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말 좋다는데… ‘한복’을 보는 두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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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이 가까워졌다. 고궁이나 전통거리를 다니다 보면 한복을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걸 쉽게 알 수 있다. 한복은 디자인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면서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탈피했고 무거운 예복의 개념을 벗어버렸다. 맞춤 수준의 렌털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비용과 편의성까지 잡았으며 사회연계망서비스(SNS)의 확산과 정부정책의 뒷받침도 한복의 진화에 한몫했다. 하지만 한복에 대한 교육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고 대중화에 치중된 나머지 전통성이 훼손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머니S>는 달라진 한복 문화를 조명하고 올바른 계승을 위한 방안을 찾아봤다.<편집자주>

[한복의 진화-중] 여기저기 한복, 경복궁 가보니

“춥지만 재밌어요.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간 느낌이에요.” (대학생 황현미씨)
“셀카(셀프카메라)가 너무 잘 나와서 신나요. 추억도 쌓고 역사도 배우고 일석이조예요.” (유학생 일본인 히토미씨)

‘전통과 체험’. 영하권에 머물던 오전의 한기가 온화한 공기로 바뀌던 지난 1월21일 낮 경복궁 앞.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히는 이곳에는 두가지 단어가 공존했다.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한국 역사가 살아 숨쉬는 서울 종로 일대는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필수코스다. 특히 경복궁은 한국의 전통과 문화체험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핫플레이스’로 진화하는 분위기다.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설아 기자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설아 기자
◆전통과 문화체험 1석2조 ‘핫플레이스’로


이날 찾은 경복궁은 입구부터 한복을 입은 외국인관광객들로 북적댔다. 개장시간인 오전 9시부터 점심시간 전까지는 곳곳에서 한복 착용 관광객이 눈에 띄는 정도였지만 오후가 되자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 10명 중 6명이 한복 차림이었다.

한복의 색상이나 형태는 다양했다. 빨강, 노랑, 진보라 등 형형색색 스커트에 반짝이 무늬가 새겨져 있거나 커다란 리본이 달려있는 등 각양각색이었다. 추운날씨인 만큼 한복 위에 코트나 패딩을 입거나 자신의 나라 특성에 맞춰 한복 위에 히잡을 쓴 외국인관광객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조바위나 머리띠 등 장신구도 관광객 각각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했다.

이들은 저마다 한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궁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친구를 찍어주거나 셀카봉으로 함께 셀카를 찍거나…. 이들의 몸짓과 표정, 모든 것에서 즐거움과 설렘이 묻어나왔다.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은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타이머를 맞춰가며 모두가 함께 찍힌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지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경복궁을 찾은 김은주씨(44)는 “한복을 입고 경복궁에 오면 입장료가 무료라고 해서 가족과 함께 한복을 맞춰 입고 놀러왔다”며 “아이들도 색다른 경험을 해서 그런지 너무 좋아하고 가족끼리 추억도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찾는 관광객은 매년 증가추세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주요 전통문화시설을 대상으로 한복 관람객 무료입장정책을 진행한 것이 컸다. 앞서 문화재청은 2013년 10월부터 한복을 입은 시민에게 서울 4대 고궁과 종묘, 조선왕릉 등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경복궁 관람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사진=김설아 기자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경복궁 관람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사진=김설아 기자
인기가 높아지자 주간 관람객에게만 허용됐던 한복 무료입장을 경복궁, 창경궁 야간개장 때도 적용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서울 도심 궁을 방문한 관광객은 70만명에 달했다.

최근 한복의 인기가 성별과 나이는 물론 국적도 불문한다. 오히려 외국인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더 좋다. 이날 하루만 해도 경복궁에 입장한 관람객 중 절반 이상은 외국인이 차지했다.

홍콩에서 온 카리(29)는 “친구들이랑 여행을 오기 전에 구글로 정보를 검색하다가 궁을 관람할 때 한국 전통복을 입은 이미지를 봤다”며 “한복을 꼭 체험해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입고 다니는 것도 재밌고 한복 자체가 화려하고 예쁘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커플 한복을 입은 중국인 왕이롼(22)은 “한국에 오기 전부터 색다른 데이트 추억을 만들기 위해 한복관광을 계획했다”며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 반응이 뜨거워 좋고 입장료가 무료인 점도 좋다”고 했다.

◆한복대여점 성업… 전통성 훼손 논란도

경복궁역 인근 한복거리
경복궁역 인근 한복거리
경복궁에서 만난 이들 모두 옷은 인근 한복대여점에서 빌렸다. 2015년까지만 해도 5곳에 불과했던 한복대여점은 특수를 타고 50여곳으로 증가했다. 경복궁역을 중심으로 500m 정도 되는 거리를 걸으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도 한복대여점이다. 보통 걸음으로 10분이면 다 둘러볼 수 있는 길 사이사이 골목엔 한복을 시간단위로 빌려주는 전문점만 20여곳이 넘었다.

한복대여점 관계자는 “타 지역에서 전통 한복점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이쪽으로 이전했다”며 “아무래도 핵심 관광지 근처다 보니 한복 대여도 많이 이뤄져 매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복궁의 또 다른 대여점 관계자는 “지난해 한창 영업이 잘 될 때는 하루에 100여벌이 넘게 나가기도 했다”면서 “주말에는 내국인 손님이 80%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고 평일엔 외국인관광객들이 주로 찾는데 요즘엔 아시아인뿐 아니라 미국, 유럽인도 많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매장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대여료는 초창기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2시간에 1만~2만원, 종일 기준으로는 3만원 안팎이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한복을 대여할 수 있다. 대부분 스페셜, 프리미엄, 퓨전한복, 테마한복 등으로 불리는 개량한복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적불명의 한복으로 한국 고유의 전통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문화재청에는 “한복을 마구잡이로 입는 사람들 때문에 격이 떨어진다”는 민원이 쏟아지기도 했다.

경복궁역 인근 한복거리
경복궁역 인근 한복거리
하지만 업체 측은 수요가 있는 쪽으로 트렌드가 흐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여업체 사장은 “주 고객인 중국인 등 외국인관광객이 전통한복보다 화려하고 풍성한 한복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한복 디자인도 시대와 신분에 따라 변했는데 요즘 시대에 한가지 기준을 정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복업체 대표도 “전통한복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로 지켜야 할 소중한 것임이 분명하다”면서도 “전통을 지키겠다고 하는 것보다 전통을 체험해보는 하나의 놀이문화인데 놀이문화에 대해 너무 심각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고 불쾌해 했다.

분명 광화문 일대에서 관광객들이 입고 다니는 한복은 과거 우리가 알던 전통 한복과 많이 다르다. 어떤 이는 다르기 때문에 안된다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큰 틀에서 한복 형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이날 마지막으로 들른 한복대여 매장 앞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김은정씨는 이렇게 말했다.

“한복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대중화냐, 전통이냐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전통을 논하지만 퓨전한복이 관광객들 그리고 한복 대중화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관광객도 이렇게나 많아졌잖아요. 누가 맞고 틀리냐가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전통을 지킬 방법을 찾는 게 우선 아닐까요.”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577호·5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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