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의 여행톡] 2100년 협곡에 핀 모진 ‘쇠꽃’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토성고진과 츠수이허. /사진=박정웅 기자
토성고진과 츠수이허. /사진=박정웅 기자
맨몸으로 협곡의 거친 물살과 맞서는 이는 없다. 중국 남서부 고원인 윈난성(雲南省) 쪽에서 발원한 츠수이허(赤水河·적수하) 물길 500여㎞. 고원의 높고 깊은 산과 골을 감아돈 츠수이허는 구이저우성(貴州省·귀주성)의 젖줄이다. 츠수이(赤水·적수)에서 가까운 쭌이시(遵義市·준의시) 투청(土城·토성).

투청, 토성고진(土城古鎭)은 말이 좋아 심산유곡이었다. 이곳 사람들의 삶은 고원과 협곡의 척박한 자연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가파른 산비탈, 손바닥 크기의 밭이라도 일궈야 했다. 화전(火田)과 채집의 삶이 대대손손 이어졌다. 먹고 사는 모든 게 부족한 세월, 바깥세상과 통하는 길은 위험한 물길뿐이었다.

동력선이 없던 시절, 이곳 사람들은 필요한 물자가 실린 배를 맨몸으로 끌었다. 양쯔강과 츠수이허의 거센 물살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배를 끌었다는 첸푸(船夫·선부)의 삶 얘기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배에 묶인 밧줄에 삶을 매달았다. 밧줄에 옷이 쓸려 수장되는 일도 잦았다. 이를 모면하려 알몸으로 끄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18방역사관에 전시된 첸푸의 삶과 기록. /사진=박정웅 기자
18방역사관에 전시된 첸푸의 삶과 기록. /사진=박정웅 기자
◆토성고진, 2100년 척박한 환경 이기다

25일(현지시간), 토성고진의 츠수이허 강변. 영화 <붉은 수수밭> 장이머우((張藝謀·장예모)가 첸푸의 삶을 녹여낸 <인상무릉>(印象武陵)이 떠올랐다. 봄의 츠수이허 수량은 줄었다. 하지만 거센 물살은 여전했다. 접안시설은 형체는 있으나 오랫동안 쓰이지 않는 듯 했다. 고산 중턱을 가르는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물길과 잇댄 삶은 추억으로 남았다. 상전벽해를 맞은 셈이다.

18방역사관에 설치된 주방. /사진=박정웅 기자
18방역사관에 설치된 주방. /사진=박정웅 기자
토성고진은 츠수이허 강변의 옛 마을이다. 2100년 역사를 간직한 곳이며 마오쩌둥의 대장정과 관련이 깊다. ‘사도적수’(四渡赤水·적수를 네 번 건넌 운동전(運動戰))이 전개된 지역이다. 대장정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이곳 사람들의 자존심이 됐다. 마을 곳곳에 새겨진 ‘사도적수’ 네 글자가 또렷하다.

협곡의 오지 마을은 여행지로 변화하고 있다. 2100년의 역사와 대장정의 상징성을 강조한 것. 아직은 고즈넉한 여행지다. 옛 마을의 정취를 보존하는 한편 새로운 편의시설이 대거 마련됐다. 공연, 액티비티(출렁다리·사륜모터바이크·자전거) 등 체험거리가 하나둘 늘었다.

고즈넉한 토성고진. 객잔 등 새로운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사진=박정웅 기자
고즈넉한 토성고진. 객잔 등 새로운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사진=박정웅 기자
츠수이허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최근 조성됐다. /사진=박정웅 기자
츠수이허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최근 조성됐다. /사진=박정웅 기자
옛 골목을 두루 걸음하면 옛 마을의 진면목이 엿볼 수 있다. 특히 마을 중심에 있는 18방역사관을 둘러보면 옛 사람들의 삶을 읽을 수 있다. 방(帮)은 생업과 관련한 업종 연합체, 다시 말해 유렵의 길드와 같은 자치조직이다. 선방(배), 걸방(걸인), 차방(차), 포방(옷), 석방(돌), 목방(나무), 철방(쇠), 미방(쌀), 주방(술), 당식방(과자), 약방(약), 유방(기름), 마방(말), 경기방(돈), 역행방(관리), 희방(공연) 등 18개의 방이 토성고진에 있었다고 한다. 상전벽해를 맞은 건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진 삶, 협곡 ‘쇠꽃’으로 피다

