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짜 주인”… 주주행동주의 독보다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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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주의가 최근 국내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일부 경영진의 횡포를 견제해 주주의 권리를 강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이 제도가 가진 한계점도 드러나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주주행동주의의 첫 신호탄은 국민연금이 쏘아올렸다. 국민연금은 스튜어십 코드로 주주권을 행사해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연임을 막아냈다. 이 과정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강력한 힘이 증명됐지만, 동시에 기관투자자의 10% 지분룰 규제가 갖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곧바로 자본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을 제한하는 제도적 한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최근에는 토종 주주행동주의 펀드도 등장해 향후 한진그룹 외 다른 기업에서도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되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한국판 엘리엇’ 등장 예고

국민연금은 올 1월 대한항공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해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강도 높은 주주권 행사를 검토했지만 10%룰 지분(단기매매차익반환 규정) 제도에 발목이 잡혔다. 이후 관련업계에서는 내부 정보이용 가능성이 적은 기관투자자는 10% 지분룰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규제는 지분 10% 이상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꿀 경우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로서 6개월 내에 주식 거래상 차익을 반환토록 한 제도다. 경영 참여는 임원 해임·사외이사 선임·의결권사전공시·회사정관 변경 등이 해당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10% 지분룰을 폐지하고 기관전용 사모펀드를 도입하는 등 펀드 자금 조달과 운용의 자율성을 강화할 방침을 밝혔다. 국내에서도 주주행동주의 바람이 불게 된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9월27일 열린 ‘사모펀드 발전방향 토론회’에 참석해 기업의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모펀드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개편 방안은 향후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발의될 예정이다.

현행 법령상 국내 사모펀드는 전문투자형(헤지펀드)과 경영참여형(PEF)으로 나뉘어 규제가 적용된다. 국내 PEF는 그동안 10% 지분룰 규정으로 대기업에 대한 경영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PEF가 적극적으로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고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는 10% 지분룰 규제 폐지 외에도 의결권 제한 규제 등 글로벌 사모펀드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동시에 구분돼 있던 사모펀드 운용규제를 하나로 합칠 계획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사모펀드의 10% 지분보유 의무, 의결권 제한, 대출금지 등 규제를 푸는 내용이 담겼다. 

법이 시행되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외국계 PEF와의 역차별도 해소될 전망이다. 현행법상 국내 PEF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공격하던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처럼 배당확대, 지배구조 개편 등 투자기업을 압박하기 힘든 구조다.

또 현행 PEF는 기관투자자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전환된다.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 등 전통적인 출자자(LP) 외에 일반 기업들도 기관투자자에 포함될 전망이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말 그대로 기관으로부터만 자금을 받는 펀드다. 운용사(GP)에 대한 검사·감독 권한이 있는 LP로부터만 자금을 조달하면서 금융당국의 개입은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이처럼 기존 규제가 완화되면 사모펀드라도 10% 이하의 소수 지분만을 갖고도 투지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국내에서도 활성화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행동주의 펀드, 독보단 약?

최근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사모펀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다. 과거 사모펀드는 수익 추구를 최우선으로 해서 ‘먹튀 논란’에 시달렸다. 최근에는 사모펀드가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에 참여하면서 자발적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2003년 SK는 글로벌 사모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의 공격을 받았다. 소버린은 1800억원의 자금으로 SK의 지분 14.99%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 경영참여 의사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밝혔고 이후 2년3개월 동안 경영진 퇴진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SK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이를 방어했고 2004년 3월 주주총회에서도 승리했지만 소버린은 8000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남겼다. 다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SK그룹은 지배구조 개선 정책으로 건실한 상태로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결과적으로 소버린이 SK그룹의 경영정책에 영향을 미치면서 그룹의 투명서과 주주가치 향상에 간접적으로 공헌한 측면이 있다”며 “바람직한 지배구조는 회사와 주주의 가치가 극대화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 재벌 등 그룹들의 경우 왜곡된 지배구조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총수일가의 이익이 기타 주주의 이익에 우선시되는 결정이 내려지고 이것이 바로 지배구조의 취약한 부분이 된다”며 “이러한 기업지배구조의 허점을 노리는 것이 주주행동주의 펀드”라고 밝혔다.

주주행동주의 본격화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배당 증가 및 주주환원 요구 확대가 나타날 경우 지주회사의 현금흐름 체력이 향상되며 배당 매력이 부각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해 증시 최대 이슈로 주주참여 확대 및 주주환원 증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라며 “주주환원정책 확대 분위기에 힘입어 지주회사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에 기반을 둔 고 배당주로 변모하는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9호(2019년 7월2일~7월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류은혁
류은혁 ehryu@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류은혁 기자입니다. 이면의 핵심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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