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담배는 ‘삼겹살’, 전자담배는 ‘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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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연기 없는 미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이끄는 한 업체의 비전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출시 2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시장점유율 10%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금연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전자담배의 인기는 오히려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문제를 제기했고 소송전으로 확대되는 등 찬반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머니S>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추세와 전망, 유해성 논란의 본질을 들여다봤다.<편집자주>

[궐련형 전자담배, 약인가 독인가] ② ‘유해성 논란’ 명과 암


#. 하루 한갑 이상 담배를 피우던 손민혁씨. 머리를 쓰는 일을 하다보니 생각이 잘 안나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 저절로 담배에 손이 갔다. 몸에도, 차에도 담배냄새가 늘 배어 있을 정도. 금연을 마음먹은 게 수십번이지만 20년간의 흡연습관을 쉽게 버릴 수 없어 늘 실패했다. 그러던 중 궐련형 전자담배가 출시됐고 손씨는 1년 전부터 전자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손씨는 “담배를 끊을까 하고 전자담배로 바꿨는데 무엇보다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아 좋다”면서도 “주위에서 전자담배도 일반담배만큼 안 좋다고 해 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물 유해성분 분석/사진=머니투데이DB
식약처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물 유해성분 분석/사진=머니투데이DB
‘평범한 담배는 그만둔다’(I-Quit-Ordinary-Smoking).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아이코스’(IQOS)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있다. 약자에 담긴 의미처럼 신박한 ‘신상’의 등장은 담배 시장을 뒤흔들었다. 기존 궐련형 담배와 액체형 전자담배의 장점만 쏙쏙 뽑아 탄생한 게 큰 매력이다. 눈치만 보던 애연가들은 궐련형 전자담배로 대거 갈아탔다. 더이상 찌든 담배 냄새를 풍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조업체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적다고까지 주장하니 애연가 입장에서는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일반담배는 ‘삼겹살’, 전자담배는 ‘수육’

작동원리도 간단하다. USB 충전기에 막대형 홀더가 들어 있고 여기에 시중에 발매되는 담배스틱을 꽂아 넣고 사용하면 된다. 기존 전자담배와의 차별점은 가열방식에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찌는 게 핵심. 고열로 담뱃잎을 쪄서 거기서 나오는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와 KT&G의 릴의 경우 히팅 블레이드를 통해 담뱃잎을 찌는 방식이고 BAT의 글로는 디바이스 기기 안에서 담배를 통으로 찐다. 궐련형 전자담배 내부를 들여다보면 배터리와 전자회로 기판, 가열 부분으로 나뉘는데 전자회로 기판에는 열을 올리는 기능과 일정 온도 이상 열이 더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비교
식약처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물 유해성분 분석/사진=머니투데이DB
이 찌는 방식 덕분에 일반 담배에 비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배출이 적다는 것이 업체들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돼지고기에 비교하자면 담배는 800℃로 태우는 삼겹살, 전자담배는 300℃로 찌는 수육이라고 보면 된다”며 “아무래도 구워먹는 삼겹살보다 수육이 연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도 적고 건강에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 필립모리스에 따르면 일반 담배 연기는 기타 성분(73.5%)>수분(11.0%)>글리세린(7.9%)>니코틴(7.6%) 순으로 구성되는 반면, 아이코스의 경우 수분 (81.5%)>글리세린(9.0%)>기타 성분(7.4%)>니코틴(2.1%) 순이다. 아이코스 연기는 수증기에 가깝다는 얘기다.

전반적인 소비자 인식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조금이라도 덜 유해하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래서인지 일부 흡연자들은 궐련형 전자담배를 금연을 위한 대체재 혹은 금연으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 사용하기도 한다.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 증기 속 유해물질은 기존 궐련형 담배와 비교해 유해 화학물질이 평균 90~95% 적게 포함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영국보건국 역시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95%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근거로 “영국 국가에서 전자담배가 금연의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전자담배를 흡연자에게 권장하고 있다.

◆유해성 논란은 현재진행형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권련형 전자담배 열풍에 부담을 느낀 관계당국이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6월 이런 내용을 담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분석 결과’를 내놨다.

