(?)이 잘 맞아서 친해진 네 사람이 모였다. 이니셜에 J가 들어가는 제이언니, ‘그 보안업체’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새콤언니, 진짜 이름 때문에 이렇게 불린다는 우미언니, 다람쥐를 닮았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다람언니가 모여 팟캐스트방송 '옆집언니들'을 개설했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의 여성 4명이 함께 떠드니 속 깊은 이야기가 끝도 없이 나온다. 너무 깊어서 멍하니 들으면 ‘아무말 대잔치’, 우울한 날 들으면 흐르는 강물처럼 펼쳐지는 우리네 인생사, 학문적으로 접근하면 영미문학의 거장들 저리가라 하는 수준의 ‘의식의 흐름’. 그리고 누가 언제 들어도 한마디 거들 법한 소소하고 즐거운 수다.

공감이 주는 위로의 힘을 믿는다는 옆집언니들. 그들의 방송 주제는 우리네 사소한 일상이다.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이지만 당신의 나날을 구성하는 이야기, 그래서 “언젠가 당신이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당신을 위로해주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추억, 아날로그감성, 일상 속 설렘 등 2016년 말부터 다양한 에피소드로 방송을 진행했지만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건 첫 방송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들어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이기 때문.

첫 방송의 주제는 우리네 삶을 잠식하는 ‘불안’이다. 비평준화 지역에서 성적의 노예로 살던 학창시절부터 한인병원을 찾아가다가 해질녘 엉뚱한 곳에서 내린 미국 유학시절까지 저마다의 경험을 들려준다.

생각보다 잘 나온 성적이 오히려 자신을 더 옥죄더란 이야기, 낯선 곳에서 길을 잃었을 때의 막막함과 두려움, 그리고 욕망이 많아서 늘 불안했지만 지금이 가장 불안하다는 고백. “이 나이쯤 되면 자리를 잡지 않을까 했는데 아직도 꿈만 꾸는 생활이 두려워요.”

‘이러다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과 꿈을 포기하는 친구들을 볼 때 느끼는 씁쓸함을 안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울고 웃을 수 있을 터. 그렇다고 무겁고 우울하기만 한 건 아니다.

불안이라는 주제를 말하다가 갑자기 첫 방송이라서 자기들도 불안하다는 얘기를 늘어놓는가 하면, 자신들의 이야기는 굉장히 얕은 지식이고 지극히 사적인 생각이니 여기서 들은 얘기 다른 데 가서 말하기 전에 확인 부탁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한 청취자의 말을 빌면 ‘진지한 시트콤’ 느낌이랄까. 뭔지 잘 모르겠다면 직접 들어보길 권한다.

길 막힐 땐 팟캐스트를 듣자… 왠지 의지되는 '옆집 언니들'

◆혼자가 아니라 ‘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사실

그네들은 자신들이 겪은,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불안을 들려주면서 왜 불안한지도 모르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함께 얘기하자고 말을 건넨다. 불안의 이유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고. 그러니까 불안이 우리의 영혼을 잠식하기 전에 ‘우리’의 불안을 털어놓자고.

방송계통 지망생이 겪는 애환을 얘기하다 자연스레 가까워졌다는 그들. 늘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지만 귀갓길이면 편의점을 그냥 지나치기 힘들어 주변을 배회하다가 집에 들어간단다.

코앞에 집을 두고도 에움길을 거쳐야만 귀가할 수 있는 사람들의 설움을 듣고 있노라면 아는 언니의 이야기 같다가도 언젠가 들은 적 있는 친구의 친구 사연이었나 싶다.

이런 고통이 비단 방송계통 지망생만의 일이랴. 준비생들의 괴로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그네들은 갑자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예비 OO’의 마음을 헤아려주기로 자처한다.

“한국에 준비생이 얼마나 많아요.” “모든 예비 OO을 위한 이야기” “이런 얘기 하니 갑자기 ‘미생’ 생각나네요.” “맞아 맞아. 그거 재밌었어.”

