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의 여행톡] '천사섬' 백과사전, 골라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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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 '제1회 섬의 날' 전남 신안여행
천사대교 개통, 뭍으로 연결된 다섯 섬 '벽해상전'


전남 신안군 비금도 하누넘해변(하트해변). /사진=박정웅 기자
전남 신안군 비금도 하누넘해변(하트해변). /사진=박정웅 기자
72개의 유인도와 932개의 무인도. 전남 신안은 그야말로 섬들의 천국이다. 신안은 10여년 전 목포에 있던 군청사를 압해도로 옮겨왔다. 총 1004개의 섬을 앞세웠으며 ‘천사섬’을 어깨에 걸었다. 많은 섬이 모여 있다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은 신안을 중심으로 그려졌다. 크고 작은 신안의 섬들은 다도해를 반짝반짝 수놓는 ‘별’이 됐다.

섬에는 그동안 고립이나 단절의 의미가 짙게 배어 있었다. 세상과는 뱃길로만 연결되는 섬의 속성 때문이다. 불편한 교통편은 낙후일로의 생활환경에 반영됐다. 다만 세상 발걸음을 비껴간 덕분에 때가 덜 묻은 인심과 생태와 환경을 간직할 수 있었다. 뭍에 비해 조명받지 못한 섬이 최근 관심을 받고 있다. 섬지역의 경제와 여행 활성화를 염두에 둔 ‘섬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것. 제1회 섬의 날은 오는 8월8일이다.

상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흑산도 풍경. /사진=박정웅 기자
상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흑산도 풍경. /사진=박정웅 기자
‘팔팔’한 섬의 날에 앞서 섬들의 천국을 찾았다. 신안은 우선 지난 4월4일 개통한 천사대교(10.8㎞)로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천사대교 개통으로 신안의 주요 섬들을 자동차로 여행할 수 있게 된 것. 천사대교는 기존 뭍과 연결된 압해도에서 암태도를 잇는다. 암태도를 비롯해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 자라도 다섯 섬은 이젠 섬 아닌 섬이 됐다. 서로 연결된 기존의 연도교와 이번에 개통된 천사대교 덕에 뭍과 다름없는 공간으로 ‘벽해상전’한 셈이다. 서울이나 광주에서 암태도까지 고속버스 정기노선이 투입됐다.

시간을 비껴간, 섬 고유의 옛 풍광을 간직한 곳도 있다. 육로교통망과는 담을 쌓을 수밖에는 먼바다의 외딴 섬들이다. 흑산도와 홍도는 비릿한 바다내음 진동하는, 섬 중의 섬이다. 한때 파시 등으로 흥청거렸을, 빛바랜 뒷골목은 흑백TV의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비금도와 도초도 역시 마찬가지다. 먼바다와 가까운 바다 섬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이곳엔 초분이나 우실(돌담) 등 섬사람들의 전통 생활상이 남아있다.

◆“인자 섬이 아니랑께요”


암태도 오도선착장에서 바라본 천사대교. /사진=박정웅 기자
암태도 오도선착장에서 바라본 천사대교. /사진=박정웅 기자
천사대교의 위용은 대단하다. 그 위용은 암태도 오도선착장에서 잘 잡힌다. 사장교와 현수교를 갖춘 국내 최장의 해상대교인 천사대교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물론 대교의 초입인 압해도쪽 전망대에서 비상을 상징하는 조형물과 우뚝 솟은 교각의 조화도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대교의 전체 형상과 하얀 돛을 펼친 요트를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오도선착장의 조망이 더 매력적이다.

이 천사대교 덕택에 암태도는 뭍과 연결됐다. 암태도뿐이 아니다. 암태도 북쪽의 자은도(자은-암태, 은암대교), 남쪽의 팔금도(암태-팔금, 중앙대교)·안좌도(팔금-안좌, 신안1교)·자라도(팔금-자라, 신의2교)는 자동차로 떠날 섬여행 명소가 될 전망이다.

