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 벅찬데·… 택시기사의 눈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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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 인근 택시정류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사진=이지완 기자
서울 동대문 인근 택시정류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사진=이지완 기자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지난달 7일 카풀(승차공유)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했다. 지난 1월22일 출범식 이후 2달여 만이다. 출·퇴근시간에만 승용차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고 택시 월급제를 도입하는 게 합의안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가 무색해진 분위기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합의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출범 자체가 무색해진 상황. 택시기사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3월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택시단체 회원들이 카풀합의 전면 무효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지난 3월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택시단체 회원들이 카풀합의 전면 무효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카풀 제한적 허용에도 한숨

최근 도출된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합의안에는 출·퇴근시간 카풀 서비스를 허용한다는 조건부 합의 내용이 포함됐다. 토·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평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출·퇴근시간에 승용차 카풀 서비스를 허용한다는 것. 합의가 됐다곤 하지만 여전히 수긍을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8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합의안 도출 바로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출·퇴근 카풀 허용에 반대한다”며 합의안을 거부했다.

일선 택시기사들 사이에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시 법인택시기사 유모씨(52)는 “일거리가 줄어드는데 당연히 힘들어지는 거 아니냐”며 “출·퇴근시간에 이용객이 많아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풀도 그렇고 타다도 마찬가지다. 택시기사들이 태울 손님이 줄면 힘들어진다”며 “택시를 타보면 알겠지만 카풀 반대한다고 아직도 붙이고 다니는 택시가 많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법인택시기사 조모씨(50)는 “카풀은 하면 안되는 겁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조씨는 “개인택시 번호판(면허) 가격도 전보다 1000만원이나 떨어졌다. 카풀이 생기고 수입이 줄어들면 누가 택시하려고 하겠나”라고 하소연했다.

개인택시기사들도 카풀을 반대하긴 마찬가지다. 서울시 개인택시기사 김모씨(59)는 “출·퇴근시간대 승객이 몰리는 포인트가 있어 택시들이 줄지어 대기하기도 하고 정말 사람이 없으면 다른 포인트로 이동한다”며 “스마트폰을 한번 누르면 승용차가 택시가 된다. 택시기사들은 출·퇴근시간 승객들을 뺏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납금 압박과 택시 월급제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합의안에 포함된 또 다른 내용은 택시 월급제 시행이다. 택시기사들이 일정한 월급을 받고 일하면 카풀로 인한 수익감소 우려가 해소되고 매일 사납금을 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드는 등 처우개선효과가 기대된다.

서울연구원이 지난달 25일 발간한 ‘1/4분기 서울시 소비자 체감경기와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 정책리포트에 따르면 택시요금 및 카풀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개선점 1순위가 ‘사납금 제도 개선’이다. 조사결과 전체 39.4%가 사납금 제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조사는 서울지역 표본 12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택시기사들에게 사납금 제도는 족쇄와 같다. 하루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일을 해도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월급제 도입을 간절히 원하는 기사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장 이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택시회사들은 “당장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고 지난달 19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은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원장 및 위원들 앞으로 택시 월급제 입법 개정안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결국 택시기사들이 들고 일어섰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시 월급제 시행 관련 법률 개정안 마련을 촉구했다. 합의안 도출 후에도 갈등과 혼란의 연속인 상태다.

서울시 법인택시기사 유모씨(59)는 “오전에 출근하면 입금(사납금)을 13만원해야 한다”며 “입금을 딱 맞춰도 기본급에서 세금 등을 빼면 120만원 정도 받는데 이걸로 살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월급제는 어차피 안될 거다. 된다고 해도 기사들은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데 자유가 없어진다. 지금은 힘들면 낮잠도 자고 하는데 그게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영 중인 김모씨(59)는 사납금 압박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사납금 내려면 쉬지 않고 손님들을 받아야 한다. 난폭운전, 승차거부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있는 것도 알지만 한명이라도 더 태우고 더 멀리 가는 사람을 태워야 돈벌이가 되니 그런 것”이라며 “기본급만 받아선 식구를 챙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익은 적어도 어떻게든 경력을 쌓아 개인택시로 역전을 꿈꾸는 법인택시기사도 있었다. 서울시 법인택시기사 김모씨(43)는 “사납금 챙기기 바쁜 게 현실이라 수익이 많지 않다”며 “아직 일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당장은 적지만 개인택시하면 괜찮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저녁 8시를 훌쩍 넘긴 시간. 유동인구가 많은 왕십리역 앞 택시정거장에는 택시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서울시 법인택시기사 이모씨(54)는 저녁식사도 아직이라고 했다.

그는 “한창 손님 많을 때 어떻게 밥을 먹나”라며 “장안동 기사식당에 밥 먹으러 가려고 하는데 손님이 보이면 안태울 수 없다. 밥 먹으러 가려다 강남으로 넘어가고 이러면 밥 때 놓치기 십상이다. 밥 좀 늦게 먹어도 손님을 태워야 돈을 벌지”라고 말했다. 이어 “월급제 (회사에서) 안 해줄 거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6호(2019년 4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지완
이지완 lee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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