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탈모 점수 ○○점… 내 유전자 이정도였어?

규제 완화에 검사항목 대폭 증가… 아는게 병, 모르는게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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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다. 콜레스테롤 수치에 빨간줄이 그어졌다. 100점 만점에 반타작도 아닌 24점이다. 제약·바이오·병원 기사를 써오면서 소싯적 ‘건강 챙기는 기자’란 소리를 들어온 터. 하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결과지를 보자마자 무너져 내렸다.

“24점은 대한민국 평균 정도에요. 주의하고 관리만 잘 한다면 문제없을 겁니다.” 전문영양사의 위로와 조언은 귓등으로도 안 들린다. 바쁜 일상에도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며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나쁘지 않네”라고 자만했던 탓일까. 충격과 공포는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마크로젠의 유전자검사 키트. 침 한번으로 유전적 질환 유발율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한아름 기자
마크로젠의 유전자검사 키트. 침 한번으로 유전적 질환 유발율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한아름 기자
흔히 유전자검사라고 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친자 여부를 확인하거나 범인의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식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러나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검사를 통해 질병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점차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내 유전자는 몇 점일까.

기자는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선정한 마크로젠의 DTC(Direct to Consumer)유전자검사를 체험해봤다. DTC유전자검사는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검사기관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검사를 의뢰받아 진행된다. 검사방법은 간단하다. 키트에 침을 뱉고 회사에 보내면 된다. 유전자검사결과는 약 한달 후에 만에 나오고 전문영양사의 조언도 들을 수 있다. 유전자검사와 이를 토대로 한 맞춤식단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을 담아봤다.

◆유전자는 ‘불편한 진실’을 알고 있다

기자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건강관리를 한다고 자부해 온 만큼 결과지를 받아보곤 일주일 이상 당혹감이 떠나지 않았다. 기자는 단 음료와 야식 먹지 않기, 일주일에 두세 번씩 운동하기, 아프면 병원 바로가기, 과식하지 않기 등을 생활화했다. 주말에 5~8㎞씩 뛸 때도 있다. 체질량지수나 평균혈압은 99점, 95점으로 제법 만족스러웠으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HDL콜레스테롤 ‘24점’, 낙제수준이었다.

HDL은 소위 ‘좋은 콜레스테롤’, LDL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린다. HDL이 많아질수록 동맥경화, 심장병을 유발하는 LDL을 분해해 혈관이 깨끗해 진다. HDL은 에어로빅·런닝·자전거타기 등 유산소 운동할 때 증가한다.
마크로젠의 유전자검사 결과지. 기자는 한동안 충격과 공포에 휩쌓였다. /사진=한아름 기자
마크로젠의 유전자검사 결과지. 기자는 한동안 충격과 공포에 휩쌓였다. /사진=한아름 기자
결과지에 따르면 기자는 운동부족이었다. 운동과 업체미팅 등으로 매일 늦게 귀가하는데 굳이 유산소운동을 더해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유전자는 알고 있었다. 옷발이 잘 서는 몸을 만들기 위해 근력 위주의 운동만 고집했는데 ‘불편한 진실’과 마주했다. 그 후로 기자의 생활습관도 달라지고 있다. 버스 한정거장 전에 내려서 걸어가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등이 대표적이다. 유전자검사는 질병 위험을 미리 예측해 알려주면서 자칫 ‘무거운’ 인상을 주지만 탈모 가능성·피부 노화·카페인 대사 능력 등 ‘가벼운’ 정보도 제공한다.

◆내 탈모 점수는?

특히 탈모의 주요원인으로 유전자가 부각되면서 유전자검사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탈모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정확히 찾기 위해 유전자검사소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비용도 10만원대이며 같은 항목에 대해서는 평생 한번만 하면 되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내 유전자는 탈모위험을 얼마나 안고 있을까. 결과지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유전자는 굵고 탐스러운 머릿결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군요. 모발 굵기 점수는 99점입니다. 반면 원형탈모와 남성형탈모 유전자 점수는 56점, 74점으로 탈모예방에 비교적 강한 유전자를 갖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나 생활습관 등 외부요인을 점검해 보세요.”

다행이다. 일단 탈모 부문은 선방했다. 모낭발달 유전자가 좋아 머리카락이 빠지더라도 재생가능하다는 평가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세포재생이 활발한 시간대인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충분히 자면 효과적이란 답변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전문영양사가 추천한 탈모 예방성분인 요오드, 비오틴을 먹기 시작했다. ‘혹시나 모를까’ 하는 불안감에서다.

◆검사 후 먹는 영양제만 5종류

유전자검사를 반대하는 의료계 일부의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간다. 일부 의료계는 유전자검사에 대해 “질병마다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이 제각각인데다 환경·식습관·운동 등도 중요 요인”이라며 “유전자검사는 정보의 오‧남용과 혼란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회사 사무실 책상에 비치해둔 영양제. /사진=한아름 기자
회사 사무실 책상에 비치해둔 영양제. /사진=한아름 기자
기자도 유전자검사 이후 건강염려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검사지가 추천한 기능성 성분만 40여개이며 관련 보충제를 다 먹기에는 버겁다. 유전자검사 전에는 ‘모든 영양분은 음식에서 섭취하자’는 생각이었으나 지금 먹는 보충제만 5개다. 보충제를 많이 먹으면서 복부팽만감 등 부작용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먹어야 산다는 생각이 든다.

마크로젠은 유전자정보에 기인한 맞춤형식단도 제공한다. 일주일에 한번, 반찬 네다섯 개를 배송한다. 반찬은 전국에서 엄선한 100% 국산 재료들로 만들어진 데다 저염식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맛을 자랑한다. 그러나 야근과 저녁약속이 잦은 기자가 집 밥 먹을 일이 많지 않다보니 장기보관하다 결국엔 버리는 것도 많았다. 필요한 건 맞춤형식단이 아닌 본인의 의지였을까.

한편 유전자검사에 대한 빗장이 서서히 풀리면서 관련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유전자검사품목이 기존 12개에서 수면습관, 알코올·니코틴 대사, 통증민감도 등 57개로 늘어났고 이 중엔 조상(혈통)찾기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2월 시범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사항목을 대폭 늘리겠다는 정책의 일환이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완화로 DTC유전자검사가 소비자에 한걸음 다가갔다”며 “바이오업계에서는 DTC유전자검사 항목 확대를 여러차례 요구했으나 규제가 완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업계의 기대는 크다”고 말했다.
 

한아름
한아름 arha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주간지 머니S 산업2팀 기자.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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