암태도 인물벽화와 그 주인공인 문병일 어르신(오른쪽). /사진=박정웅 기자
암태도 인물벽화와 그 주인공인 문병일 어르신(오른쪽). /사진=박정웅 기자
도초도에 있은 이세돌의 어머니 벽화. 도초도의 상징인 수국꽃을 머리에 표현했다. /사진=박정웅 기자
도초도에 있은 이세돌의 어머니 벽화. 도초도의 상징인 수국꽃을 머리에 표현했다. /사진=박정웅 기자
천사대교의 수혜를 가장 먼저 받은 암태도에는 최근 핫한 사진명소가 생겼다. 자은도와 천사대교로 향하는 갈림길인 기동삼거리의 한 벽화가 그것이다. 노부부의 인물벽화로, 벽화 주인공은 집주인인 문병일(78)·손석심(78)씨다. 눈에 띄는 점은 지역민을 그린 것뿐만 아니라 담장 안쪽의 애기동백을 활용한 입체적인 구조다. 애기동백이 시골 어르신들의 단골 헤어스타일인 일명 ‘뽀글이’ 파마머리로 환골탈태한 것.

운 좋으면 주인공도 만날 수 있으니 기동삼거리에 자동차를 대는 여행객이 많아졌다는 후문이다. 최근 공개된 이 벽화는 신안군의 제안으로 3년 전 낙향한 지도 출신의 작가가 그렸다고 한다. 신안의 섬에서는 이 같은 유형의 인물벽화를 볼 수 있는데 도초도에는 수국공원 인근에 이세돌의 어머니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인물벽화는 신안여행에서 챙겨볼 또 다른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일염을 생산하는 비금도의 한 염전. /사진=박정웅 기자
천일염을 생산하는 비금도의 한 염전. /사진=박정웅 기자
암태도에서 챙겨볼 명소로는 오도등대, 암태도 농민소작쟁의기념공원, 매향비(埋香碑), 노만사, 우실(신석리 익금우실과 송곡리 송곡우실), 추포해수욕장, 추포 노두(바닷길) 등이 있다. 섬의 남서쪽 추포도 사이에 펼쳐진 갯벌은 유네스코 신안다도해 생물권보전지역과 신안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자은도는 우리나라서 열두번째로 큰 섬이다. 두봉산을 중심으로 해변 방향으로 펼쳐진 논밭이 드넓다. 그곳의 모래땅은 지역의 대표 특산물인 대파와 땅콩을 튼실하게 키워낸다. 땅콩은 수출하는 효자 농산물이다. 소금, 세발낙지와 짱뚱어, 칠게 등 갯것과 날것이 많다. 땅과 바다의 날것들이 풍성해 사람 또한 인심이 후하다. 그런 까닭에 자애롭고 은혜롭다는 지명이 유래한다. 국토부의 해안누리길 5선에 오른 자은도 ‘아름다운 해안누리길’은 바다풍경이 함께하는 멋진 걷기여행길이다.

안좌도의 김환기 고택. /사진=박정웅 기자
안좌도의 김환기 고택. /사진=박정웅 기자
안좌도는 추상미술의 거장인 김환기(1913~1974) 화백의 고향이다. 압해도 신안군청 벽면은 김 화백의 작품이 차지했다. 김 화백은 비금도 출신인 이세돌 9단과 함께 신안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우리나라 모더니즘 1세대 화가로서 한국의 고전적인 소재를 추상적인 미로 승화시켰다는 평이다. 안좌도에는 김환기 고택이 있다. 김 화백은 이곳에서 유년기와 청년기에 작품활동을 했다.

안좌도에도 느긋하게 걸을 데가 있다. 안좌면 두리에서 건너편 박지도(박지리)와 맞은편 반월도(반월리)를 잇는 ‘ㄱ’자 형태의 해상 데크길(1.46㎞)인 퍼플교다. 퍼플교는 두 섬에서 보라색 꽃이 많이 핀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데크길에서 보이는 박지도의 몇몇 가옥은 보라색 지붕을 썼다. 재미있는 건 퍼플교 탄생 비화다. 생전에 걸어서 두발로 목포까지 가고 싶다는, 박지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한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란다.

◆“여가 섬이여 두메산골이여”

상라산 정상에서 바라본 흑산도 열두굽이길과 예리항 풍경
상라산 정상에서 바라본 흑산도 열두굽이길과 예리항 풍경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30분. 홍어의 고장이며 정약전의 유배지로 알려진 흑산도 여행은 일주도로에서 완성된다. 26㎞의 일주도로에 사람과 자연이 잇댄 흑산도의 모든 얘기가 묻어난다. 이 일주도로는 27년 만의 난공사 끝에 지난 2010년 개통됐다.

