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광풍 후 1년… '손절'한 A씨 "난 도박꾼이었다"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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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2017년 불기 시작한 가상화폐 바람은 광풍으로 치달으며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코인광풍’이 불자 가장 열광한 이들은 ‘N포세대’로 지칭되는 2030 청년층이었다. 가상화폐 거래를 안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돌았고 기회의 창이 닫혔다는 좌절심리가 이들을 한탕주의로 이끈다는 식의 분석이 쏟아졌다. 가상화폐는 계층이동의 묘약으로 여겨지며 한때 세대갈등의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지난 1년간 가상화폐 광풍은 완전히 가라앉았다. 내리막길을 걷는 와중에 잠깐씩 반등의 기미가 보였지만 결국 모든 가상화폐 가격은 70~90% 떨어졌다. 지난해 1월6일 2598만8000원까지 치솟았던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연말인 12월31일 425만원으로 내려앉았다. 

비트코인은 1월16일 현재 400만원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가상화폐 광풍에 몸 실었던 이들은 거품이 완전히 사그라진 지금, 자신의 투자를 어떻게 생각할까. 흥미로운 점은 ‘손절’한 가상화폐 투자자와 여전히 ‘존버’ 중인 투자자 모두 투자 자체를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 가상화폐 투자자와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에게 가상화폐 광풍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뉴스1

◆가상화폐 광풍에 뛰어든 4인 "후회는 없다"

▶가상화폐에 투자할 때의 자신을 돌아본다면.

- 황모씨(32·전문직): 가상화폐에 투자할 때의 내 모습은 도박꾼이었다. 가상화폐의 전망? 그런 거 모르고 사고팔고 했다. 딱히 전망을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사두면 오르는데 굳이 뭐 그런 걸 알 필요가 있나. 특정 화폐를 사는 이유도 ‘어쩐지’ 오를 것 같아서였고 남들이 오를 거라고 하는 말들이 그럴듯하게 들려서였다. 투기꾼이라는 말도 사치다. 투기도 최소한의 정보는 갖고 들어간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싸서 산 경우도 많았다. 투기꾼보단 도박꾼에 가까웠다.

- 심모씨(27·금융업): 50만원밖에 투자를 안했는데도 초단위로 가격이 상승하락을 반복하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24시간 동안 거래가 이뤄지니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상태였다. 

▶가상화폐는 좋은 투자처였다고 생각하나.

- 황씨: 좋은 투자처의 정의는 무엇인가. 안전한 투자처? 고수익 투자처? 후자의 입장에선 가장 좋은 투자처다. 일확천금이라 부를 만한 수익률, 그 코인 광풍 속에 있을 때는 심지어 안전해 보이기도 했다. 부동산신화 저리가라 하는 코인신화였지 않나. 고수익 투자인 데다 안전해 보였으니 그때는 가장 좋은 투자처가 맞았다. 지금은 투자하는 데 안전성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좋은 투자처라 볼 순 없다.

- 조모씨(30·제약업):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가상화폐는 그리 좋은 투자처는 아니었다고 본다. 언론에서 주목했을 때는 이미 끝물이었기 때문에 소개된 게 아닌가 싶다. 투자하면서도 투자자산으로서의 미래가 없어 열풍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식시장처럼 투명하게 거래가 진행됐다면 모르겠지만…. 

- 오모씨(33·여행업): 투자금이 꾸준히 유입됐기 때문에 좋은 투자처였다. 그러나 최초에만 투자였고 이후에는 투기로 변질됐다고 생각한다. 변동성이 크지만 소액으로 경험차 해보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진=임한별 기자

▶가상화폐 투자를 그만둔 이유는 무엇인가.

- 심씨: 투자라기보다 투기에 가까운 시장형태에 환멸을 느꼈다. 가상화폐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부 규제가 겹치면서 손을 뗐다.

