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칼럼] 20년 전 일본과 닮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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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이 단기금리를 사실상 0%에 가깝게 만드는 제로금리를 도입한 지 20년이 흘렀다. 돌이켜보면 1999년 2월 12일 제로금리를 처음 도입한 것은 향후 일본 자산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는 큰 이벤트였다고 생각된다.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 이후에도 일본의 부동산 등 자산 가격 하락세는 2000년대 전반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보유 자산가치 급락으로 부채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로금리 도입 이후에도 가계의 안전금융자산에 대한 집착은 지속됐다. 이러한 일본 자산시장의 구조적 흐름은 초저금리 구조의 고착을 인식하면서 변화했다.

일본의 자산관리 시장은 고령사회에 진입했던 1994년 이후 10년 이상 저수익의 늪에 빠져 있었다. 주식·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를 겪으면서 가계들은 자산 절반을 연간 금리가 1%도 안 되는 예금에 납입하며 자산운용 실패를 자초했다. 현재 한국 가계는 20년 전 일본과 꼭 닮아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인컴형(Income) 자산’에 주목해야

제로금리 도입 이후 일본 부동산은 ‘소유에서 사용으로’, ‘개발에서 관리’의 관점으로 인식이 전환됐다. 부동산 시장은 임대 및 자산위탁관리 시장 중심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또한 법인 보유자산 가치 하락을 계기로 부동산을 유동화·증권화해 리스크를 분산했다. 리스크를 분산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부동산펀드, 리츠(J-REITs)가 활성화됐다. 2001년에 도입된 일본 리츠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고비를 한차례 넘기고 2012년 이후 크게 성장했다. 리츠는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추얼펀드다. 최근 수년간 핵심지역 부동산의 임대수익률, 리츠의 배당수익률 등은 자산가격 상승과 함께 4% 내외의 양호한 수준에 안착 중이다.

한국 역시 저성장·저금리·고령화 추세가 분명해지는 가운데 자산가치 상승에 기대는 투자 성향을 벗어나 양호한 수익률과 소득흐름을 가져다 줄 인컴형 자산에 주목할 만한 시점이다. 인컴형 자산은 정기적으로 수익이 들어오는 자산으로 리츠, 수익형부동산, 고배당주 등을 통한 인컴펀드가 대표적이다. 특히 리츠는 일본의 경우처럼 주택, 빌딩, 상업용 부동산 뿐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라 도시근접 물류센터, 요양병원 시설 등 다양한 자산을 기초로 해서 활성화될 전망이다.

일본은 제로금리를 도입하기 전 1990년대 중반부터 예금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주식 배당수익률을 하회했다. 배당수익률은 1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으로 실제 투자했을 때 얼마나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일본의 주식 배당수익률은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주식시장의 상승 반전과 더불어 평균 2% 수준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예금금리가 1% 미만에 머무르는 반면 주식의 실질배당수익률은 1.5~2.5% 수준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수익률 역전 현상이 일본에 이어 한국 금융시장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계기로 기업 경영투명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됐다.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배당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우량기업 주식과 이를 기초로 한 펀드의 투자 매력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다.

◆'금융 투자자산 축적'을 통한 노후대비 강화

한국은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시대는 현 추세대로라면 2026년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과거 일본의 수준을 앞지르는 고령화에 직면하고 있다. 고령화와 함께 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은퇴 이후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은퇴 기간이 늘어날수록 가계자산의 수명도 늘려줘야 노후를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앞서 일본의 경험을 보면 저성장, 저금리 환경에서 자산가격 상승과 이자소득만으로 자산수명을 늘리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자산에서 국내외 주식과 펀드, 고수익채권 등 위험성 금융 투자자산 비중은 10% 미만인 반면 부동산과 현금예금 등의 안전 금융자산은 62%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과 현금예금 등의 비중을 낮추는 대신 위험성 금융 투자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가계자산 재편이 필요하다. 위험성 금융 투자자산 비중을 가계금융자산 내에서 30% 이상, 전체 가계자산 중 15% 이상으로 높이는 등 선제적인 자산구성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위험성 금융자산 투자 시 ‘세가지 원칙’ 지켜야

‘자산수명을 늘리는’ 위험성 금융자산 투자원칙으로서 세가지를 염두에 두면 안전할 것이다.

첫째 장기투자이다. 길어진 수명만큼 자산운용 기간도 늘려 복리효과를 극대화하고, 자산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우량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 등 선진권 자산은 가격변동성이 적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길게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에 좋다. 장기투자와 우량자산 선별투자를 잘 조합하면 경제환경과 자산가격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셋째 글로벌 분산투자이다. 투자자산의 수익 안정성과 성장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상호보완이 가능한 자산군을 조합해 투자해야 한다. 안정적인 선진권 내지 검증된 우량가치주와 성장잠재력에 대한 확신이 있는 이머징 권역 자산에 분산해 투자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 가계는 일본처럼 인컴형 자산의 발굴과 비중 확대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동시에 과거 일본과는 다르게 선제적인 자산구성 변화와 다양한 금융자산에 대한 글로벌 분산투자에 나선다면 이상적인 노후 대비가 가능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5호(2019년 3월26일~4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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