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vs 복지부, '게임 질병코드' 온도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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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뉴스1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될 만한 필요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됐고 그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지난달 30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 차관회의 후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의 발언이 주무부처간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11차 국제질병분류(ICD-11)에 ‘게임이용 장애’를 포함시킨 상황에서 적극적 수용 의사를 밝힌 복지부와 산업육성을 위해 강하게 반대하는 문체부의 온도차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부처간 논의, 다시 원점으로

김 차관의 발언은 관련 논의점을 찾아가던 주무부처 간 이해관계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단순히 WHO의 의사를 수용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중독’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가 게임이용 장애를 중독으로 보고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KCD)에 등재시키기 위한 준비를 가속화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팽배하다.

물론 김 차관이 질병분류에 대한 발언만 한 것은 아니다. 김 차관은 “게임 콘텐츠산업은 14조원 규모로 수출 등 젊은 이에게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는 만큼 그 가치를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를 분명히 했다.

이어 김 차관은 “시행된다고 해도 2026년은 돼야 한다”며 “게임 과몰입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실재하기 때문에 어떻게 도와줄지 초점을 맞추고 고민했으면 좋겠다. 부처간 갈등 양상으로 갈 이슈가 아니므로 전문가와 당사자 의견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복지부는 WHO의 결정이 떨어지자마자 의학전문가 및 이해관계자로 구성한 협의체를 통해 ‘중독’의 개념을 정립하고 게임이용 장애 질병분류를 위한 구체적 진단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문체부와 게임업계 등의 반발이 이어지자 문체부, 복지부, 법조계, 시민단체, 게임업계, 의료계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선회한 바 있다.

당시 문체부와 게임업계가 “복지부가 주도하는 협의체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강경한 자세를 취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관계부처, 게임업계, 보건의료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합리적 방안을 찾기 바란다”고 지시하면서 사태는 진정되는 듯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 차관의 발언은 복지부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냄과 동시에 완화된 부처간 이해관계를 깨뜨리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 문화, 예술, IT 관련 학계, 협단체 90곳이 모인 공동대책위원회는 “김 차관의 발언은 공대위가 우려했던 대로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인식이 국내에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확연히 드러냈다”며 “복지부 차관의 인식과 발언은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를 게임중독과 동일한 단어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체부, 산업 육성에 초점

문체부가 복지부의 입장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과 산업 위축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이라는 명제를 분석하면 ‘게임은 질병을 유발하는 매개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KCD에 등재될 경우 약 14조원 규모의 국내 게임산업이 한 순간에 반토막 날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 산학연구단이 예측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으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약 3년간 발생할 수 있는 게임산업 위축 규모는 최대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적 근거도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WHO의 권고안을 무리하게 수용하려는 복지부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참고점에 불과한 가이드라인을 과하게 맹신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체부와 한콘진은 WHO의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분류 움직임이 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전달하는 한편 공대위와 뜻을 모으는 데 동참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해 인사청문회부터 “게임산업에 긍정적 요인이 많다”며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의 행보 역시 게임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달 박 장관은 게임기업들이 모여있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방문해 온라인 결제한도 폐지, 세금 감면,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재 반대 등에 관한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LoL파크를 찾아 김영만 한국e스포츠회장, 박준규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대표 등을 만나며 e스포츠 육성을 약속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WHO 발표 후 각 국가가 하나의 의견을 모은 반면 우리나라만 두 갈래로 나눠졌다”며 “주무부처간 갈등이 완화되려면 동등한 위치에서 논의점을 찾아가는 민관협의체 구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성오
채성오 cso86@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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