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범행 도구 구입 모습. /사진=뉴시스(제주동부경찰서 제공 영상 캡처)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에 대해 초동수사를 담당한 경찰관들이 부실수사 논란을 경찰 내부적으로 직접 해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 사건의 초동수사를 담당한 제주동부경찰서 경찰관 5명은 지난 20일 경찰 내부 통신망 ‘폴넷’에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수사 관련 입장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이들은 “우리 경찰서 관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과 관련해 일부 왜곡된 언론보도로 인해 경찰의 명예가 실추됐다. 몇 가지 사실관계에 대하여 말씀드리겠다”며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 초기에 고유정 사건을 타살이 아닌 단순 실종 혹은 자살사건에 무게를 두고 수사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피해자 유족이 펜션 옆에 있는 가정집 CCTV를 확인 요청해 확인하니 피해자 이동 모습이 확인되지 않아 범죄 혐의점이 의심됐다. 그래서 바로 형사 3개팀을 동원해 현장 주변 CCTV를 폭넓게 확인한 것”이라며 “이혼한 부부가 어린 자녀와 있다가 자살의심으로 신고된 사건에 대해 초기부터 강력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하라는 비판은 결과론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비판”이라고 작성했다.

하지만 경찰은 CCTV 영상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피해자 유족이 직접 찾아다 갖다주고 나서야 수사에 착수했다. 또 유족이 피해자와 고유정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찾아 달라고 요청한 뒤에야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다.

폴리스라인을 치지 않는 등 현장 보존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5월31일 감식 종료 후 범죄 현장을 타인이 사용하지 못하게 사건 송치시까지 위 펜션을 경찰에서 지난달 1일부터 12일까지 임대해 출입문을 잠가 뒀다”며 “폴리스라인은 설치 시 불필요하게 인근 주민들에게 불안감이 조성되고, 주거의 평온을 해할 우려가 있었다”고 적었다.

펜션 주인이 현장을 청소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혈흔 검사가 완료된 후였다고 주장했다.

고유정이 살인혐의를 인정한 다음날인 지난 7일 경찰이 현장검증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유에 대해서는 “피의자가 지속적으로 우발적 살인을 주장해 현장검증의 실익이 없다”며 “범죄입증에 필요한 DNA, 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현장검증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현장검증 미시행은 검찰과 협의가 완료된 부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의 현장검증은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이라는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 서장의 결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박 서장이 언급한 ‘조리돌림’은 과거 죄인으로 하여금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죄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고의로 망신을 주는 행위에서 나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