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자본시대, ‘얼굴’이 밥 먹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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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녀는 괴로워> 속 한 장면. /사진=쇼박스
영화 <미녀는 괴로워> 속 한 장면. /사진=쇼박스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다. 자신을 가꾸는 그루밍족이 급증하고 뷰티크리에이터들이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반면 외모평가를 거부하는 탈코르셋 운동도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머니S>는 ‘외모’를 둘러싼 경제·사회적 현상을 조명하고 관련 산업의 성장배경을 분석했다. 강남을 중심으로 횡행하는 성형 열풍현상과 이미지메이킹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문화트렌드도 소개한다. <편집자주>

[외모지상주의] ①‘외모’가 부의 척도인 시대

# 서울에 사는 김성준씨(29)는 얼마 전부터 비비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 평소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해 비비크림을 바르지 않았던 김씨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친구의 권유로 비비크림을 발라본 김씨는 최근 면접장에서 인상이 훤하다는 칭찬을 받았다. 김씨는 “비비크림을 발라 보니 피부톤이 밝아져 이목구비가 뚜렷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면접을 볼 때도 전보다 자신감 있게 얘기할 수 있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웃었다.

한때 만능형 인재를 두고 ‘엄친아’ 혹은 ‘엄친딸’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엄마 친구의 아들이나 딸처럼 주변에 가까이 있고 출중한 외모에 직업과 학력마저 뛰어난 존재다. 이들을 분류하는 기준에 ‘외모’가 우선대상으로 고려되면서 ‘될놈될’(될 놈은 어떻게든 된다) 등 다양한 사회적 용어가 파생됐다. 이후 외모를 성공의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사회풍토를 일컬어 ‘외모지상주의’로 부르기 시작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전신성형을 통해 아름다움을 얻은 김아중이 교통사고를 내도 용서받는 장면은 외모지상주의의 단면으로 각인됐다.

이런 외모지상주의는 ‘예쁘고 잘생기면 용서되는’ 시대상을 비판하는 용어로 사용됐지만 최근 들어 이를 재해석한 관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에 집착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뷰티·패션산업이 성장하고 외모를 가꾸는 이들이 급증했다는 주장이다. 외모와 자본이 결합하면서 경제적 효과도 상승한다는 매력자본의 논리가 한국사회로 스며들었다.

◆외모, 매력자본이 되다

우리는 대중문화에서 외모지상주의를 먼저 학습했다. 브라운관을 통해 보는 연예인은 화려하고 빼어난 외모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외모에 재능이 더해지면서 연예인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그들은 아름다움에 열광하는 대중문화 속에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아이돌이나 방탄소년단·엑소·블랙핑크·트와이스 등 세계 무대를 평정한 비주얼그룹이 단적인 예다.

최근에는 외모가 부를 결정한다는 이론까지 등장했다. 캐서린 하킴 런던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은 2013년 발간한 <매력자본>이라는 책을 통해 사람의 매력이 하나의 자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경제, 문화, 사회적 자본에 이은 개념으로 매력이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제4의 자산이 된다는 이론이다.

/자료=유로모니터
/자료=유로모니터

부의 세습, 인맥, 교육을 통해 결정되는 수저계급론 사회 속에서 외모와 분위기를 더한 ‘매력’이 유일한 돌파구로 작용한다는 것. 하킴 연구원에 따르면 일반인이 비만인 사람보다 14만원을 더 벌고 매력적인 남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최대 28% 높은 급여를 받는다. 일반인과 비교불가의 영역인 연예인을 차치하더라도 노동시장에서 외모프리미엄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인재 인천대학교 교수는 <노동시장에서의 신장프리미엄>이라는 논문에서 30~40대 남성의 경우 키가 1㎝씩 증가함에 따라 시간당 임금이 1.5%씩 상승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두가지 통계와 사례는 치명적인 결함을 보인다. 해당 결과를 취합하면 키가 크고 비만이 아닌 사람의 연봉이 가장 높아야 하는 표면적 모순에 봉착한다. 그러나 이들이 얘기하는 것은 ‘관리’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요인이다. 키·몸무게와 생산성이 연관된 직종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신체사항을 이력서 상단 필수 기재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스펙차이로 인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블라인드시스템을 도입하지만 여전히 외모를 보는 문화가 존재한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기업 인사담당자 1000명 가운데 57.4%가 ‘면접시 외모를 본다’고 답했다. 이들이 외모를 보는 이유는 자기관리를 잘 할 것 같고(41.8%) 외모도 경쟁력(34.0%)이라는 판단에서다. 외모지상주의의 이면에 감춰진 ‘자기관리’ 능력을 어필해야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노동시장에서의 신장프리미엄 논문 발표를 인용한 자료에서 “키는 외모의 다른 범주인 체중, 쌍커풀, 콧대, 주름, 근육과 달리 시각적으로 개인을 서열화 하는 독특한 문화적 함의를 지닌다”며 “최근에는 키도 관리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돼 개인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나를 가꿔라” 그루밍산업 활황

외모지상주의에서 차별과 과도한 경쟁적 요소를 배제하면 산업적 순기능도 다양하다.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성형의료기술이 발달했고 뷰티서비스의 질이 높아져 소비자 선택폭을 넓혔다.

특히 외모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그루밍족’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사용될 만큼 남성용 뷰티시장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4년 1조1493억원 규모의 남성 화장품시장은 2020년 1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뷰티기업은 피부톤을 보정하는 비비크림부터 마스크팩, 두피·탈모케어용품, 스킨·로션·에센스 올인원제품 등 남성을 타깃으로 한 화장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프랑스 명품브랜드 샤넬은 남성 전용 색조 화장품을 출시하며 첫 판매국으로 한국을 택했다.

/자료=사람인
/자료=사람인

서울 동대문구의 한 뷰티숍에서 만난 최근영씨(33)는 “겨울철 피부관리를 위해 마스크팩을 둘러보고 있었다”며 “요즘엔 남성용 제품이 많아서 관련 제품을 비교해 선택한다”고 말했다.

뷰티를 주제로 한 1인크리에이터의 활약도 눈에 띄게 확대됐다. 방송인 김기수는 남성용 메이크업의 대표 채널로 자리 잡았고 이사배의 경우 현재 200만이 넘는 뷰티유튜버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보정 애플리케이션(앱)과 성형견적을 알아보는 콘텐츠도 큰 인기를 얻었다.

문화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급이 대중화되고 온라인콘텐츠 유입이 활성화되면서 적은 돈을 들이고도 자신을 가꾸는 문화트렌드가 정착했다”며 “자신을 꾸미고 발전시켜가는 문화 속에서 매력자본을 투자하는 최근 트렌드는 외모지상주의의 순기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5호(2019년 1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채성오 cso86@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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