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얼짱 꿈꾸는 압구정, ‘정신성형’은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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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경쟁력인 시대다. 자신을 가꾸는 그루밍족이 급증하고 뷰티크리에이터들이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반면 외모평가를 거부하는 탈코르셋 운동도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머니S>는 ‘외모’를 둘러싼 경제·사회적 현상을 조명하고 관련 산업의 성장배경을 분석했다. 강남을 중심으로 횡행하는 성형 열풍현상과 이미지메이킹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문화트렌드도 소개한다. <편집자주>

[외모지상주의] ④·끝 성형 핫플레이스 가보니


“죄송합니다. 제 이상형이 아니에요. 좋은 사람 만나세요.”
벌써 열번째 거절이다. 박모씨(여·35)는 자신이 소개팅에서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가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별명은 임꺽정. 툭 튀어나온 광대와 각진 턱 탓에 초등학생때부터 따라다닌 별명이다. 어렵게 붙은 서류전형도 면접장에 가면 “인상이 강한 편이네요”라는 반응과 함께 불합격 통보를 맞기 일쑤였다. 결국 박씨는 이런 인상을 바꾸기 위해 성형수술을 결심했다.

성형외과가 모여 있는 압구정역 거리/사진=김설아 기자
성형외과가 모여 있는 압구정역 거리/사진=김설아 기자
바야흐로 외모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 정말 예뻐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예쁘면 머리가 비었다”, “얼굴값 한다”며 혀를 찼던 옛 고정관념은 어느덧 “예쁘면 뭐든 용서가 된다”, “예쁜 사람이 일도 잘할 것이다”로 바뀐 지 오래다. 성형의 메카 강남에는 박씨처럼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만의 ‘얼짱’을 꿈꾸기 위해 몰린다.

◆“취업·젊음 위해”… 수술대 오르는 사람들

지난 8일 찾은 압구정역. 지하철역 3번 출구를 따라 도산대로까지 이어지는 약 900m 논현로 중심에만 300여곳의 성형외과가 밀집해 있었다. 이면 도로에 자리한 병원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400개가 훌쩍 넘는다.

역을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문구도 성형외과(形外科整), 쌍커풀(重眼皮) 등 한글과 한자 일색으로 적힌 큼지막한 간판들이었다. 성형 중심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한 빌딩마다 적으면 하나, 많으면 두세개쯤은 성형외과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한 성형외과 앞에서 만난 40대 후반 여성은 “20대에 코수술과 쌍커풀수술을 한 뒤 계속해서 크고 작은 성형수술을 받고 있다”며 “필러나 보톡스와 같은 간단한 시술부터 이마보형물, 지방흡입술 등과 같은 비교적 큰 수술까지 받아봤다”고 털어놨다.

이 여성은 “고민인 부위를 하고 나면 또 다른 고민이 보여 매년 하나씩은 수술을 하는 편인데 이번엔 턱 보형물 상담을 다니고 있다”면서 “주변에 성형한 사람이 늘면서 성형하지 않는 사람들이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T성형외과 입구/사진=김설아 기자
T성형외과 입구/사진=김설아 기자
이 여성의 말처럼 이제 우리 사회에서 미용성형은 더 이상 큰 흉이 아닌 듯했다. ‘성형중독’이라는 말 자체도 식상해졌을 정도로 성형을 그저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자기관리 방법의 하나처럼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 안으로 들어서자 이런 세태를 더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고층건물 중 몇개층을 함께 쓰는 D성형외과. 로비에 들어서자 말끔한 인테리어와 동시에 병원 유니폼을 입은 예쁜 외모의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이 성형외과 관계자는 직원 대부분은 얼굴 두세곳 성형은 기본으로 한 사람들이라고 자랑스럽게 털어놨다.

D성형외과 실장은 “아무래도 예뻐지려고 방문한 곳이다 보니 코디네이터들도 예쁜 외모를 1순위로 놓고 뽑을 수밖에 없다”며 “직접 성형을 해 본 경험을 토대로 고객과 상담했을 때 반응이 좋을 뿐 아니라 코디네이터의 예쁜 부위를 보고 수술에 대한 동기부여를 갖게 하거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어 1석3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동안 병원 내부는 바쁘게 돌아갔다. 수술을 하기 위해 또는 상담을 받기 위해 온 환자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청소년들과 그들을 맞는 코디네이터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수술에 앞서 진행되는 사진촬영 장소에는 환자명과 수술부위가 적힌 리스트 종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새내기가 되는 김모양은 아버지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수능이 끝난 뒤 하기로 했던 쌍커풀수술을 드디어 하는 날이어서다. 김양은 “TV에 나오는 걸그룹 멤버처럼 쌍커풀 짙고 큰 눈을 갖고 싶다”며 “예뻐지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지 수술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김양의 아버지는 “딸의 첫 수술이라 동행하게 됐다”며 “성형으로 콤플렉스를 보완하고 만족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딸의 선택을 지지해줬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씨(55) 역시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았다. 김씨는 “주름이 많고 얼굴에 지방이 없어 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인다”며 “거울 보는 게 속상했는데 성형수술로 나아진 얼굴을 갖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양과 김씨를 포함해 여러 환자가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을 대기하고 있었지만 수술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변신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표정들이었다.

얼굴을 고치는 남자도 늘고 있다. 성형외과 관계자는 주로 취업을 준비하는 20~30대 남성이 병원을 찾는다고 귀띔했다. 성형외과 상담실장은 “이들은 외모도 스펙이고, 실제로 채용과정에서 ‘좋은 인상’인지 여부가 당락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며 “성형비용 마련을 위해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10대 아들을 부모가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고객이 많이 찾고 있어 홈페이지에도 남자 성형 안내코너를 별도로 마련하는 등 고객잡기에 나서고 있다”며 “점점 성형에 대한 인식이나 선입견 등이 사라지고 다양한 연령층이 저마다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틀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겉치레에 집중하는 사회풍조가 더 문제

전문가들은 어쨌든 내면의 정신보다 외모에 몰입하는 사회풍조는 분명 건전한 사회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성형수술이 개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압력에 의해 강요된 것이라면 더 큰 문제라는 얘기다.

이런 요인들과 예뻐지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성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외모를 개선하기 위해 부작용이 나타날 정도로 끊임없이 성형수술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사실 ‘정신적 성형’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대한정신의학회 관계자는 “멀쩡한 신체를 갖고도 어떤 부분에 결점이 있다는 집착으로 신체 변형에 매달리는 일종의 정신병리학적 현상”이라며 “외모에 대한 집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되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야 하고 동시에 외모지상주의를 부풀리는 사회분위기 역시 해결해 할 과제”라고 우려했다.

그리스 신화 속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바다의 ‘거품’에서 출현했다는 표현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면적 아름다움은 물거품과 같은 것. 미의 본질은 내면에 있는 것이 아닐까.

☞ 본 기사는 <머니S> 제575호(2019년 1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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