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외쳐도, 청바지 입어도 ‘꼰대는 꼰대’?

인터뷰 / 박준 대한상공회의소 기업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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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품격’이란 무엇일까.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만족스런 사내복지를 누리고 성과에 따른 수당을 충실히 받는 사회생활을 의미하지 않을까. ‘꼰대’ 없는 조직문화는 기본이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지켜져야 한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지만 최소한의 사각지대는 해소돼야 하지 않을까. 이에 <머니S>는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과 손잡고 창간 12주년 기획으로 ‘좋은 직장’의 요건에 대해 알아봤다. 퇴사의 주 이유가 무엇인지,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있는지 살펴보고 전문가로부터 ‘일터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일터의 품격-⑤·끝] 무늬만 ‘혁신’이 만든 병든 기업문화

“기업들의 조직문화 개선활동은 보여주기식에 그칠 뿐 근본적인 부분이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겉은 혁신을 표방하지만 속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청바지 입은 꼰대’인 거죠.”

최근 우리나라 기업이 펼치는 조직문화 개선활동을 바라본 박준 대한상공회의소 기업문화팀장의 냉철한 평가다.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이 ‘좋은 직장’의 최우선 가치로 주목받자 기업들이 다양한 조직문화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개혁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딘 조직문화 개선, 왜?

우리나라 기업문화의 고질적인 병폐는 대한상의가 여러차례 지적해온 문제다. 대한상의가 맥킨지컨설팅과 손잡고 2016년과 2018년 두차례에 걸쳐 조사한 글로벌기업 대비 우리나라기업의 조직문화수준 결과에는 이 같은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차 조사에서 국내기업 77%의 조직건강도가 글로벌 하위권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2차 조사에서는 직장인의 88%가 1차 시기 대비 “변화가 미흡하다”고 진단한 것.

또한 ▲습관적 야근 ▲비효율적 회의 ▲과도한 보고 ▲소통 없는 일방적 업무지시 등 한국 고유의 조직문화 항목은 두차례의 조사에서 모두 50점 내외의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별다른 개선이 없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박준 대한상공회의소 기업문화팀장. /사진=장동규 기자
박준 대한상공회의소 기업문화팀장. /사진=장동규 기자

박 팀장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도 변화가 더딘 이유가 기업들의 개선활동이 대부분 캠페인성 구호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정시퇴근’ 제도를 예로 들었다. 현재 일부 기업에서는 정시퇴근 장려를 명목으로 퇴근시간이 되면 강제로 컴퓨터 전원을 차단하거나 퇴근 안내방송을 한다. 야근자가 많은 부서의 관리자급 임원에게 페널티를 주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는 야근을 하게 되는 원인이나 구조적인 문제점은 놔둔 채 무작정 퇴근만을 강요하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박 팀장은 “형식적인 활동에 그치다 보니 제도가 실질적으로 안착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조직원들 또한 반복되는 혁신 구호에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는 초기의 시행착오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팀장은 “조직문화 개선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른 건 몇년 되지 않았다”며 “이제 막 출발선상에서 여러가지를 시행하려다보니 착오를 겪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조직문화를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 팀장은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비합리적 성과관리 ▲리더십 역량부족 등 세가지를 중점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대 간 차이 이해가 먼저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의 대표적인 예는 ‘이심전심’ 업무지시다. 이를테면 업무를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지시하고 막상 결과를 내밀면 ‘왜 이런 식으로 하느냐’, ‘말귀를 못 알아듣느냐’고 다그치는 식이다. 박 팀장은 “수년간 같이 일한 직원이면 몰라도 신입사원은 상사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비과학적인 업무전달로 불필요한 시간과 노동력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연공서열이 아닌 직무와 성과를 중심으로 합리적인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며 “리더들도 명확히 방향을 제시하는 등 세가지 요소가 어우러져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조직문화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무엇보다 직장 내 세대갈등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에는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다양한 세대가 공존한다. 그런데 세대마다 경험한 문화나 관습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가치관 역시 다를 수밖에 없고 이들의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조직문화의 문제점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우리나라는 유례없이 빠른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현재 한 직장 안에 밀레니얼세대, X세대, 베이비붐세대 등 다양한 세대가 있다”며 “상명하복식 군대문화, 잦은 야근과 회식 등 기성세대에겐 당연했던 조직문화가 개인의 사생활을 최우선시하는 밀레니얼세대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꼰대문화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기성세대에겐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이 이기주의, 책임감 결여 등으로 읽힐 수 있다. 이 같은 세대 간 서로 다른 사고방식이 불협화음을 만들고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박 팀장은 “대한상의는 그간 기업문화의 문제점을 짚고 개선 방향을 제시해 왔다”며 “올해는 직장 내 세대갈등 문제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대별 관점과 인식의 차이를 파악해 서로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잘못된 관습을 고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한다”며 “30개 기업과 해당 기업 소속 1만여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이와 관련한 내용을 조사해 연말쯤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608호·6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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