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명문기업’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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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가리키는 말 앞에 명(名)이 붙으면 그 사물이 뛰어난 평가를 받는다는 뜻이 된다. 높은 인지도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명품, 뛰어난 문장인 명문, 시대를 초월해 길이 남을 그림이나 잘 만들어진 영화인 명화, 높은 수준의 대학을 일컫는 명문대학 등이 그러하다. 기업의 세계에도 명문기업들이 있다. 창업가라면 자신의 기업이 명문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랄 것이다. 투자자라면 명문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명문기업은 누가 만드는가. 기술과 제품 개발에 혁신을 일으키고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기업가다. 이들은 경제가 진보하는 원동력을 만들어낸다. 기업가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돈을 벌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업가가 되지만 손실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해마다 수많은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지만 상당수는 몇년 안에 사라지고 소수의 기업이 남는다. 그중에 또 소수의 기업만이 명문기업으로 성장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형 히든챔피언 발굴


우리나라에는 장기간 건실한 기업운영을 통한 경제적·사회적 기여도가 높고 세대를 이어 지속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을 발굴·선정하는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가 있다. 기업성장의 바람직한 롤 모델을 제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문화를 확산함과 동시에 각종 지원을 통해 고용창출을 선도하는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키우는 게 목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지난 10월29일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명문장수기업 확인을 위한 공고를 냈다. 신청자격은 중견기업 중 평균매출액 등이 3000억원 미만이고 업력이 45년 이상인 기업에 주어진다. 단 건설업, 부동산업, 금융업, 보험 및 연금업,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은 제외된다.

오는 28일까지 신청을 받은 후 평가과정을 거쳐 내년 3월에 확정한다. 명문에 대한 평가는 ▲경제적 기여 ▲사회적 기여 ▲기업역량 ▲기업혁신 등 네가지 항목으로 이뤄진다.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되면 사회적 존경, 대외인지도 상승, 우수인력 유입촉진, 매출증대 등 부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중기부의 연구개발(R&D), 수출, 인력, 정책자금 등 사업 참여시 우대 및 가점이 부여된다.

지난해에는 중기청 지정 1호 명문장수기업으로 보안기업 ‘코맥스’가 선정됐다. 코맥스는 반세기 전인 1968년 4월1일 설립됐고 해당 기업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도어폰은 1970~1980년대 대부분의 고급주택에 설치됐다. 1980년대 후반에는 비디오폰을 개발해 영상통신기기 시장을 주도했다. 1990년대에는 방재·방범기능이 탑재된 홈오토메이션 제품을, 2000년대에는 인터넷기술이 접목된 홈네트워크 제품을 내놓으며 가정용 통신기기분야의 리더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는 홈 사물인터넷(IoT), 홈네트워크 솔루션, 스마트 도어록과 같은 스마트홈 제품들을 통해 주거 환경을 스마트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 설립 이후 일반 가정용 비디오폰에서부터 산업현장 필수요소인 폐쇄회로(CC)TV, PA(Public Address)시스템, 병원설비인 너스콜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혁신을 거듭하면서 전자통신기기 전문회사로 성장했다.

코맥스의 제품은 국내시장에서 30% 이상 점유율을 유지하며 해외시장에서는 ‘COMMAX’라는 자체 브랜드로 알려졌다. 고도화된 품질 혁신으로 올해 기준 출고 불량률이 0.14%에 불과하다. 직원의 25%가 R&D 인력이며 140건이 넘는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변동덕 코맥스 대표는 명문기업 현판식·확인서 수여식에서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IoT, 바이오인식 등 새로운 기술들을 적극 수용해 코맥스만의 경쟁력과 사업 정체성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코맥스의 주가는 2009년 3월9일(680원)부터 2017년 6월1일(8460원)까지 약 8년 동안 12.4배 올랐다.

2016~2017 글로벌 50대 혁신기업. /표=MIT 테크놀로지 리뷰
2016~2017 글로벌 50대 혁신기업. /표=MIT 테크놀로지 리뷰
◆스마트혁신기업의 특징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은 기술분석잡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를 통해 세상을 바꿀 혁신을 이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매년 50개의 혁신기업을 발표한다. 일반적인 기업의 평가방식인 재무상태, 매출규모, 특허개수, 회사명성 등은 배제하고 혁신기술을 통한 효율적 비즈니스모델이 최적으로 결합된 스마트한 기업을 선정한다.

