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주년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빌딩 인근에서 열린 민중당 자주통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일본 전범기인 '욱일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구윤성 기자

"우리가 일제시대에 그렇게 당했지만 이제 우리도 강한 나라가 됐으니 여러분이 한마음 한뜻이 돼서 아베를 규탄합시다. 아베한테 사죄 한마디 듣는 것이 소원입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광복 74주년을 맞아 일본의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서울 도심에 울려 퍼졌다. 15일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서울광장에서 '광복 74주년 일제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회·국제평화행진'을 진행했다. 공동행동에는 겨레하나, 민족문제연구소 등 10여개 시민·사회 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제법 굵은 빗방울이 내린 날씨에도 주최측 추산 약 2000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서울에는 10호 태풍 크로사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렸지만 참가자들은 비옷을 입고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가 직접 광장을 찾아 그 의미를 더했다. 이춘식 할아버지는 "할 말은 많지만 말을 다 못 드리겠다"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대회사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피해 회복을 요구하는 것은 일본이 역사를 바로잡게 하려는 첫 관문"이라며 "지금 일본 정부나 법원이 취하는 부당한 처사는 태평양 전쟁 때 저지른 파시즘적인 끔찍한 역사를 청산하지 않겠다는 뻔뻔스러운 야만 행위"라고 밝혔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향한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오다가와 요시카스 일본 전국노동조합총연합 의장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개인 청구권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최고 재판소도 인정했다"며 "역사에 무역 문제를 끌어들이는 일본의 비상식적 행동은 과거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잘못된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도 연대사에서 "일본은 사죄와 반성은커녕 우리 민족의 통일을 방해하고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며 경제 침략행위까지 일삼고 있다"며 "일제의 특대형 국가 범죄를 반드시 결산하고 천백배의 대가를 받아내야 한다"고 전했다.

행사에는 일본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한국 대학생과 청소년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아베는 사죄하라' '강제동원 배상하라' 등 구호가 적힌 만장을 들고 일본대사관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1만6203명의 서명이 적힌 용지를 일본대사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오후에도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진다.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에서는 아베규탄시민행동이 제5차 '아베규탄, 범국민촛불대회'를 연다. 주최 측은 약 1만5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약 1만명이 참석하는 전국 노동자 대회를 개최한다.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등 청소년 단체도 오후 5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주변에서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벌인다.

한편 일부 보수단체들도 문재인 정부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보수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역과 광화문광장 등에서 본격적인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