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뇌물' 증거가 된 이팔성 비망록, 어떤 내용 담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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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다스'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고를 담당한 재판부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공개한 비망록의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 전 회장의 비망록 내용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 전 회장은 MB시절 '금융계 4대 천왕'으로 불린 인물로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음에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원망 등을 비망록에 꼼꼼히 적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는 5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에서“이 전 회장의 비망록은 신빙성이 매우 높다”며 “이 전 대통령이 이 전 회장에게서 받은 19억원은 상당 부분이 뇌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8월7일 MB정부 시절 '금융계 4대 천왕' 중 한명이던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금융계 요직을 청탁했다가 수차례 좌절한 경험을 비망록으로 남겼다고 밝힌 바 있다.

2008년 3월28일자 비망록 내용을 보면 이 전 회장은 "MB(이명박 전 대통령)와 연을 끊고 다시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되는지 여러가지로 괴롭다. 나는 그에게 약 30억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적었다.

이처럼 비망록에는 이 전 회장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그 주변 인물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가 거절당한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이 공개한 비망록 내용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인 2008년 1월부터 서울 통의동에 마련된 이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집무실을 찾았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이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을 만났지만 인사 청탁이 뜻대로 되지 않았음을 꼼꼼히 비망록에 기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임한별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임한별 기자

그해 2월5일 비망록을 보면 "매일 피곤한 하루다. 뭔가 되는 게 없다. 이변(이상주 변호사, 이 전 대통령 사위)은 정말 형편없는 친구다. 모두 다 비슷하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와 관련 이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MB의 사위인 만큼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이 변호사에게 돈을 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2월11일과 12일에는 통의동 집무실로 무작정 찾아갔다가 이 전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일이 기록됐다. 2월13일이 돼서야 이 전 대통령을 만나 '성동구 국회의원' 출마 건을 얘기했지만 "이상득 부의장과 상의하겠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대통령 취임식이 있던 이틀 전인 2008년 2월23일에 이 전 회장은 다시 이 전 대통령과 만났다. 이날 이 전 회장은 자신이 희망하는 진로로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총재, 국회의원 등을 말했고 이 전 대통령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조금 기다리라"고 답했다고 비망록에 썼다. 이 전 회장은 이틀 후 열린 취임식에 초대받아 참석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월28일 이 전 회장은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개인정보동의서 제출서류를 급히 만들어서 3시간 이내에 보내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이 전 회장은 급히 준비서류를 만들어서 청와대로 보냈다.

3월3일 이 전 회장은 "왜 이렇게 배신감을 느낄까. 이상주 정말 어처구니 없는 친구다. 나중에 한번 따져봐야겠다. 소송을 통해서라도"라고 적었다. 이 전 회장은 "내가 준 8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할 것"이라며 "나머지는 어떻게 하지?"라고도 썼다.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임한별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임한별 기자

3월7일자 메모에는 박 전 차관을 만났는데 박 전 차관이 KRX(한국거래소) 이야기를 했으나 거절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전 회장은 그날 저녁 이 전 대통령에게 전화가 와서 "KRX가 어떠냐"고 말하길래 산업은행 얘기를 꺼냈으나 "11월이 임기이니 그때 하면 되지 뭐"라고 해서 조건부로 받아들였다고 적어놨다. 그러나 KRX 이사장 자리도 최종 후보군의 2배수 이내에만 포함됐을 뿐 결국 탈락했다.

이 전 회장은 3월17일쯤 박해춘 당시 우리은행장을 만나 "우리은행에서 많이 도와주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가는 길도 험난했던 것으로 보인다. 3월23일자 비망록에서 이 전 회장은 "다시 MB에 대한 증오감이 솟아나는 것은 왜일까"라고 써놨다.

이후 5월부터는 이 전 회장에 대한 우리금융지주 관련 서류 검토 작업이 진행된 정황이 비망록에 담겨 있다. 이 전 회장은 그해 6월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해 2013년 6월까지 재직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8월7일 이 전 회장이 직접 쓴 비망록 내용을 재정리해 프리젠테이션 화면으로 공개했다. 그 전달(7월) 건강 문제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해 공판에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은 비망록이 공개되는 것을 보며 관자놀이를 짚고 있었다.
 

강영신
강영신 lebenskunst@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강영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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