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금리인하, 은행엔 ‘이벤트’ 보험엔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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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3년1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그동안 외국인 자금이탈 등의 우려로 금리동결을 유지해왔지만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하에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이번 경기부양책 효과로 기업의 비용부담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가계의 이자소득 감소도 불가피해 노후연금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은 오히려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동산시장은 호가가 오르는 등 벌써부터 꿈틀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혼돈이 예상된다. 한은이 올해 안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머니S>는 현 상황을 진단하고 금리인하에 따른 시장 변화를 조명해봤다. <편집자주>

[3년 만의 금리인하, 후폭풍 온다-중] 금융업종 영향은?

7월18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내렸다. 2016년 6월 조선업 구조조정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 3년 만이다. 2015년 3월, 6월에도 경기부진과 메르스 사태 등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한은은 경기하방 흐름이 뚜렷할 때 금리를 인하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달 말 열릴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금리가 0.25%p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높아 한은 역시 인하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었다. 다만 시장에서는 7월 동결 이후 ‘8월 인하’한다는 예상이 우세했다. 한은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배경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국내 설비투자 부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이윤청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이윤청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성장세와 물가 상승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돼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며 “낙관했던 미중 무역협상이 반전되면서 비관적인 전망을 하다가 극적으로 재개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통화정책 스탠스가 큰 폭으로 바뀌는 등 변화가 많았다”고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경기회복 효과 '불확실'

금리인하 목적은 경기 활성화다. 금리인하는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고 시중에 돈이 풀려 투자, 소비 활성화로 이어진다. 통화정책 효과는 9월 이후 확인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과거 금리인하 사이클을 고려했을 때 금융시장 활성화와 실물지표 상승은 평균 3~9개월 이후에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주가와 환율은 평균적으로 2개월 동안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본격적인 주가·원화가치 상승 시점은 금리 인하 후 7개월 뒤 시점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심리지수, 기업경기실사지수 등도 3개월 이후 저점을 통과한 뒤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지표는 각각 소비자와 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를 나타낸다. 정희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6조7000억원(+7600억원, 일본 수출규제 대응)의 추경예산안이 집행되고 소재 국산화를 위한 정부지원이 이어져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연내 경기회복의 속도는 높지 않을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기준금리가 결정되면 국고채, 금융채, 회사채 금리도 따라간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은 오르게 된다.

만기금액이 정해져 있는 채권은 현재가치로 가격을 정한다. 한 예로 3년 만기 시 1만원을 받을 수 있는 국채가 있다고 가정하자. 국채금리가 1%일 때 국채의 현재가치는 9708원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9708원짜리 채권이 3년 뒤 1만원과 같다는 말이다. 금리가 5%라면 현재가치는 8695원이다. 만기는 고정돼 있고 금리에 따라 국채의 현재가치가 바뀌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채권시장은 금리인하 조치로 강세를 보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리인하 결정 당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bp 떨어진 1.34%, 10년물은 1.47%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3년물 금리는 7월15일 기준으로 1.434%, 10년물은 1.582%를 각각 기록한 후 4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3개월물부터 50년까지 전 만기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1.50%)보다 낮아졌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물 대비 장기물 하락폭이 더 가파르게 나타났다. 한은은 잠재성장률도 0.3%p 하향 조정하면서 저성장·저물가 상황이 이어진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장기물 중심으로 매수세가 좀더 확대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3년 만의 금리인하, 은행엔 ‘이벤트’ 보험엔 ‘불청객’

◆금융권은 업종별로 '희비'

금융업의 주 수입원은 예대마진이다. 예대마진은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나머지 부분이다. 성용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결정 자체가 은행,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 등 여·수신업에 악재라고 판단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여신과 수신 간 금리 하락 속도에 차이가 발생해 순이자 스프레드가 일시적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하락으로 전체 이자이익이 늘어날 여지도 있다. 금리하락 시 이자부담이 줄어 대출자산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소비자가 이자부담이 줄어 추가 대출을 늘리면 은행에는 긍정적이다. 또 이자부담이 줄어 연체가 발생하는 대출 규모가 감소하는 것도 호재로 볼 수 있다.

성 연구원은 “아직 시장 전반에 대출 수요가 살아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금리인하가 은행업종 실적에는 종합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는 이벤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보험은 상황이 다르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금리인하가 부담스럽다. 금리가 내려가면 보험료 운용수익이 줄어들고 책임준비금(부채) 부담이 커진다. 2000년대 초반까지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판매하며 몸집을 키운 생보사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자산운용으로 버는 돈보다 보험금으로 나가는 돈이 많은 역마진 현상이 발생한다.

자본확충 부담도 커진다. 새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시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위한 할인율도 하락해 부채가 늘고 자본은 감소한다. 자본확충을 더 해야 하는 것이다.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의 금리가 낮아져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게 그나마 다행인 점이다.

금리인하 이후 닷새 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국회 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성장률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일본 수출규제는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2.2%)에 충분히 반영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인하로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응할 여력이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일본 수출규제가 악화된다면 대응해야 한다”며 “금리를 인하했지만 아직까진 통화정책으로 경제 상황에 대응할 여력은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3호(2019년 7월30일~8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심혁주
심혁주 simhj0930@mt.co.kr  | twitter facebook

금융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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