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규제 완화, ‘질병코드 장벽’ 넘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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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자보호시민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온라인게임 성인결제 한도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사진=뉴스1 허경 기자
게임이용자보호시민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온라인게임 성인결제 한도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사진=뉴스1 허경 기자


한동안 무기력했던 국내 게임업계가 모처럼 미소를 찾았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관광·물류·보건·콘텐츠 등 4대 유망서비스를 분야별로 육성하는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 규제 일변도에 놓였던 게임산업이 전환점을 맞이한 것.


관련정책을 통해 월 50만원으로 제한했던 성인의 온라인게임 결제한도가 폐지됐고 셧다운제도 단계적으로 개선될 예정이다. 2017년 중국시장 진입이 봉쇄된 이후 양적 성장에 어려움을 겪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분류 결정으로 막다른 골목까지 몰렸던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일 일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전히 사행성 논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일부 게임이 득세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분류를 두고 사회적 합의를 찾아가는 과정인 만큼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결제자유·사행성 충돌

정부는 게임산업 성장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핵심 규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6년 만에 성인의 월 결제한도가 폐지되면서 국내 게임업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물관리위원회 규정을 통해 온라인게임에 대한 성인 및 청소년 월 결제한도를 각각 50만원과 7만원으로 제한했다.

지나친 과소비를 막기 위한 정책은 스마트폰 보급 활성화에 따른 모바일게임의 급성장과 맞물려 온라인게임의 성장을 저하시키는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월 결제한도가 폐지되면서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 블리자드, 넥슨, 라이엇게임즈,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등 다수의 게임사가 수익성을 확보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월 결제한도 폐지를 통해 과소비 및 사행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대부분의 게임사가 결제한도가 없는 모바일시장에서 수익을 벌어들이는 만큼 온라인게임분야만큼은 제한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규호 게임이용자보호시민협회 대표는 “WHO의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분류에 대한 국내 도입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결제한도를 폐지한 것은 게임사의 이익만을 대변한 것”이라며 “즉각적으로 결제한도 폐지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이런 점을 경계했다. 그는 “한도폐지는 성인의 결제를 제한해 왔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몇가지 이슈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 교수는 “현재 결제한도 폐지에 영향을 받는 게임은 대부분 대형 게임사의 타이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소업체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며 “한 사람이 수천만원 이상 소비한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공격도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이 나서서 내부적으로 한도를 정하는 등의 대응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셧다운제 사라질까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에서 제시된 단계적 셧다운제 개선안도 강한 파급력을 보일 전망이다. 셧다운제는 특정 시간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로 현행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강제적 셧다운제와 게임시간 선택제로 운용됐다.

강제적 셧다운제의 경우 만 16세 미만의 경우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일률적으로 게임 이용을 제한해 온 만큼 실효성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져 왔다.

특히 청소년의 수면권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강제적 셧다운제가 부정적 인식과 함께 게임업계 매출감소로 이어져 산업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이슈에 주목하며 셧다운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산업을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을 통해 셧다운제 개선을 합리적으로 진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여성가족부 등 유관부서와 협의 후 단계적 개선안을 통해 강제적 셧다운제와 게임시간 선택제로 운용했던 정책을 일원화할 계획이다.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관계자는 “1단계가 현상태인 강제적 셧다운제라면 부모나 본인 동의하에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2단계로 도입할 예정”이라며 “그 다음 단계에서는 게임 이용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대신 부모나 본인이 원할 경우에 한해 게임시간 선택제처럼 일정기간만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문체부가 구체적 개선방향을 검토하고 있지만 셧다운제의 단계적 개선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가 만든 셧다운제의 경우 2021년 5월19일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단계적 개선을 거치면 법안 개정이 불가피하다.

셧다운제의 단계적 개선이 진행되면 장기적으로 게임산업의 성장과 수익 상승이 기대되지만 청소년 보호에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WHO의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분류가 특정 계층인 청소년에 기준을 맞춘 점도 민감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 육성과 이용자 보호 가운데 한 분야의 무게가 치우칠 경우 정책 개선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는 업계 차원에서 반색할 만한 일이지만 내부에서도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대중에게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자정작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0호(2019년 7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채성오 cso86@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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