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강심장] 시월의 마지막 날, 벽화가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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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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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강동역 부근에 조성된 강풀 만화거리는 국내 대표 웹툰 작가인 강풀(본명 강도영)의 만화를 주제로 한 벽화골목이다. 그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바보’, ‘당신의 모든 순간’ 등 따뜻하고 인간애 넘치는 이야기를 골라 담았다.

느닷없이 외로움이 밀려오는 날, 마음이 바닥까지 가라앉을 때 슬슬 지하철 타고 나가 어슬렁거릴 만하다. 두서없이 치장한 여느 벽화골목과 달리 일관된 스토리를 가지고 탐방객을 향해 줄기차게 말을 걸어온다.

강풀만화거리 입구/사진=한국관광공사
강풀만화거리 입구/사진=한국관광공사

지하철 5호선 강동역 4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만 걸으면 강풀만화골목이 시작된다. 인도와 주차장 사이 담벼락에 오토바이를 탄 노부부 그림, ‘어서 와’ 글씨 조형물이 붙어 있다. 여기서 성내시장 입구까지 큰 골목 작은 골목, 높은 담장 낮은 벽을 따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만화 벽화들이 이어진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곁들여진 말풍선 대화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따스하고 평안한 그림, 마음을 울리는 그림 앞에서 그림 속 주인공들과 함께 사진 한컷 찍어 보자.

/사진=한국관광공사
/사진=한국관광공사

◆탐방객 반기는 벽화 "나들이 왔어요?"

처음 만나는 그림에 곁들여진 글이다. 한때 구멍가게였음직한 작고 허름한 집 앞면 전체가 그림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등장인물이 ‘나들이 왔어요?’ 하고 탐방객을 향해 묻는다. 이런 화법이 나홀로 탐방객에게 작은 위안을 준다.

앞쪽에는 탐방 코스 지도와 만화거리 설명 표지판이 설치됐다. 그림 감상 순서는 방향표시나 길바닥의 별 모양을 따라가면 되지만 꼭 그 방향으로 갈 필요는 없다. 일부 구간은 표시가 보이지 않기도 한다.

‘당신의 모든 순간’ 벽화를 감상하고 왼쪽 골목으로 들면 허름한 점집 벽에 그려진 가족이 탐방객을 반긴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을 엄마와 아버지, 할머니가 대문을 활짝 열고 맞아준다. 평안한 집, 옛 모습 그대로의 집, 변함없이 반겨주는 가족이 있는 집의 그림이다.

‘바보’ 제2화 ‘귀가’의 한 장면이다. 가족들은 “아니, 얘가 웬일이래? 연락도 없이” 하며 환한 얼굴로 탐방객을 맞이한다.

어르신들이 전하는 따뜻한 말./사진=한국관광공사
어르신들이 전하는 따뜻한 말./사진=한국관광공사

◆어르신들이 전하는 따뜻한 말들

전봇대에 붙어 있는 말들도 가슴을 친다. ‘자네가 해주고 싶은 대로 해.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가 올지도 몰라’ 등 만화에 나오는 정겹고도 깊은 울림을 주는 대화를 노란색 바탕의 종이에 적어 전봇대에 붙여 놓았다.

따뜻하고 힘이 되는 말들을 모아 장식한 코너. 이 마을 어르신들이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하고 정겨운 한마디로, 곧 시간의 선물이다. 편의점 담벼락에 ‘서로 바라보고 참 예쁘다고 다독거리자’, ‘실수를 많이 하면 고쳐 나가면 된다’, ‘건강해’, ‘상대방을 존경하고 격려하자’ 등의 문구가 적힌 나무패들이 붙어 있다. 평범하고 흔하지만 하나같이 지당한 말씀이어서 더 가슴에 다가온다.

승룡이네 집. /사진=한국관광공사
승룡이네 집. /사진=한국관광공사

◆승룡이네 집과 추억이 흐르는 이발소

‘바보’의 주인공 이름을 딴 승룡이네 집은 동네카페 겸 문화공간이다. 1층은 커피, 음료수 등을 파는 카페, 2층은 수백권의 만화책이 있는 만화방이자 다양한 모임을 가질 수 있는 ‘동네 배움터’다. 3층은 만화가들이 입주해 작업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엔 2층에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우리마을 소극장’이 열린다. 매일 오전 10시~저녁 8시 오픈. 일요일은 쉰다.

만화거리 안에 자리한 54년 경력의 이발사 김영오씨가 운영하는 이발소도 눈에 띈다. 유명 호텔 이발소에도 있었고 일본에서도 이발소를 운영했던 김씨가 20년째 터를 잡고 성내동 주민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면도해주는 곳이다. 이곳에 들르면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놓는 동네 이야기를 듣거나 파란만장한 이발 인생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이발소 내부에 전시된 오만가지 잡동사니들이다. 수십년 된 바리캉과 면도기, 빗, 드라이기 등 이발용품 말고도 고색창연한 시계, TV, 타자기, 라디오, 전화기, 주판, 축음기까지 이발소라기보다는 잡동사니 전시장이요 추억의 박물관이다. 강풀 작가도 가끔 들러 이발을 한다고 한다.

<사진 및 자료 제공=한국관광공사>
 

강영신
강영신 lebenskunst@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강영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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