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사라지는 청계천 '행운의 동전'… 어디로 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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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한 시민이 청계천 팔석담 '행운의 우물'에 동전을 던지고 있다./사진=김유림 기자
지난 8일 오후 한 시민이 청계천 팔석담 '행운의 우물'에 동전을 던지고 있다./사진=김유림 기자

크고 둥근 보름달을 보면 소원을 빌어야 할 것 같고 분수대 옆을 지나노라면 괜스레 동전 한 번 던지고 싶다. 청계천을 거닐다 팔석담 ‘행운의 우물’에 쌓인 동전을 볼 때도 그런 생각에 손이 근질거린다. 

특별히 바라는 바가 없어도 던질 때의 짜릿함이 좋고 안 들어가면 동전 몇 개로 소소한 유희를 즐긴 터이니 그것대로 나쁘지 않다. 혹여 동전이 우물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그날은 좋은 일이라도 생길 듯 괜히 싱글벙글해진다. 거기다 소원까지 빌었다면 뭔가 이뤄질 듯한 기대감이 부푼다.

그래서일까. 청계천 팔석담에는 늘 행운의 동전이 한가득 쌓인다. 누군가는 건강을 기원하고 누군가는 마음속에 간직한 소원의 향방을 점친다. 외국인관광객은 서울에 오래도록 머물게 해달라고 비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가득 쌓인 동전은 다음날 아침이면 사라져 있다. 청계천 물살에 휩쓸려간 건 아닐 테고, 누군가가 철없던 시절 할 법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것 같지도 않다.

사람들의 바람이 담긴 서울의 ‘트래비분수’ 청계천 팔석담 동전은 어디로 갔을까.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청계천에서 양국 우호관계 증진을 기원하며 동전을 던지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8일 오후 한 시민이 청계천 팔석담 '행운의 우물'에 동전을 던지고 있다./사진=김유림 기자

◆시민들이 만든 '행운의 동전'… 인기 끌자 소망석 설치

청계광장 아래, 청계천 산책로의 시작점인 팔석담은 청계천에서 가장 인기 좋은 포토존이다. 분수대와 미니폭포라는 멋진 배경과 더불어 팔석담 가운데에 ‘행운의 동전던지기’를 위한 우물도 있기 때문. 많은 관광객이 로마 트래비분수에 동전을 던지듯 행운의 우물에 동전을 던지며 사진을 찍는다. 멋진 사진을 건지려고 포즈를 취할수록 행운의 우물에 동전이 쌓인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만큼 점심나절이면 행운의 우물에는 동전이 제법 모이지만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슬쩍 들여다보면 동전은 온데간데없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청계천관리처가 매일 밤 9시 즈음해서 동전을 수거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동전을 매일 수거했던 건 아니다. 무엇보다 청계천이 복원됐을 때는 행운의 우물 같은 시설이 없었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완료된 건 2005년 10월. 복원 계획에 동전 던지기를 위한 별도의 시설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청계천을 찾으며 분수와 팔석담 주변에 동전을 던지자 서울시는 같은 달 27일부터 팔석담에 ‘행운의 동전던지기’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관리를 시작했다.

2005년 10월부터 2006년 1월10일까지 행운의 동전던지기로 모인 동전은 8만6233개로 500원 주화가 1153개, 100원 주화가 5만1414개, 10원 주화가 2만5928개였다. 요즘 보기 드문 1원 주화가 9개, 외국동전도 305개나 있었다. 금액은 636만3639원, 한달에 200만원가량 모인 셈이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첫 모금액을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고 두번째 모금액 1017만2710원은 같은해 6월21일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돕기 성금으로 전달했다.

지난 4월 진행된 청계천 '행운의 동전' 모금액 기부식./사진=뉴스1
지난 8일 오후 한 시민이 청계천 팔석담 '행운의 우물'에 동전을 던지고 있다./사진=김유림 기자

◆타인에게 희망 전하는 행운의 동전

2008년에는 행운의 동전던지기에 재미와 의미를 더하고자 ‘소망석’을 설치했다. 그전까지는 사람들이 팔석담 전역에 중구난방으로 동전을 던졌기 때문에 바닥에 흩어진 동전을 모으는 것도 일이었다. 동전이 여기저기 흩어져 미관상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자주 나왔던 터. 

소망석은 둥그런 홈이 있는 직사각형 모양의 돌(36×76㎝)로 지금 있는 ‘행운의 우물’의 원형이다. 홈이 작고 물에 잠겨 있어서 동전을 넣기는 더 힘들었다. 

행운의 동전던지기가 인기를 끌면서 2012년 11월2일에는 시민 편의를 위해 양쪽 벽에 동전교환기도 설치했다. 하지만 청계천이 비만 오면 산책로가 침수되는 곳인 만큼 여름철에는 동전교환기 관리로 애를 먹는다고. 산책로 침수가 예상되면 동전교환기 전원을 차단하고 동전교환기가 잠길 만큼 수위가 상승할 것 같으면 장비를 일시 철거한다.

행운의 동전 초기에는 동전을 일주일에 1~2차례 수거했다. 그러다 관광객이 늘어나며 매일 상당한 양의 동전의 쌓이자 매일 밤 9시쯤 수거를 한다. 강우 예보 시에는 빗물에 쓸려 내려갈 수 있으므로 미리 수거를 하고 돌발성 강우 시에는 안전을 위해 수거하지 않는다.

최근은 현금보다 카드사용이 증가하고 동전사용이 줄면서 행운의 동전 모금액도 점차 줄고 있다. 2018년 1~8월 모금액 기준으로 우리나라 동전은 일평균 6만8200원, 외국동전은 43개 정도가 모였다. 지난해에는 모금액이 급감했는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보복으로 중국관광객이 감소한 탓으로 추정된다. 

관리를 시작한 이후 지난 8월까지 모인 금액은 국내동전 3억9663만4000원, 외국동전 35만4338개다. 2011년 기준 가장 많이 모인 외국동전은 일본동전으로 1738개였다. ▲태국 1360개 ▲중국 1244개 ▲미국 854개 ▲타이완 282개 ▲러시아 156개 등이 뒤를 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청계천에서 양국 우호관계 증진을 기원하며 동전을 던지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8일 오후 한 시민이 청계천 팔석담 '행운의 우물'에 동전을 던지고 있다./사진=김유림 기자

국내동전은 서울장학재단에 기부해 서울소재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을 위한 ‘청계천 꿈디딤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외국동전은 2011년부터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기부해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전달하는 데 쓰이고 있다.

서울시는 올 4월 지난해 1년간 모은 청계천 행운의 동전 3000만원을 서울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장학금은 연간 100만원씩 2년간 지원하는데 2015년부터 지난 4월까지 80명의 학생에게 총 2억원이 지급됐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는 서울시민 이름으로 외국동전 3만점을 기부했다.

많은 유명인이 이곳에 와서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었다. 인기 웹툰작가 김풍은 청계천 팔석담에 동전을 던지며 장가가게 해달라고 빌었고 배우 송윤아는 설경구가 출연한 영화의 흥행을 기원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청계천 팔석담을 찾았다. 위도도 대통령은 양국의 우호관계 증진과 공동번영을 기원하며 동전을 던져 5번 만에 성공했다.
 

강영신
강영신 lebenskunst@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강영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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