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칼럼] 젊어서 굴리고 늙어서 지키는 ‘T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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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이 뭐야?”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주인공인 백수 가족들은 서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반 지하 시궁창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부잣집 가족을 어떻게 기발하게 속일 것인지, 그들의 비밀을 알아차린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그 난리 통에 갑자기 쏟아진 비로 이재민이 돼 체육관에서 밤을 보내는 첩첩산중 같은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가장인 기택(송강호 역)의 대답은 의외로 담담하다. “무계획이 계획이야” 그렇다. 아들이 갑자기 부잣집 과외선생이 된 것도 부잣집 부부가 속아 넘어간 것도 지하실에서 사람들을 발견해 버린 것도 갑자기 내린 비로 이재민이 된 것도 모두 계획한 건 아니었다.

기택의 말대로 그날 밤을 체육관에서 보내게 되리라고 예측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살다 보면 수많은 변수가 생긴다. 인생이 늘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기택은 그것을 명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노후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누군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무계획이 계획입니다”라고 대답하면 어떨까. 질문자는 무척 당황할 것이다. 그러나 곧 공감할 것이다. 회사 일, 가족 생계, 자녀 교육, 노부모 봉양….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들 앞에서 수명연장으로 길어진 노후는 우선순위에 한참 밀려나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2018 미래에셋 은퇴라이프트렌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5060세대의 약 70%는 성인이 된 자녀와 동거하며 50% 이상이 경제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계속되는 취업난에 결혼이 늦어지면서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 늘어난 탓이다.

자녀 부양에다가 노부모까지 부양하는 더블케어(double care) 가구는 세 집 중 한 집 꼴에 이른다. 늦은 나이까지 자녀와 노부모를 모시게 되리라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노후준비가 부담이고 사치로 여겨질 법한 상황에서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대답은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런 이유로 노후준비에는 일정 수준의 강제성과 자동화가 필수다.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가 삶을 뒤흔들더라도 일상에 매몰돼 노후준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소득의 일정 부분이 강제적으로 자동 적립된다면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노후대비를 위해 강제성과 자동화를 도입하고 있는 대표적인 시스템이 바로 국민연금이다. 근로자라면 회사와 본인이 각기 기준월소득액의 4.5%씩을 자동으로 매월 국가에 납부하며 국민연금공단이 이를 운용하여 일정시기부터 가입자에게 연금을 지급한다.

◆ 퇴직연금 연간수익률 ‘1%대’

문제는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생활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퇴직연금 관리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확정지급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뉜다. 전자인 확정지급형은 국민연금처럼 가입자가 관여하지 않아도 회사가 알아서 운용해 주고 지급을 보장한다.

문제는 후자인 확정기여형이다. 가입자가 운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퇴직연금은 잠자는 돈이 돼 버린다. 금융감독원에서 지난 4월에 발간한 2018년도 퇴직연금 적립 및 운용현황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90% 이상이 예적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다. 가입자가 적극적으로 상품을 운용할 수 있는 DC형의 적립금도 원리금 보장형의 비중이 80%에 달했다. 퇴직연금의 연간수익률이 1%대 머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노후 자산을 늘리고 싶은 DC형 가입자는 어떤 행동의 변화가 필요할까. 스스로 퇴직연금 상품의 트렌드를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수익률을 체크하며 상품을 바꿔 주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평소에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 않다면 갑자기 이런 관리를 직접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금융시장은 당장 다음 날도 예측하기가 힘들고 이름도 어려운 새로운 상품이 매년 쏟아진다. 투자 대상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무계획이 계획이라면… TDF

앞서 언급했듯이 가장 좋은 것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노후준비가 되는 시스템에 내 연금 운용을 주입하는 것이다. 최근 각광받는 상품이 바로 TDF(Target Date Fund)다. TDF 상품에는 2025, 2035와 같은 숫자가 붙는데 펀드가 목표로 하는 시점(target date)이자 가입자가 생각하는 은퇴시점이다.

TDF는 가입자가 젊을 때는 주식과 같은 위험도가 높은 자산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다가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과 같은 안전한 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높여 나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한창 일할 젊은 나이에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수익률 제고에 힘쓰고 은퇴가 다가오는 나이에는 불려온 자산을 지키는 투자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생애주기에 맞춘 자산관리가 필요하고 퇴직연금 관리에 있어 “무계획이 계획”인 가입자라면 반드시 고려해볼 만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8호(2019년 6월25일~7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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