- 황씨: 코인투자를 계속하자니 신경이 쓰여서 내 일을 잘 못했다. 코인이 어마어마하긴 했지만 이게 인생을 책임질 정도는 아니라 생각해서 발을 뺐다. 어차피 수익은 어느 정도 냈으니 일확천금을 노릴 아주 소량의 코인 빼고는 모두 현금화했다.

▶가상화폐에서 손을 뗀 뒤 드는 생각이 있다면.

- 황씨: 그때 시드머니가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땐 돈이 별로 없어서 아무리 수익을 내도 큰돈이 되지 않았다. 물론 큰돈이 있었다면 그렇게 과감하게, 생각없이 투자할 수는 없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땐 뭘 사도 오를 때라 괜찮았을 것 같다.

- 심씨: 누군가 돈을 따면 누군가는 잃는 구조다. 그런데 당시에는 모두가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다. 만약 비슷한 상황이 돌아오면 가상화폐에 돈을 못 걸 것 같다.

- 오씨: 계층이동이 불가능한 2030 사회초년생에게 가상화폐는 제2의 부동산신화처럼 생각되지 않았을까. 나부터도 부동산의 사례처럼 이를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파고들었던 것 같다.

4명 모두 가상화폐 투자 자체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시장에 또 뛰어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소액으로”, “신뢰도를 갖춘다면” 등 다시 광풍에 뛰어들 자신은 없다고 답했다. 이후 블록체인 기술을 찾아보거나 공부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4명 모두 ‘아니다’고 답했다. 

/사진=로이터

◆‘존버’ 투자자 “그럼 돈 모아서 집 살 겁니까?”

아직까지 가상화폐 투자를 하고 있다는 김모씨(35·자영업)는 ‘코인광풍’을 어찌 바라보느냐는 질문에 “(기사에) 도박이라 하지 말고 투자라고 쓰면 안 되느냐”며 “원초적으로 당신도 돈을 쉽게 벌고 싶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지금까지 ‘존버’하고 있는데 후회하지 않냐는 물음에는 “없다. 애초에 시작을 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다만 매매에서 원칙을 깨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후회될 뿐”이라고 답했다.

왜 아직도 가상화폐시장에서 빠져나오지 않느냐고 묻자 “하루 10시간 일하고 6시간 동안 아이를 본다. 연차? 휴일? 이런 거 없이 사는데 모은 돈이라곤 쥐뿔도 없다”는 날선 대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초기 투자금을 회복해도 다른 곳에 투자할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그는 “회복한다는 건 상승세인데 왜 나가냐”면서 “그런 질문은 ‘돈 모아서 집 살래?’와 같은 말”이라고 꼬집었다.

/사진=로이터

◆거래소 관계자 “준비단계서 광풍 발생… 대처 부족 아쉽다”

익명을 요청한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 A씨는 가상화폐의 부흥과 추락을 모두 지켜본 사람으로서 아쉬운 점이 크다고 밝혔다.

A씨는 “천천히 발전했다면 지금보다 더 안정적이고 투기가 아닌 투자로서의 화폐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얘기했다. 업계는 준비단계였는데 갑자기 광풍이 발생해 더 고도화된 준비와 대처가 부족했다며 “갑작스레 광풍이 분 게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가상화폐 광풍이 차츰 가라앉았지만 업계 분위기는 비슷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A씨는 “거래량이 확연히 줄었지만 업계 분위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전보다 많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코인광풍’이 가상화폐가 투기수단이라는 인식을 심었다고 봤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이용한 기술은 단지 가상화폐 같은 투자수단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씨는 “지금까지는 화폐로서의 거래가 주였지만 게임 등과 연계돼 다양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나 도박성은 쉽게 없어지지 않겠지만 이는 모든 화폐가 안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가상화폐는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며 당분간은 재작년과 같은 광풍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A씨는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정부정책, 블록체인, 암호화폐 전망은 나아질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강영신 lebenskunst@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강영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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