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추락하는 소금 값' 신안 염전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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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째 천일염 값이 폭락하자 소금 생산을 중단한 신안 압해읍의 폐염전 /사진=홍기철기자
수 년째 천일염 값이 폭락하자 소금 생산을 중단한 신안 압해읍의 폐염전 /사진=홍기철기자
"소금을 생산해도 인건비도 안 나온다. 일하는 사람들 임금 정리하고 염전 문 닫아야 할 것 같다."

5일 천일염 국내 최대 산지인 전남 신안군 압해면의 한 염전.

저염식 식문화로 소금 소비가 급감하고 중국산 소금 수입까지 급증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염전종사자들이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소금값에 깊은 한숨을 내쉰다.

이웃 염전도 사정은 비슷하다. 임대해 염전을 운영하다보니 어쩔 수없이 임대료를 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20㎏ 천일염 한가마니 가격이 커피 한잔 값에도 못 미치는 2000원대 아래까지 최근 산지 소금 값이 형성되자 염전농가의 탄식 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염업 종사자들은 20㎏한가마니 가격이 4000원 선은 회복해야 염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형기 신안군 천일염 생산자협회장은 <머니S>와 인터뷰에서 "저의 천일염만 특별하게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1차 산업은 폭락을 하거나 하면 대책을 내놓는데 저희 천일염 만큼은 방임하듯이 하고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안타깝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쓴소리를 토해냈다.

그는 "현실적으로 천일염이 2008년 식품으로 변경되면서 막대한 투자를 했다. 기존 시설을 철거하고 식품에 적합한 소재로 교체하다보니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있다"면서 "현 천일염 가격으로는 이자도 감당할 수 없다. 근데 인건비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누구 한사람 죽어야만이 그 업종에 관심을 갖습니다. 택시업계도 죽으니까 해결책을 내놓고, 우리도 죽어야 한단 말입니까. 우리도 정부에 세금내고 정부허가를 얻어 하는 사람들인데 전체적인 이익을 위해서는 소수는 죽어야한다는 논리가 어디에 있습니까 세상에…"라며 소금값 하락에 따른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염전업계는 수 년째 소금 값이 폭락한 원인을 정부 정책 탓으로 돌렸다.

정부에서 나트륨과 인산염 등 화학 나트륨과 구분을 못한 홍보로 천일염이 나쁜 것이라 호도되고 있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또 정부의 이 같은 잘못된 홍보로 소금 소비가 28% 감소했다며 염전업계가 분개하고 있다.

염전업계는 무분별하게 수입되는 중국산 소금과 중국산 절임배추가 국내 천일염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대책마련도 정부에 촉구했다.

 폐염전에 들어선 신안 팔금의 태양광 시설/사진=홍기철기자
폐염전에 들어선 신안 팔금의 태양광 시설/사진=홍기철기자

◆염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기지로 탈바꿈 될 판

최근 외국계 한 신재생에너지 기업이 신안군의 염전을 매입하거나 임대해 태양광 사업을 하기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폐 염전을 매입하거나 임대로 여러 곳의 염전을 이미 확보한 이 업체는 300메가와트(MW)급 태양광발전소 건립과 관련해 약 300ha의 부지를 매입할 계획이다.

이처럼 신안군의 염전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보고로 떠오르자 웃돈까지 줘가며 염전부지 매입을 위해 재생에너지 기업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사업이 돈이 된다는 말에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들어 혼탁양상을 보이는가 하면 투자자를 모집해 사업주가 투자금을 챙겨 도주하는 일명 '떳다방'식의 투자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내 최대 염전을 보유한 신안군이 재생사업의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

정부의 실효성 없는 정책이 계속될 경우 소금 산업 고사로 이어져 '태양광시설이 염전을 가득 메우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염전 업계의 푸념도 들린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남지역 폐전·폐업 현황을 살펴보면 99개소가 폐업했으며 면적으로 530ha에 이른다. 이중 태양광으로 전환한 46개소의 염전 면전이 356ha에 달한다.


◆전남도-신안군 '소금 박람회' 개최 등 천일염 산업 활성화 '안간힘'

천일염 생산자들의 고충이 가중되자 관계기관에서도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상황이 녹녹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천일염 생산현장을 방문해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수 차례 청취했다. 또 최근에는 박병호 도 행정부지사 주재로 천일염 산업 활성화를 위해 업계, 학계,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 묘책 찾기에 나섰다.

산지종합처리장 설비 지원 등 간담회 건의사항을 법령 검토해 중앙부처에 건의 한 것. 판로 개척에도 행정력을 집중했다. 2021년까지 150억원이 투입된 천일염 종합유통센터를 건립키로 했다.

신안군은 천일염 소비 촉진을 위해 서울시와 겨울철 제설 긴급 상황에 천일염 사용 업무협약을 지난 6월 체결했다.

신안군은 농작물 병해충 방제에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서 천일염 사용 농작물재배 시험포를 운영하고, 천일염 테마공원도 조성 할 계획이다.

신안 압해읍의 새우양식장 /사진=홍기철기자
신안 압해읍의 새우양식장 /사진=홍기철기자

아울러 시중에 3년간 숙성한 고품질 천일염만을 유통할 수 있도록해 천일염 고품질화로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천일염 등급이 낮게 나오는 염전은 왕새우양식장과 태양광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수급조절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또한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수출기업 육성에도 나섰다. 한 업체당 5000만원씩 총 3억원을 투입해 수출상품 개발 및 박람회 참가, 국내외 바이어 초청 등 해외 마케팅 지원에 눈을 돌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김장철 이전 TV, 인터넷, 영화관 등 매체를 통해 전남산 천일염을 집중 홍보키로 했으며 광주김치타운, 한국장류기술연구회 등 천일염 대량 소비처를 발굴키 위한 현장 홍보에도 매진하고 있다.

특히 전남도와 신안군 등은 오는 14일 서울 코엑스홀에서 천일염 소비촉진 및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해 '소금박람회'을 개최키로 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신안은 유네스코가 지난 2016년 신안다도해생물권보전지역 확대 지정했고 신안갯벌을 포함한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 등재가 확실시 된다"면서 "생태적 우수성을 자랑하는 세계 5개 갯벌에서 생산되는 신안천일염이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나 가격 폭락으로 생산농가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군수는 "지방자치단체로서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논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같이 천일염에도 품질등급제와 변동직불제 제도를 도입해 일정가격을 보장, 세계적으로 우수한 우리 천일염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안=홍기철
신안=홍기철 honam3333@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호남지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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