흑산도(黑山島)는 먼바다에 있어 섬도 깊지만 섬이 품은 산과 골도 매우 깊다. 일주도로를 따라가는 여행에서 이곳이 섬인지 강원도의 어느 산골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흑산도 지명이 머리에 ‘검은 것’을 인 이유는 상라산(227m)을 오르면 안다. 상라산의 흑산도 열두굽이길을 오를수록 산은 짙은 신록을 더한다. 이 길은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등 온산의 상록수림은 사시사철 푸르고 검다. 

난공산였던 흑산도 일주도로 개통을 기념해 세워진 엔젤상. /사진=박정웅 기자
난공산였던 흑산도 일주도로 개통을 기념해 세워진 엔젤상. /사진=박정웅 기자
푸르고 검은 산 그림자가 바다에도 드리웠으니 바다가 검다는 지명 유래도 그럴싸하다. ‘흑산도’든 ‘흑해도’든, 원시의 푸르고 검은 천혜의 자연경관은 이 섬의 상징이다. 상라산을 오르는 흑산도 열두굽이길은 아름답다. 고갯마루에는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우뚝 솟아 있다. 이곳의 전망 포인트는 두곳이다. 노래비 왼쪽의 상라정과 이보다 더 높은 위치의 오른쪽 상라산 봉화대다.  

상라산 화장실에서 바라본 장도와 다도해 풍경. /사진=박정웅 기자
상라산 화장실에서 바라본 장도와 다도해 풍경. /사진=박정웅 기자
상라산에서는 놓치면 아쉬운 전망 포인트는 엉뚱한 데 있다. 바로 화장실이다. 노래비 맞은편 지층에 설치된 화장실은 꼭 둘러봐야 한다. ‘V’자 계곡과 건너편 바다 풍광의 조화가 빼어나기 때문이다. 깊은 골 사이로 보이는 대장도와 소장도 경관에 한참을 머물러도 좋겠다. 이곳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망을 가진 화장실로 명명해도 손색없다.

차량으로 일주도로를 2시간쯤 달리면 흑산도를 돌아볼 수 있다. 여행은 대개 관광버스(인당 1만5000원)나 승합택시(4인까지 기본 6만원, 추가 시 인당 1만원)로 이뤄진다. 관광버스는 단체여행객에게 편하며 개별여행객은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형태다. 9인 미만의 소규모라면 승합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행명소로는 흑산성당, 진리당, 정약전의 유배문화공원과 자산문화도서관, 철새전시관, 옥섬, 무심사지 등을 꼽는다.

홍도의 기암들. /사진=박정웅 기자
홍도의 기암들. /사진=박정웅 기자
하트 모양의 상록수림 사이로 본 홍도1경. /사진=박정웅 기자
하트 모양의 상록수림 사이로 본 홍도1경. /사진=박정웅 기자
해가 질 즈음이면 벌겋게 물드는 홍도(紅島). 흑산도(예리항)에서 40분을 더 가면 홍도다. 이 붉은 섬은 옥빛 다도해의 끝자락에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섬 전체가 홍갈색을 띤 규암질의 바위섬이어서 해질녘에 특히 붉게 물든다는 것이다. 홍도는 섬 자체가 천연기념물 제170호(1965년)이면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제478호(1981년)로 지정됐다. ‘가고싶은 섬’(문화관광부, 2007년) 홍도는 ‘한국관광 100선’(문화체육관광부, 2012년) 1위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런 진면목은 2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유람선투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깃대봉 걷기여행도 홍도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신안5미의 하나인 흑산홍어. /사진=박정웅 기자
신안5미의 하나인 흑산홍어. /사진=박정웅 기자
신안에는 다섯가지 대표 맛이 있다. 민어, 병어, 신안뻘낙지, 흑산홍어, 짱뚱어탕이 신안5미에 속한다. 특산물로는 신안천일염, 섬초, 땅콩, 함초, 무화과, 김 등이 있다. 스마트한 여행시대다. 모바일앱 ‘신안스마트투어’ 하나면 여객선 운항 등 신안여행 전반을 확인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9호(2019년 7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신안(전남)=박정웅
신안(전남)=박정웅 parkjo@mt.co.kr  | twitter facebook

자전거와 걷기여행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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