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진家… 남은 건 '메리츠금융'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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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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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한진가(家)가 모두 흔들리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은 경영권 공격을 받고 있으며 수차례 갑질 논란으로 여론마저 좋지 못하다.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경영권까지 박탈당했다. 고 조수호 회장의 한진해운은 아예 파산했으며 배우자인 최은영 전 회장은 실형을 선고 받았다. 말 그대로 풍비박산(風飛雹散)이다.

막내인 조정호 회장의 메리츠금융그룹만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조 회장도 과거 고액연봉 논란으로 경영에서 발을 뺐다가 다시 들여놓는 등 구설수에 오른 경험이 있지만 복귀 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모습을 보이며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겼다.

◆맏형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압박

한진그룹은 고 조중훈 회장이 창업주로 1945년 인천에서 창업한 한진상사가 모태다. 2002년 고 조 회장이 타계한 이후 ▲조양호 회장은 한진·대한항공·한진고속 ▲차남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3남 고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 ▲4남 조정호 회장은 한진투자증권·동양화재 등의 금융계열사를 맡았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을 주축으로 해 국내 14위 기업으로 우뚝 섰고 한진중공업은 한때 글로벌 10대 조선소로, 한진해운은 세계 7위 해운사로 명성을 떨쳤다. 메리츠금융도 견고한 금융사로 평가받았지만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상황은 뒤바뀌었다. 맏형인 조양호 회장 일가는 수차례 갑질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데 이어 경영권 공격까지 받고 있다. 한진그룹은 2014년 순환출자 구조에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경영권 강화에 나섰지만 지주사 자체가 흔들리면서 경영권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는 지난해 11월부터 한진칼 지분을 확대해 현재 10.81%까지 높이면서 2대주주로 등극했다. 이후 한진칼에 주주제안(소액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의안을 제시하는 것) 상정을 요구하며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에 나섰다. 한진은 법적인 이유를 들며 방어에 나섰지만 법원은 KCGI의 손을 들어줬다.

KCGI는 한진칼의 주주명부 확인 후 특수관계인으로 신고되지 않았지만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분 3.8%를 처분토록 요구했다. 해당 사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조양호 회장의 우호 지분이 그만큼 축소되는 것이어서 표 대결으로 갈 경우 불리해질 여지가 있다.

KCGI는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사업전략 및 구조 조정방안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이사진 교체를 통한 경영권 장악 얘기도 나온다. 한진이 주주제안을 거부한 것도 이러한 불안감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조 회장 일가는 ‘갑질’ 이미지로 ‘애국 마케팅’조차 시도하기 어려워 여론몰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조씨일가 품 떠난 한진重·한진해운

한진중공업과 한진해운은 조선·해운업 불황 여파로 2014~2015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필리핀 자회사인 수빅조선소가 경영악화로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주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는 한진중공업 보통주 9152만주(지분율 30.98%)를 전량 감자하기로 결정했으며 조남호 회장의 지분 53만주(0.5%)도 소각키로 했다. 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68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실행할 계획이다.

감자 및 출자전환 후 채권단의 지분율은 60~70%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으로 산업은행은 이병모 인하대 교수(전 STX조선해양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정했다.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부실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경영권이 박탈됐다. 핵심 계열사인 한진중공업이 더이상 조씨일가의 기업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진해운은 2017년 아예 파산했다. 고 조수호 회장 배우자인 최은영 전 회장은 자율협약 신청에 앞서 미공개 정보를 입수한 뒤 지분을 팔아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징역 1년6월, 벌금 12억원, 추징금 4억9000만원의 실형을 받았다.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한진해운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 사진=머니S DB.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 사진=머니S DB.
◆‘나홀로 성장’ 메리츠… 누구 공(功)?


한진가 중 4남 조정호 회장의 메리츠금융그룹만 승승장구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결 당기순이익은 6401억원으로 형제들 중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한진칼은 187억원, 한진중공업홀딩스 3억원의 연결 순손실을 각각 입었다.

핵심 계열사인 메리츠화재는 실적 면에서 명실상부한 ‘빅5’ 손보사로 거듭났다. 메리츠종금증권도 2015년 아이엠투자증권과 합병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기자본 기준 7위 증권사로 발돋움했으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33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조정호 회장은 복귀 후 각 계열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모습을 보였다. 조정호 회장은 고액연봉 논란으로 2013년 7월 경영에서 물러났으며 2014년 3월 인사에서 메리츠금융지주의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복귀했다. 당시 메리츠금융은 “대주주로써 책임경영의 일환”이라고 복귀 배경을 설명했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이 구원투수로서 조정호 회장의 기대에 제대로 응답했다. 김 부회장은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삼성화재·삼성투신운용(현 삼성자산운용)·삼성증권을 거친 후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자리를 이동했으며 2014년 조정호 회장과 함께 사내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김 부회장은 CEO 재직 기간 동안 회사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그는 2012년 5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을 지냈는데 재직기간(2012년 4월 말부터 2015년 1월 말) 동안 회사 주가를 무려 387%나 끌어올렸다. 아이엠투자증권의 인수도 김 부회장의 공(功)으로 평가된다.

2015년 1월에는 메리츠화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017년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달 말 메리츠화재 주가는 2만2100원으로 2015년 1월 말에 비해 81% 올랐다. 그는 취임 후 2년에 걸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사업가형 점포 도입 등 혁신경영에 나섰고 가시적인 성과도 만들어 내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가는 계열사 간 관계가 그리 돈독하지 않은 편으로 알려졌다”며 “조정호 회장은 복귀 후 그룹 전반을 살펴보는 정도의 역할을 하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면서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우진
장우진 jwj17@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금융증권부 장우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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