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더운데… '가정용 전기료' 내리고 산업용 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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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사업소에서 직원들이 전기요금 청구서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사업소에서 직원들이 전기요금 청구서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지난달부터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전기료 누진제 개편에 관심이 커진다. 정부는 폭염이 본격화되는 7월 전까지 누진제 개편안을 발표해 국민의 전기세 부담을 덜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력수급 및 전력공급의 안정을 책임지는 한국전력이 1분기 사상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누진제 구간을 완화할 경우 한전의 적자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누진제 개편과 함께 전기요금 인상이 동시에 검토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정부는 한전의 적자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인상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전기계량기. /사진=뉴시스 이여환 기자
전기계량기. /사진=뉴시스 이여환 기자


◆누진제 개편, 한전 적자에 골머리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말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본격적인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를 비롯한 전기료 개편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행 전기료 체계가 전체 전력사용량에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가정용에 지나친 부담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논란은 누진제가 도입된 이후 꾸준히 있어 왔다. 앞서 우리나라는 1970~1973년 주택용 전력사용량의 연평균 증가율이 26.4%로 일반용(16.7%)과 산업용(17.7%) 등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자 1974년 누진제를 도입했다.

주택용 전력사용을 억제하려는 목적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전체 전기사용량에서 주택용 비중이 줄어들고 산업용 비중이 크게 늘면서 제도의 도입 목적이 크게 희석됐다.

한전에 따르면 전체 전기 사용량 중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3.9%인 반면 산업용 비중은 55.7%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들 대부분이 주택용과 산업용의 비중이 비슷한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산업용으로 크게 기울어진 형국이다.

이에 정부는 누진제 도입 이후 2016년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제도를 손봤다. 그러나 여전히 산업용과의 격차가 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높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남녀 30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현행 누진제에 대해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72.4%에 달했다.

지난 4월 감사원도 2016년 누진제 개편이 에어컨 사용량을 포함하지 않는 등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합리적으로 개선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현행 누진제는 1구간 0~200kwh(93.3원), 2구간 201~400kwh(187.9원), 3구간 400kwh 이상(280.6원)으로 구성됐다. 이런 가운데 TF는 3단계 누진제 구간을 일부 완화하는 쪽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7~8월 누진제 1~2구간 사용량 기준을 100kwh 한시적으로 상향조정한 바 있는데 이 같은 완화정책을 유지하는 식이다.


벌써 더운데… '가정용 전기료' 내리고 산업용 올릴까


◆전기료 인상 가능성은

문제는 최근 한전이 사상 최악의 적자를 냈다는 점이다. 한전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629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동기 영업손실 1276억원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누진제 개편을 추진할 경우 한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한 두달간 한전에 3600억원의 비용부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정부가 보전해 준 비용은 350억원가량이다. 만약 올해도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한전의 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 인상설이 고개를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전의 적자를 상쇄하면서 여름철 전력수급을 안정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가 전기료를 인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택용 요금을 인상할 경우 서민의 전기료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져 거센 비판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주택용이 아닌 산업용 전기료가 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은 여름철 기준 하루를 경부하, 중간부하, 최대부하 시간대로 나눠 각기 다른 요금을 적용하는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로 운영된다. 이 가운데 가장 요금이 낮은 경부하 시간대의 요금을 인상하는 방식의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 역시 산업계와 야권의 반발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한전 적자 때문에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건 고려하지 않는다”며 “현재로서는 특별히 전기요금 조정 예정은 없고 검토할 시점이 된다면 그때 해 보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의 방침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 소액주주들이 한전의 적자에 반발해 민·형사소송을 비롯한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며 “1분기에 이어 2~3분기에도 적자가 지속된다면 정부 입장에서도 전기료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5호(2019년 6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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