위험해서 더 아름다운 타철화. /사진=박정웅 기자
위험해서 더 아름다운 타철화. /사진=박정웅 기자
츠수이허 강변 자전거도로 인근에서 펼쳐진 타철화 공연. /사진=박정웅 기자
츠수이허 강변 자전거도로 인근에서 펼쳐진 타철화 공연. /사진=박정웅 기자
척박한 환경을 열정적으로 이겨낸 삶을 나타내는 듯한 ‘쇠꽃’의 향연은 인상적이다. 쇳물을 하늘로 쳐올리는 원시의 불꽃놀이인 ‘다톄화’(打鐵花·타철화)가 바로 그것이다. 타철화는 용광로에서 끓인 쇳물을 용기에 담은 뒤 이를 나무 방망이로 쳐 불꽃을 만드는 중국의 전통기예다. 1600~1700도에 이르는 쇳물을 다루는 위험천만한 공연이다. 그래서인지 ‘쇠꽃’의 향연은 치명적으로 아름답다.

이 쇠꽃의 향연은 중국의 4대 발명품의 하나인 화약으로 만든 일반적인 불꽃놀이보다 화려하고 장엄하다. 2008년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하지만 위험한 까닭에 전수를 꺼린다고 한다.

타철화는 본래 철을 잘 다뤘다는 허난성이 본고장이라고 한다. 오늘날에도 타철화의 명맥이 이어지는데 다만 특정일(춘절·대보름)에만 반짝 선보인다.

타철화 공연. 용춤도 함께 선보인다. /사진=박정웅 기자
타철화 공연. 용춤도 함께 선보인다. /사진=박정웅 기자
이에 반해 토성고진의 타철화는 비록 소규모지만 매주 주말마다 펼쳐진다. 상설 공연은 중국 전역을 통틀어 이곳이 유일하다는 얘기다. 특히 토성고진의 공연은 뜻 깊다. 공연을 외부의 전문팀에게 맡기지 않고 지역주민이 한다는 것. 이들은 방염복은 고사하고 일상복 차림으로 위험천만한 공연을 뚝딱 해치운다.

앞서 홍군과 토지개혁을 다루는 민속공연도 펼쳐지는데 모두 지역민이 주도한다. 주민 참여형 공연은 지역관광 활성화와 공정여행 취지를 살렸다는 평이다. 전문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간혹 엇박자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에 오히려 박장대소와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타철화는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일정 거리를 두고 관람하는 게 기본이다. 거리를 두는 것 외에는 별도의 안전 조치는 없다. 그래도 두렵다면 멀찌감치 떨어지거나 바람을 등진 곳에서 쇠꽃의 향연을 보면 된다. <취재협조=뚱딴지여행>

 

쭌이(중국)=박정웅
쭌이(중국)=박정웅 parkjo@mt.co.kr  | twitter facebook

자전거와 걷기여행을 좋아합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3140.51상승 10.4218:03 09/17
  • 코스닥 : 1046.12상승 6.6918:03 09/17
  • 원달러 : 1175.00상승 3.218:03 09/17
  • 두바이유 : 75.34하락 0.3318:03 09/17
  • 금 : 73.06하락 0.0318:03 09/17
  • [머니S포토] 추석명절 연휴 앞둔 서울역
  • [머니S포토] 오세훈 시장 '전통시장에서 키오스크로 구매 가능'
  • [머니S포토] 수화통역사와 대화 나누는 잠룡 이낙연
  • [머니S포토] 당대표 취임 100일 이준석 "정치개혁 통해 정권 창출할 것"
  • [머니S포토] 추석명절 연휴 앞둔 서울역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