그네들은 ‘옆집언니들’을 언니의 방송이라고 부른다. “언니라는 말, 왠지 모르게 의지가 되지 않나요”라면서 모두의 언니가 되어주겠단다.

“모든 준비생이 그렇듯 언제나 선택받는 입장이잖아요. 그 선택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곤 해요. 재능, 끈기, 열정이 내게 있다는 믿음. 그러나 그 믿음이 흔들리는 자신을 마주하는 게 너무 두려워요. 하지만 다 그러면서 사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내 길을 걸으렵니다.”(제이언니)

'옆집언니들' 녹화현장
'옆집언니들' 녹화현장

다음은 이 방송의 매력을 더 잘 보여줄 제이언니와의 일문일답.

- 팟캐스트를 시작한 이유는 뭔가요.

▶멤버들이 원체 수다를 좋아해서 한번 모이면 새벽 4시까지 떠들어요. 종일 떠들다 보니 상상도 못하는(?) 이야기가 오가는데 결국에는 서로를 위로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위안을 사람들과 나누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 그건 어떤 위안일까요.

▶공감에서 나오는 위로의 힘을 믿어요. 혼자가 아니라 ‘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사실이 힘을 주니까요. 우리 모두가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동지이자 한 시대의 기록자잖아요. 100년 후에는 어디에도 없을 존재들, 그런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방송제목을 ‘옆집언니들’이라고 지은 이유가 있나요.

▶이런저런 고민으로 잠 못 들던 날이었는데, 새벽 3시쯤이었어요. 답답해서 베란다로 나갔는데 건너편 건물에도 불 켜진 집이 있더라고요. ‘이 새벽에 고민하는 사람이 나만 있는 건 아니구나’,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단지 우리 근처에 살고 있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때로 위안을 건네주기도 하는 게 옆집사람 아닐까요. 옆집언니들의 방송모토도 그런 거 같아요.

- 옆집 사람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옆집 사람은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 같아요. 옆집에 누가 사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건물 입구에서 마주치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어디에 살까라는 생각을 해요. 옆집? 윗집? 아랫집? 하지만 그런 걸 궁금해 하면 안 되는 시대잖아요. 알려고 해서도 안 되고.

그래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리고 옆집에 사는 그 ‘누구’를 모르더라도 같이 뭔가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축구경기 있는 날 동시에 소리 지를 때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지 않나요?(웃음)

- ‘옆집언니들’은 이런 방송이다.

▶우리방송은 생존 신고 방송이다.

- 사람들이 ‘옆집언니들’을 듣는 이유는 뭘까요?

▶경쟁주의 사회를 살면서 모두 스트레스를 많이 받잖아요. 욕망 때문에 불안하고, 불안해서 더 열심히 살고. 취업을 준비할 때도 힘들고 취업하고 나서도 괴롭고.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 내 얘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공감도 되고 힘도 얻지 않을까요.

- 방송을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나요.

▶술 먹다가 나온 정말 재밌고 웃긴 얘기가 많은데 대놓고 하기에는 위험하다는 거? 자기검열이 심해서 시원하게 말 못하는 게 아쉬워요.

- 앞으로의 방송 계획이 있다면.

▶요즘은 제이언니의 '서울여자도감', 우미언니와 다람언니의 '우다방', 모두가 함께하는 '속풀이 특집'을 진행하고 있어요. 속풀이 특집은 코너 특성상 음성변조를 이용한답니다.(웃음) 그래도 방송을 오래 청취한 분들은 억양, 말버릇을 듣고 누군지 다 맞혀요.

눈 딱 감고 1년만 해보자 하던 게 여기까지 왔어요. 방송할 때마다 정말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힘들기도 하지만 들어주는 분들이 있어서 행복하게 하고 있어요.

 

강영신
강영신 lebenskunst@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강영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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