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망한 까르푸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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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싸게 안 팔면 살아남기 힘들어요.”

한 대형유통기업 홍보팀 관계자의 말. 유통가에 불고 있는 저가마케팅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설명이다. 그의 말처럼 최근 온라인쇼핑몰, 대형마트 할 것 없이 저가마케팅은 필수 전략이 됐다.

쿠팡과 위메프 등 이커머스업체들은 초저가인 ‘100원 판매’를 선보였고 최근에는 ‘10원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온라인쇼핑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기며 기존 터줏대감들이 위기의식을 느낀 탓이다. 이커머스업체에 고객을 뺏긴 대형마트들은 ‘국민가격’, ‘극한할인’, ‘초격차MD’ 등 키워드만 봐도 알 수 있듯 ‘저가로 팔테니 방문만 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경기 양극화와 불안정한 경제 상황까지 겹치며 소비자들은 지갑을 꽁꽁 닫고 필요할 때만 지출한다. 유통기업 입장에서 그들의 지갑을 조금이라도 더 열게 만들 방법은 결국 저가마케팅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전략은 먹히고 있다. 티몬은 저가마케팅을 본격 시도한 지난해 매출이 40% 증가했고 위메프는 거래액이 전년 대비 28.6% 늘었다. 이마트도 올해 실시한 ‘국민가격프로젝트’로 매출이 순항 중이다. 롯데마트는 ‘통큰치킨’을 귀환시켜 12만마리를 완판시켰으며 홈플러스의 저가행사 ‘쇼핑하라2019 ’기간 방문고객만 2000만명이 넘었다.

저가마케팅은 언뜻 모두가 미소짓는 전략으로 보이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걱정이 앞선다. 대형 유통업체의 할인행사로 인한 부담이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에게 일부 전가되고 있는 게 공공연한 현실이어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대형마트에 입점한 중소기업 영업담당자 3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응답자의 19.9%가 대형마트에서 판촉 및 세일 관련 불공정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요즘처럼 대대적인 저가마케팅이 실시되는 시즌에는 중소기업들의 곡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런 사례가 이어지면 과거 한국까르푸의 전례를 답습할 수도 있다. 2000년대 초반 총 22곳의 매장을 운영했던 한국까르푸는 지나친 최저가 정책을 고수하다 역풍을 맞은 케이스다. 최저가를 위해 납품업체에 지나친 단가 인하를 강요했고 일부 납품업체는 결국 한국까르푸에 납품을 거부했다.

문을 닫은 이유에는 낮은 품질력, 이마트 같은 한국형 대형마트의 출범 등 여러가지 요인이 겹쳤지만 저가 정책으로 인한 납품업체와의 마찰도 한몫했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부 온라인쇼핑몰들도 납품업체에 과다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등 저가판매 이면에는 중소업체들의 고난이 자리하는 모양새다.

또 저가제품은 품질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도 있다.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둘 중 하나가 살아남는 것이 아닌, 둘 다 죽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점을 유통기업들이 모를리 없다. 다만 눈앞의 위기를 헤쳐나갈 뾰족한 수가 없어 저가마케팅에 의지하는 것뿐이다. 저가전략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부작용은 이미 시작된 것이 아닐까. 마냥 싸게 판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0호(2019년 4월30일~5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김정훈 kjhnpce1@mt.co.kr  | twitter facebook

보고, 듣고, 묻고 기사로 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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