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경계 허무는 ‘소통의 달인’

CEO In & Out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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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회관 이그제큐티브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한승희 국세청장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임한별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회관 이그제큐티브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한승희 국세청장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임한별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행보가 거침없다. 올 들어 세차례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반도 평화시대 정착이 가시화되면서 남북경협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발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으로는 경제계 대표단체 수장으로서 정부 경제정책 이행과 재계 입장 대변에 균형을 맞추며 양측을 잇는 가교역할에 힘을 싣는다. 재계의 손꼽히는 ‘소통의 달인’답게 남과 북, 정부와 재계의 벽을 허무는 선봉장으로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남북경협 선봉장으로

박 회장은 지난 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지린성 옌지와 훈춘, 랴오닝성 단둥 등 3개 경제개발특구와 물류기지, 세관 등을 살폈다. 이 지역은 북한과 맞닿은 접경지역으로 재계에서는 박 회장의 이번 출장이 중국과 연계한 남북경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북중 접경지역은 고속철도 연결을 비롯한 한반도 경제영역 확장의 중요한 거점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중국을 찾은 시점도 지난달 열린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지 불과 2주 만이다. 앞서 박 회장은 방북기간 우리나라 경제인들과 함께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를 만나 한시간 가까이 면담하며 철도관광 등의 이야기를 나눴고 양묘장을 찾아 북한의 산림녹화 의지를 확인했다.

특히 방북 마지막 날 백두산 인근 삼지연 초대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오찬에서 경제계를 대표해 남북경협 공감대 형성을 환영하는 건배를 제의한 바 있다.

방북 직후 박 회장은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한 것은 많이 듣고 보기 위함”이라며 “그래야 여건이 허락할 때 일하기 쉽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중국 출장을 통해 북한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구상한 남북경협의 밑그림을 한층 구체화 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박 회장은 올 들어 남북경협을 차분히 준비해왔다. 지난 3월에는 남북관계 전망 컨퍼런스를 열고 북한경제 변화를 공부하는 한편 접근방법을 살폈다.

지난 4월에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에는 유일한 재계인사로 만찬에 참여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경협과 교류가 가능해지는 시기가 올 때까지 많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토론도 해서 제대로 경협을 전개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6월에는 남북경협 컨퍼런스를 열고 질서 있는 경협추진여건 조성과 남북 민관협의체 구성 등을 논의했다.

다만 박 회장은 성급한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며 일부에서 다소 성급하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대를 현실로 만들려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충분한 정보와 판단 없이 경쟁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옳은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러운 접근을 당부했다.

◆기업 대변인 역할 ‘톡톡’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포함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18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리용남 북한 내각 부총리 면담에서 소개를 하고 있다. /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포함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18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리용남 북한 내각 부총리 면담에서 소개를 하고 있다. /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 회장은 정부와 재계의 소통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박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취임 초기부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영세상공인의 입장을 폭넓게 아우르는 한편 기업에 대한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선제적인 기업문화 혁신을 주창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열자는 것이다.

지난해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통한 경영계와 노동계 관계 회복과 사회적 문제 해소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경제계 대표와 노동계 대표가 맥주잔을 부딪치며 서로를 격려하는 역사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정부도 이 같은 박 회장의 의지를 인정해 대한상의를 현 정부의 경제파트너이자 소통창구로 인정한다.

재계의 입장을 대변할 때는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박 회장은 수시로 국회와 정부 인사를 상대로 기업의 투자여건 마련을 위한 규제해소 입법을 촉구했다. 그러나 별다른 진척이 없자 지난 6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38번, 40번에 가깝게 (규제개혁)과제를 말씀드렸는데 상당수가 그대로 남아 있어 기업들이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돌직구를 던졌다.

최근 대한상의를 찾은 이재갑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30년 된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경제 상황을 고려한 일정한 공식에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률 구간을 산출하고 그 구간 안에서 노사가 합의하자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에 ▲전속고발제 개편 ▲정보 교환 행위의 담합 추정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내부거래 규제 대상 확대 ▲형사처벌 조항 정비 등 5개 분야가 경영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며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박 회장은 2013년 8월 중도 사임한 손경식 전 회장 대신 잔여임기를 수행하다 2015년 3월 22대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후 올해 3월 23대 회장으로 연임에 성공하며 2021년 3월까지 대한상의를 이끌 예정이다.

☞프로필
▲1955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보스턴 대학교 경영학 석사 ▲1982년 두산건설 입사 ▲1994년 두산음료 전무, 그룹기획조정실 부사장 ▲1998년 ㈜두산 대표이사 사장 ▲2005년 ㈜두산 대표이사 부회장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부회장 ▲2007년~현재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회장 ▲2013년~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562호(2018년 10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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