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시가격 논란, ‘서민증세’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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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억 주택 보유세 2000만원 인상, 1억7000만원 짜리는 5000원↑

문재인정부가 올해 종합부동산세 인상에 이어 공시가격 인상을 추진한다. 현행 법제상 표준지 공시지가는 민간 감정평가사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은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감정원이 조사해 산정한다. 올해 이 표준지 공시지가와 단독·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인상되면 부동산 보유자들의 세금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공시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명분은 불평등한 조세구조를 바로잡는 것이다. 최근 몇년간 부동산가격이 급등했지만 공시가격 인상은 더뎌 시세반영률이 50~70%에 불과했다. 특히 대한민국 부동산 1번지이자 고가주택과 다주택자가 몰린 서울 강남은 단독주택 시세반영률이 20%대에 불과한 곳도 있다.

그러나 조세저항이 만만치않다. 노후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된 사정을 감안할 때 과도한 세금을 못이겨 노령층 빈곤화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 또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논란도 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특정계층을 타깃으로 한 선별적증세가 되도록 보다 디테일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공시가격 인상은 ‘서민증세’?

공시가격 인상을 둘러싸고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보편적증세’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일부 고가주택이나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는 ‘부자증세’인 반면 공시가격은 보유한 집이나 토지가 재산세뿐 아니라 증여세·상속세·취득세·소득세와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의 산정기준이 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폭탄수준의 세금이 매겨지는 건 일부 고가주택뿐이라고 본다. 1주택자 보유세는 공시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전년도 세액의 150% 이내로 상한선이 정해져있다. 2·3주택자는 상한선이 각각 200%, 300%다.

반면 저가주택이나 지방주택은 공시가격이 낮은 데다 종합부동산세 대상도 거의 없어 보유세 인상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를테면 지난해 공시가격이 53억5000만원이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단독주택은 올해 공시가격이 92억원으로 뛰었다. 보유세는 1년 새 4621만원에서 6932만원으로 2000만원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서울 강북구 번동 1억7600만원짜리 단독주택은 공시가격과 보유세가 각각 300만원, 5000원 올랐을 뿐이다.

기초연금 등 복지 수혜자가 줄어든다는 우려 역시 소득하위 70% 노인만 해당되는 데다 기초연금법상 연금대상 선정기준이 공시가격을 따라 올라가게 돼 있다.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은 TF를 운영해 연금대상 기준의 상향조정을 조율 중이다.

차동준 경복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그동안 공시가격이 낮아 고가주택이나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지나치게 적었고 이는 부동산 투기원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이를 정상화하는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재산세 인상 사례가 많아지면 보편적증세가 될 수 있으므로 보완조치는 필요하다”면서도 “공시가격별로 세부담 증가에 따른 상한액이 달라 공시가격 3억원 이하는 재산세 부담이 5%만 증가한다. 일부의 주장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공시가격 논란, ‘서민증세’ 진실은?

◆“정부 시장개입” vs “정책적 권한”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부동산자산 상당수를 차지하는 아파트가격 결정권한이 정부 산하 한국감정원으로 집중돼 신뢰가 생명인 공시가격이 정치논리에 따라 휘둘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국토교통부가 민간영역인 감정평가사업계에 공시가격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장개입 논란이 커졌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공시가격 인상요구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정부의 정책적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부동산정책과 주거안정을 위해 적정가격을 산정하는 법적권한을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국토부 등 관리감독자가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으나 충분히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해야 하며 현장의 목소리가 피드백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공시가격은 부동산정책의 기초적인 데이터로서 정책방향과 상관없이 일관된 원칙이나 기준에 따라 동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가이드라인은 줄 수 있지만 특정가격이나 지역만 정해서 징벌적으로 시행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시세의 몇% 수준으로 올리는 게 정부방침이라는 기준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해야 감정평가사의 독립성과 전문성도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감정평가사의 독립성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정치적이슈로 몰아가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있다.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공시제도 도입 이래 사실상 정치권력의 의지에 따라 가이드라인이 있어왔고 이는 이번 정부 들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 정부 때는 가격작업을 다 마친 이후에도 갑작스럽게 내리라는 지시가 있었는데 ‘선거일이 며칠 안남아서’라는 어이없는 이유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조세저항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중산층·서민층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방안은 고가주택의 종부세율을 지금보다 더 높이되 저가주택은 낮춰 세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5호(2019년 1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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