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 11년 만에 공식사과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삼성전자반도체백혈병문제해결을위한조정위원회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서 합의 이행을 위한 협약식'을 진행한 가운데 김기남 대표이사가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삼성전자반도체백혈병문제해결을위한조정위원회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서 합의 이행을 위한 협약식'을 진행한 가운데 김기남 대표이사가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지난 11년간 사회적으로 깊은 상처를 남긴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사태에 대해 삼성전자가 공식 사과했다. 피해자 측과 합의한 보상 및 지원도 이행한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반올림 중재판정이행합의 협약식'에서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 받았는데 삼성전자는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피지 못했다"고 그간의 과오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 아픔을 충분히 배려하고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며 "조정위원회가 발표한 중재안을 조건 없이 수용해 이행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직업병과 관련해 기자회견 방식으로 사과한 것은 2014년 5월 권오현 회장(당시 DS부문장) 시절 이후 4년6개월여 만이다.

이날 협약식에는 피해자단체인 '반올림' 측에서 황상기 대표와 피해자 및 가족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고용노동부·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정부 및 공공기관 관계자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우원식·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자리했다.

고(故)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제 딸 유미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게 되어 기쁘지만 그간의 아픔을 잊을 수는 없다"며 "노동자 혼자서 회사의 안전보건을 살펴보고 다른 의견을 내기는 어렵기에 대기업들은 솔선해서 안전보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심상정 의원은 축사에서 "만시지탄이지만, 이번 합의는 우리사회의 귀중한 사회적 합의 모델로 기억될 것"이라며 "이번 합의가 이윤보다 생명이 먼저인 기업윤리를 확립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협약식에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가 내놓은 중재안을 성실히 이행한다는 약속을 밝혔다.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합의한 피해 보상업무를 위탁할 제3의 기관은 법무법인 '지평'으로 정했고,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은 조정위원장을 맡아 중재안을 만든 김지형 전 대법관이 맡는다. 삼성전자가 별도로 출연하는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원을 기탁할 기관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 정했다.

지난했던 조정과 중재는 이날로 마침표를 찍었다. 앞으로는 합의사항대로 지원보상 절차가 개시된다. 삼성전자 최초의 반도체 양산라인인 기흥사업장의 제1라인이 준공된 1984년 5월17일(기흥 1라인 준공시점)이후 반도체나 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한 삼성전자 현직자 및 퇴직자 전원과 사내협력업체 현직자 및 퇴직자 전원이 지원보상 대상이다. 보상 기간은 1984년 5월17일부터 2028년 10월31일까지로 했다. 그 이후는 10년 후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

지원보상 범위는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다발성골수종, 폐암 등 16종의 암으로 지금까지 반도체나 LCD 관련 논란이 된 암 중에서 갑상선암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암을 포함하기로 했다. 희귀암 중에서 환경성 질환은 모두 포함하며 다발성 경화증, 쇼그렌증후군, 전신경화증, 근위축성측삭경화증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병한다고 알려진 희귀질환 전체도 포함했다. 지원 보상액은 백혈병은 최대 1억5000만원이며 사산과 유산은 각각 1회당 300만원과 100만원으로 정해졌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태는 2007년 3월 삼성 반도체3라인에서 근무하던 고(故) 황유미씨의 안타까운 사망으로 불거졌다. 2008년 3월 '반올림'이 만들어졌고 이후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한 역학조사가 진행됐다. 2012년 11월부터 삼성전자의 제안으로 2년여간 반올림과의 대화가 이뤄졌으나 뚜렷한 진전이 없었다. 이에 2014년 10월 삼성전자와 반올림, 가족대책위원회가 조정위원회 설치와 조정안 위임을 결정, 진보 성향의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은 조정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올년 1월 김지형 위원장은 삼성과 반올림 양측으로부터 합의 노력을 재개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달받고 양측이 지난 7월 조정안 마련에 전격합의, 사태해결에 물꼬를 열었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고통과 갈등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고통과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며 "서로 다른 입장과 가치에 대해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어나가면서 화해를 위한 불씨를 키워 나갈 때 우리는 치유에 이를 수 있으며 이번 조정과 중재절차가 바로 그것을 보여준 하나의 전형이 됐다"고 평가했다.
 

서대웅
서대웅 mdw1009@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금융팀 서대웅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3220.70상승 21.8618:03 04/20
  • 코스닥 : 1031.88상승 2.4218:03 04/20
  • 원달러 : 1112.30하락 4.918:03 04/20
  • 두바이유 : 67.05상승 0.2818:03 04/20
  • 금 : 64.83하락 0.2918:03 04/20
  • [머니S포토] 세월호 특검추천위 제2차회의 개최
  • [머니S포토]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대화 나누는 홍남기-김성원
  • [머니S포토] 한정애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착실하게 대비…환경부 역할은 제한적"
  • [머니S포토] 국회 긴급현안보고 출석한 '정의용'
  • [머니S포토] 세월호 특검추천위 제2차회의 개최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