식약처는 보고서를 통해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이 일반 담배와 유사하고 타르의 경우 되레 높게 검출됐다”며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조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타르의 정확한 구성 성분을 모르는데 단순히 양을 비교해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식약처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필립모리스는 아예 ‘타르의 진실’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식약처의 타르 측정 개념을 비난하는 한편 지난 10월에는 식약처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여론도 제조사 측에 유리하게 흐르는 분위기다. 최근 리얼미터가 내놓은 궐련형 전자담배 관련 조사결과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한 근거가 없다는 식약처의 발표에 대해 ▲일반 담배 흡연자의 73.1%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는 처사라고 답했고 ▲응답자 절반 이상이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라고 응답했다.

물론 제조사의 주장이 모두 신빙성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니다. WTO(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프레임워크(FCTC)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인체에 미치는 위험이 적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이를 뒷받침할 독립적인 연구는 없다”며 “몇몇 과학자들은 태우는 담배나 찌는 담배나 같은 수준으로 위험하다고 지적한다”고 꼬집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우도 아이코스가 담배 관련 질환 위험성을 줄인다는 필립모리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다. 우선 정부는 오는 12월23일부터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일반 담배와 같이 암세포같은 흡연 경고 그림을 넣기로 했다. 지금까지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흑백의 주사기 그림만 표시됐다.

국회에서는 세금 인상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위해성이 입증된 만큼 일반 담배만큼의 세율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안전성을 실험하고 평가할 수 있는 국내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의 대체재 역할을 하려면 안전성부터 검증하라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유해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훨씬 더 깨끗한 대안이 됐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시장이 성장하는 것에 발맞춰 공인된 기관을 통한 철저한 유해성분 조사가 이뤄져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갈아탈까? 말까?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의 대체재일까, 새로운 흡연의 유형일까. 전자담배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뭐가 다를까. 실제 전자담배로 갈아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 남성이 전자담배를 흡입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식약처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물 유해성분 분석/사진=머니투데이DB
☞박모씨 (37·남)   

- 왜 바꿨어?

입과 손가락에 찌든 니코틴 냄새는 물론 찬바람 부는 바깥으로 나가 눈칫밥 먹으며 담배를 피워야 하는 것이 싫었다. 매년 금연을 다짐했지만 매번 실패. 담배 피우는 욕구도 채워주면서 냄새도 없다니, 이거다! 싶었다.  

-바꾸니 어때?

아침마다 가래가 끓어오르는 게 확실히 줄었다. 전자담배를 피우고부터 가족들을 피해 밖에 나가서 담배 피우는 일은 없어졌다. 베란다에 편안하게 앉아서 피울 수 있는 것이 전자담배의 최대 장점이다. 주변사람들은 일단 찌든 담배 냄새가 사라졌다고 좋아한다. 담배 피우면서 생기는 재도 없어 좋다. 

-
바꾸니 만족해?
액상형 전자담배는 연초 담배의 맛과 느낌 모든 게 충족이 안됐는데 궐련형 전자담배는 90%이상 만족한다. 건강에 유해하다 말도 많은데 담배 피우면서 그런 것까지 솔직히 안따진다. 인체에 무해하진 않겠지. 하지만 진짜 담배보단 장점이 훨씬 많다는 거. 그거면 됐다.

☞송모씨 (42·여)  

-
왜 바꿨어?
연초를 고집했는데 주변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꾸는게 무슨 유행처럼 번졌더라. 괜찮아? 좋아? 만 묻다가 바꿔보기로 했다. 맨 처음엔 연초와 전자담배 두 개를 번갈아가면서 피우다가 오로지 전자담배만 쓰게 된 것은 6개월이 채 안된다.

-
바꾸니 어때?
일단 편하다. 언제 어디서든 눈치 안보고 피워도 되니까 좋다. 아침에 일어나서 피우는 첫 담배는 머리가 핑~돌았는데 전자담배는 그런 게 없더라. 기분탓인지 아침에도 살짝 덜 피곤한 것 같기도 한데 몸이 좋아진 건 모르겠다. 

-
바꾸니 만족해?
만족은 하지만 금연은 못할 것 같다. 눈치보는 게 없어졌으니 연초보다 더 많이 피우게 된다. 연초때는 하루에 한 갑 정도였는데 지금은 두 갑 가까이 피우는 것 같다. 담배스틱 비용 지출도 무시 못한다. 기기 고장도 가끔 있는데 AS센터가 제한적이라 불편한 점도 있다. 매번 충전하고 충전기 챙겨야 하고 이것도 솔직히 불편하다. 하지만 다시 연초 담배로 돌아갈 마음은 없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1호(2018년 12월19~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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