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치고 망신 주고… 국감 앞둔 재계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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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국정감사를 9일 앞둔 지난 1일 밤 퇴근시간이 이후에도 정부세종청사의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 사진=강종민 기자
2018 국정감사를 9일 앞둔 지난 1일 밤 퇴근시간이 이후에도 정부세종청사의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 사진=강종민 기자
올해 국정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계의 한숨이 깊어진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가 기업인 줄소환을 예고, 국정전반의 현안을 점검해야할 국정감사가 기업감사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국회는 오는 10일부터 29일까지 국감을 진행한다. 정무위원회를 비롯한 17개 상임위는 증인과 참고인 신청 명단을 확정할 계획인데 벌써부터 숱한 기업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무위원회는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와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박현종 BHC 회장,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등을 증인 채택하기로 의결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김철 SK디스커버리 대표, 박찬훈 삼성전자 부사장, 이운규 애경산업 대표, 조윤성 GS리테일 대표 등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부른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그룹의 대표이사급을 소환하기로 요청했다. 당초 농해수위는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한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방북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17명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했는데 이들을 소환해 북한 측과 경제협력·지원 내용을 어느 수준으로 얘기했는지 따져묻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소환이 사실상 남북경협 확인보다는 여야간 정쟁을 위한 목적 아니냐는 논란이 번졌다. 다행히 지난 1일 농해수위의 증인 채택 논의에서 총수이름이 거론되진 않았으나 재계는 아직 명단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위원회의 명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올해 워낙 사건사고가 많았던 탓에 기업인들의 줄소환이 예상된다. 갑질파문으로 물의를 빚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주행중 잇단 화재로 대규모 리콜에 들어간 BMW코리아의 김효준 회장의 출석 가능성이 높다.

재계는 매년 반복되는 기업인 줄세우기를 근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몇년간 진행된 국감은 국정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게 아니라 유명 기업인들을 불러다 '취조'하는 현장으로 변질됐다.

특히 각 상임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공격적으로 질문을 쏟아내는 반면 증인들의 답변에는 말을 자르는 등 해명할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아 ‘호통 국감’, ‘망신주기 국감’ 논란을 되풀이 해왔다.

물론 지난해 국감부터 증인 채택 시 누가 누구를 왜 신청하는 지 공개하도록 한 ‘증인 실명제’를 도입해 총수급을 소환하는 일은 줄었지만, 기업인들을 줄세우려는 관행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재계 관계자는 “무분별한 기업인 소환은 해당 기업의 경영에 차질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미치고 반기업정서를 확산할 뿐”이라며 “국감의 본질은 국정 운영 실태 전반을 점검하는 것인 만큼 기업감사에서 벗어나 나라의 정책과 민생현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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