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800건, 처리법안 0건… 일 안하는 국회 '과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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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열린 국회 과방위전체회의. /사진=뉴스1 DB
지난 7월 열린 국회 과방위전체회의. /사진=뉴스1 DB

20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최악의 모습을 보인다. 과방위는 지난 3월 KT 청문회 이후 이렇다할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식물상태가 됐다. 현재까지 처리하지 못하고 쌓인 현안만 800건이 넘는다. 매번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파행을 거듭하는 탓에 과방위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됐다. 일각에서는 과방위의 신경전으로 4차 산업혁명의 골든타임이 낭비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월 개각 청문회 증인 두고 또 신경전

최근 과방위에서 여야는 정부 개각 인사청문회를 두고 한차례 맞붙었다. 지난달 23일 과방위는 약 5개월 만에 전체회의를 열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 후보자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 실시계획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자유한국당은 없었다. 여야는 증인채택을 두고 이견을 보였고 10분 만에 정회했다. 이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항의의 의미로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증인으로 이효성 현 방통위원장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청문회 일정을 미루겠다고 맞섰다. 자유한국당 측은 “이효성 위원장을 채택해달라고 건의했으나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이 위원장이 청와대에 반기를 들어서 사실상 경질된 셈이다. 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증인으로 신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자유한국당은 한 후보자의 청문회 증인으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최승호 MBC 사장, 양승동 KBS 사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김택수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성동규 중앙대학교 교수 등을 신청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요청한 증인 가운데 일부를 참고인으로 채택하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한국당이 거절했다고 맞섰다. 특히 민주당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청문회에 소환하는 것을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측은 “애초에 한국당이 요구한 인물들을 넣어 배려했고 바른미래당과도 잠정합의한 바 있다”며 “증인채택을 의결한 것은 청문 기한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 국회법상 불가피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방위는 법안처리가 부진한 상임위원회로 악명이 높다.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시절인 2016년에는 단 한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일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업무에 대한 열의를 보였지만 긍정적인 흐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도 과방위는 여야의 국회 정상화 합의를 통해 산적한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과방위는 ▲유료방송합산규제 및 인수합병 ▲기금운용 및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개인정보보호3법 등 처리가 시급한 현안을 단 한건도 처리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예결심사 소위. /사진=뉴시스 DB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예결심사 소위. /사진=뉴시스 DB


◆4차 산업혁명 골든타임 놓칠라

과방위는 과기정통부, 방통위,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그 산하기관을 관할한다. 대부분의 국책과학기술연구소부터 첨단 정보통신기술(ICT)를 총괄하는 기관을 지휘해 ‘미래먹거리’를 발굴하는 중책을 담당한다. 때문에 각 사업이 규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법안마다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 과방위는 ‘유배지’로 묘사된다. 미래산업과 관련된 각종 현안을 다룰 수 있는 곳이지만 방송시장을 둘러싼 여야 이견 차가 크기 때문에 제대로된 업무 처리를 할 수 없다는 점이 과방위를 기피하게 만든다.

실제 올초부터 지난 7월 말까지 과방위는 전체회의를 19회(법안검토 4회, 현안보고 3회, 업무보고 2회, 청문회 2회, 공청회 2회, 4차 산업혁명위원회 관련 6회) 개최했다. 그마저도 법안검토 전체회의 4회 가운데 1회는 여야 정쟁으로 연기됐다. 사실상 법안검토 및 의결은 단 한차례 열린 셈이다. 가결된 법안은 13건이지만 이마저도 여야간 의견 차가 크지 않은 비쟁점법안이다.

문제는 20대 과방위가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10월을 전후해 국회는 국정감사 일정으로 바쁘게 돌아간다.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총선 정국이 이어지는데 이는 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5월까지 계속된다. 과방위에 산적한 현안이 800건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현안은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는 최대 현안인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비롯한 쟁점법안의 논의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8월 개각으로 인한 인사청문회 등 관련 절차만 한달 이상이 걸리고 앞으로 남은 일정상 전체회의가 열릴 수 있을 지 미지수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아울러 한 후보자와 최 후보자 중 한명이라도 낙마할 경우 리더십 공백으로 인한 시장 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난 3월 조동호 카이스트 교수가 신임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지만 부실학회 출장과 자녀의 호화 유학이 발목을 잡아 중도 사퇴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1년 넘게 과방위의 문턱을 넘지 못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ICT산업이 법안·규제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 만큼 국회의 시그널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권과 기업, 정부가 함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시점에 허송세월을 보내 심히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608호·6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박흥순 soon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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