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아빠가 떨게 만든 '기부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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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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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명 ‘어금니아빠’ 이영학 사건과 기부를 악용하는 사례로 인한 ‘기부포비아’가 확산되면서 과거에 비해 기부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하지만 온정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주변에 여전히 많다. 최근 자선단체나 기업들은 예전보다 식어버린 따뜻한 관심을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기부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기부자가 기부를 통해 재테크를 할 수 있는 방법도 늘어나며 기부는 이제 과거의 일방적인 기부(Give)가 아닌 나눔(Share)의 문화로 거듭나고 있다. <편집자주>

[기부의 경제학-하] ‘선의’ 가장한 기부의 그늘


연말을 맞아 기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추워진 날씨에 어려운 이웃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려는 손길부터 의미있는 일을 통해 세액공제 혜택도 받으려는 ‘똑똑한’ 기부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온정이 모두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모금 과정에서 돈을 빼돌리는 사기,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부금을 악용하는 이같은 행태는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 대한 관심마저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온정’ 이용한 인면수심 범죄자들

올해 기부자들의 마음을 가장 불안하게 만든 사건은 소위 ‘어금니 아빠’라고 불리는 이영학 사건이다. 이 사건은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내놓은 온정이 인면수심 범죄자의 향응에 사용된 사례로 회자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영학은 희귀병인 거대 백악종을 앓는 딸의 수술비가 필요하다며 모금받은 12억여원으로 외제차를 구입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이영학의 사기행각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의 엽기적인 기행이 알려지면서다. 그는 14살에 불과한 딸의 친구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추행한 뒤 살해하고 아내에게 성매매를 시키고 그 영상을 촬영하는 등 사회 통념을 훌쩍 뛰어넘는 범죄행각을 자행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지난 11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다만 이 사건은 사회적 온정을 이용한 파렴치한 사기사건이라기보다는 이영학의 기행과 범죄행위가 정도를 넘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건전한 기부 문화도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기부 문화에 찬물을 끼얹은 일은 또 있었다. 소외계층 아동과 청소년을 돕겠다며 모금한 127억원을 기부단체 회장이 횡령한 사건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따르면 ‘새희망씨앗’ 윤모 회장은 2014년부터 약 5만명에게 128억원을 기부금 명목으로 후원받아 이중 1.5% 수준인 2억여원만 기부하고 나머지 금액을 다른 용도에 쓴 혐의(업무상횡령·상습사기·기부금품모집에 관한 법률위반·정보통신망법위반 혐의 등) 로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 주목받은 이유는 100억원이 넘는 금액도 문제지만 재판과정에서 기부금 구조가 계약상 20~30%만 소외계층에 쓰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새희망씨앗은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팅을 통해 교육콘텐츠를 판매하는 형식으로 기부금을 모았다. 콘텐츠를 판매하는 과정에서는 고객을 ‘후원자’로 지칭하며 ‘부담 없는 금액으로 아이들을 도와달라’는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심지어 윤 회장 등은 재판에서 “새희망씨앗을 통해서는 단지 교육콘텐츠를 판매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기부자들의 온정을 마케팅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상실감을 줬다. 해당 재판부도 “피해금액이 상당하며 일반인도 기부문화를 불신하게 됐다”고 개탄했다.
사진=머니S DB
사진=머니S DB
◆'포비아'에 얼어붙은 기부문화

선의를 악용하는 이들의 행태가 알려지고 경기침체 현상까지 겹치면서 최근 기부 문화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얼어붙었다. 반면 비영리 및 공익법인의 투명성과 사업효율성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비영리단체(NPO)와 기부자의 지속가능하고 투명한 기부활동을 적극 지원해 건강한 기부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된 가이드스타는 최근 지난해 공익법인의 ‘연속투명성 및 효율성 평가’를 발표했다.

가이드스타에 따르면 국세청에 공시한 공익법인은 8276곳에 달한다. 가이드스타가 이 중 학교법인과 의료법인 1988개, 기부금 수입이 3000만원 미만인 3444개, 외부감사를 받지 않은 법인 1541개, 정보부족으로 평가할 수 없는 883개 등을 제외한 308개 법인에 대해 평가를 진행한 결과, 131곳이 만점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2016년 평가 결과와 비교해 만점 법인비율이 33.1%에서 42.5%로 높아진 것이다.

이중 2년 연속 만점을 받은 단체가 40개였으며, 분야별로는 지난해 사회복지와 학술장학 분야에서 평가 만점법인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와 달리 우리사회의 기부 열기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자선단체인 ‘사랑의 열매’는 지난달 20일부터 시작한 ‘희망2019나눔캠페인’의 참여가 전년 대비 저조하다고 밝혔다. 나눔캠페인 참여율은 지난 4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79% 수준에 그쳤다. 특히 대구의 경우 전년 동기대비 13.5%로 가장 낮아졌고 경북 22.7%, 광주 29.1%, 경기 32.5%, 울산 48.2% 등 50%도 미치지 못한 지역도 5곳이나 됐다.

30대 직장인 홍모씨는 “뉴스를 보면 내 기부금이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된다기보다 누군가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며 “솔직히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가 없다. 찝찝한 마음에 기부를 꺼리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40대 금융투자업 종사자 안모씨는 “올해 사업 상황이 좋지 않아 기부를 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며 “내가 불우이웃이 될 판”이라고 했다.

올해 기부금이 목표액을 채우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랑의열매가 저조한 성적을 발표한지 일주일이 지난 12일 오전 8시 기준 ‘사랑의 온도탑’은 8.2도에서 14.8도로 저조한 상승세를 보였다. 광화문에 설치된 사랑의온도탑은 목표액의 1%가 모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이 캠페인 모금 목표액은 4105억원이다. 2000년 사랑의온도탑이 처음 세워진 이후 100도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세워진 첫 해와 2010년 단 2번 뿐이다. 이 모금 행사는 내년 1월31일까지 73일간 진행된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지난해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고액을 기부하는 기업의 기부참여가 줄면서 사회 전반의 기부문화도 침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1호(2018년 12월19~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기영
박기영 pgyshine@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증권팀 박기영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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