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패치워크 인문학] ⑭ 근대경제학의 할아버지 '공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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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떻게 식민지배와 6·25전쟁으로 인한 자산파괴를 단기간에 극복하고 세계 10대 경제대국과 민주화를 달성했을까. 삼성전자는 어떻게 반도체와 휴대폰에서 세계 1위가 됐고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빌보드차트 1위에 올라 K-Pop 열풍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을까.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한 것으로 당연시됐던 일이 기적처럼 현실이 되는 배경엔 무엇이 있을까. ‘홍찬선의 패치워크 인문학’에선 그런 기적을 일으킬 수 있었던 우리의 인문학적 바탕을 찾아본다. -편집자-

/사진=클립아트
/사진=클립아트

“물건이 싸면 비싸질 조짐이고 물건이 비싸면 싸질 징후다. 각자 제 생업을 좋아하고 제 일을 즐기는 것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고 물건은 밤낮 쉴 새 없이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오고 구하지 않아도 백성이 산출한다. 이것이 어찌 도와 부합되는 바가 아니고 자연지험(自然之驗)이 아니겠는가?”

“각 개인은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노동생산물이 최대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전혀 의도하지 않은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위의 두 인용문을 보면 그 내용은 물론 논리구조가 매우 비슷함을 느낄 수 있다. 처음 문장은 사마천이 B.C.100년대에 쓴 <사기>의 ‘화식열전’ 첫부분에 실린 글이고 두번째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1776)에 나오는 글이다. 약 1900년의 시간차이를 훌쩍 뛰어넘어 자유시장이론을 전개한 사실에 소름이 끼친다.

◆자유시장경제론을 낳은 공자와 사마천

우리는 그동안 근대경제학의 아버지는 애덤 스미스라고 배웠다. 그의 <국부론>으로부터 근대경제학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스미스는 프랑스 중농주의를 일으킨 프랑소와 케네의 핵심개념을 표절했을 뿐이며 케네는 선교사들을 통해 전해진 공맹(孔孟) 경전에서 자유경제론의 힌트를 얻었다.

이는 “레세 누 페르(Laissez nous faire, 우리를 (사업하도록) 그냥 놓아 주세요)”라는 문장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르장드르가 이끄는 프랑스 사업가들이 1680년 콜베르 재무상과 가진 면담에서 정부의 어떤 도움이 필요한 지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르장드르는 공자의 무위이치(無爲而治·인위적으로 하지 않고 다스린다) 사상을 받아들여 ‘더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적게 다스려야 한다’는 준칙을 세우고 반복적으로 피력했다. 또 세상이 문명화된 이래 모든 공권력이 이를 좌우명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르장송은 1751년 르장드르의 이런 사상을 이어받아 ‘레세페르’를 경제이론 용어로 정착시켰다. 또 미라보는 1758년경 구르네가 레세페르에 레세파세(laissez passer)를 붙여 만든 ‘레세페르 레세파세’라는 구호를 이론적 용어로 사용했다. 레세페르는 ‘일하도록 놓아두라’는 뜻으로 일의 자유와 생산의 자유를 뜻하고 레세파세는 ‘통과하도록 놓아두라’는 의미로 통상의 자유와 상업의 자유를 뜻한다.

중농주의자 케네의 제자인 미라보가 중상주의를 타파하고 농산물의 자유교역을 주장하는 중농주의적 이론 준칙으로 사용한 것이다. 레세페르(자유방임)라는 말을 애덤 스미스가 처음 썼다는 상식은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르장송과 미라보가 <국부론>보다 20년 앞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레세페르와 ‘보이지 않는 손’의 기원은 공·맹

시장의 자율적 가격조정 메커니즘을 뜻하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근원도 동양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사마천이 <화식열전>에서 부른 ‘자연지험’을 영역한 것이다. 그 과정은 이렇다. 명대의 구준은 자연지험을 ‘사람들이 시장거래를 스스로 수행한다면 상품의 품질과 가격수준을 위한 규칙들이 저절로 시행된다’는 원리로 정리했다.

‘유럽의 공자’로 불린 케네는 자연지험을 ‘자연의 도’(ordre naturell)라고 번역해 썼고 케네 영향을 받은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요약하면 스미스는 레세페르를 자연적 자유(natural liberty)로, 공자의 천지지도와 사마천의 자연지험을 각각 보이지 않는 손과 자연의 지혜로 번안해 자유시장이론을 수립한 것이다.

사마천의 자연지험은 공자와 맹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공자는 시장을 적극 개설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낮에 시장을 열고 천하의 백성을 초치해 천하의 재물을 모이게 하고 교역하고 물러나 각각 제 것을 얻는다”(<주역> 계사전)는 것이다.

또 <예기> ‘월령’에서는 “추석이 있는 달에는 관문과 시장 드나드는 것을 쉽게 하고 상단을 오게 해 재화와 물건을 시장에 납품하게 하고 이를 통해 백성을 편하게 한다”고 밝혀 정부의 규제를 없앰으로써 백성의 살림살이를 풍족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용>에서는 “억지로 하지 않아도 일이 이루어진다는 한마디로 천지지도(天地之道)를 다 말할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자유경제론의 단초를 제공했다.

증자와 자사를 통해 공자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맹자도 ‘정부간섭 없는 시장’과 ‘정부의 수매정책을 통한 가격조절 이론’을 제시했다. “관문과 시장에서 규찰만 하고 세금을 받지 않았고 연못에서는 고기잡이 통발과 살의 설치를 금하지 않았고, 시장에서 가게를 내주되 세금을 물리지 않고, 관문에서 검문만 하고 세금을 징수하지 않으며, 농사짓는 일에 조만 받고 세를 받지 않으면 천하 백성이 기뻐하며 경제생활을 펼칠 것”(<맹자> ‘양혜왕하’)이라는 설명이다.

◆공맹 패치워크로 새경제학 모색

레세페르와 보이지 않는 손의 뿌리가 공맹에 있다고 해서 케네와 스미스의 뛰어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케네와 스미스를 비롯한 근대 유럽인은 동양에서 오랫동안 방치해 온 무위이성과 자연지험 등의 옛 이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중상주의를 극복하고 자유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근대경제학을 만들어 냈다. 공맹 사상을 적극 패치워크(짜깁기)해 산업혁명으로 커진 경제활동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을 창안한 것이다.

그렇게 각광받으며 등장한 근대경제학도 1920년대 말 대공황을 거치면서 생명력을 잃고 케인즈경제학이 인기를 끌었다. 그 케인즈경제학도 2008년 미국발 글로벌금융위기로 파탄에 빠졌다. 성장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실업자는 늘어나는 데도 경제문제를 해결할 경제학은 나오지 않는다.

공맹사상은 21세기 전 세계가 마주한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많이 담았다. “많은 것을 덜어 적은 것에 더하고 물건을 저울질해 베풂을 고르게 한다”는 “裒多益寡 稱物平施(부다익과 칭물평시”(<주역> 15번째 겸(䷎)괘)는 좋은 단초가 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1호(2018년10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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