이와 관련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6·2017년 스마트혁신기업의 특징과 트렌드를 분석한 보고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업 MIT 50대 스마트혁신기업 분석 및 시사점’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혁신기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이전에 74%에 달했으나 지난해 62%로 줄었다. 아시아시장에서는 중국이 30.3% 비중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일본은 6.6%로 나타났다. 미국을 제외하면 중국(30.3%), 독일(11.8%), 영국(11.8%) 순으로 혁신기업을 많이 배출했다.

2013년부터 매년 혁신기업으로 선정된 ‘아마존’은 2016년 1위에 올랐다. 혁신기업 1위가 된 주요 배경은 알렉사 보이스를 도입해 정보검색, 음악플레이, 조명 및 온도조절 등 집안에서의 행태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킨 공로다.

음성인식비서인 알렉사는 음성을 통해 기기와 여러가지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다. 사람끼리 대화하는 것과 같은 자연어를 이해하고 처리하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많이 활용할수록 기존 대화패턴, 사용되는 단어, 개인적인 취향 등 데이터를 반영해 더욱 똑똑해진다. 아마존의 주가는 2009년 9월4일(78.87달러)부터 2018년 9월4일(2039.51달러)까지 9년 동안 25.9배 올랐다.

중국 최대의 검색엔진으로 유명한 ‘바이두’는 2016년에 2위로 선정됐고 ▲게놈분석장비 제조업체인 ‘일루미나’(3위)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 모터스’(4위) ▲염수에서 얻은 나트륨이온 전해질로 배터리를 생산하는 ‘아퀴온에너지’(5위) ▲이스라엘의 자율주행차 관련 벤처기업인 ‘모바일아이’(6위) ▲유전자 분석 전문기업 ‘23andMe’(7위) ▲구글(Alphabet)(8위) ▲유전 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위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Spark Therapeutics’(9위) 순으로 이어졌다. 화웨이(10위), IBM(45위) 등이 속한 컴퓨터 및 커뮤니케이션기업이 15개 포함돼 30%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기업으로는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유통기업 ‘쿠팡’이 44위에 올랐다.

◆장기간 주가 오른 기업

지난해에는 비주얼 컴퓨팅 기술분야 글로벌 선도기업인 엔비디아가 1위로 선정됐다. 한국기업은 지난해 글로벌 50개 혁신기업에 한개도 들어가지 못했다. 엔비디아는 비디오게임을 위한 그래픽칩 개발을 통해 캐시카우를 확보하고 AI 소프트웨어에 지속 투자해 성과를 거뒀다. 주가는 2016년 2월5일(26.43달러)부터 2018년 9월21일(263.45달러)까지 2년반 동안 10배 올랐다. 2010년 8월13일(9.39달러) 대비로는 8년 동안 28배가 뛰었다.

다만 최근에는 주가가 고점 대비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가상화폐 채굴용 컴퓨터에 필요한 고사양 그래픽 카드 덕분에 주가가 크게 뛰었지만 가상통화 특수 열풍이 식으면서 거품이 꺼졌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용 단일칩 프로세서인 자비에 시스템온칩(SoC)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는 2016년에 4위, 2017년 2위로 매년 최상위에 올랐다. 전기차 혁신의 가속화를 주도하는 기업으로서 주가는 2012년 10월26일(27.38달러) 대비 2018년 12월6일(363.06달러)에 6년 만에 13.3배 올랐다.

혁신을 기반으로 한 성장하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도 2016년에 8위, 2017년에 5위로 변함없이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주가는 2008년 11월21일(131.22달러)부터 2018년 8월10일(1252.51달러)까지 약 10년간 9.5배 올랐다. 경제 전문매체 ‘포브스’가 58개국 2000개 상장기업을 기업이미지·근무조건·다양성 면에서 평가해 ‘알파벳’을 1위로 꼽았다. 직장으로서도 세계 최고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는 명문기업, 혁신기업, 최고의 직장, 장기간 주가가 상승하는 기업이 하나로 일치하는 좋은 사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1호(2018년 12월19~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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