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패치워크 인문학 - 61] 나봇의 포도밭과 솔로몬의 판결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지난 4일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해 회동하고 있는 3당 원내대표_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지난 4일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해 회동하고 있는 3당 원내대표_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괴테는 <파우스트> 5막에서 바우키스와 필레몬 노부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파우스트를 그리고 있다. 파우스트는 바다를 간척해 자신의 지배권과 소유권을 향유하면서 멋진 궁전도 지을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오기 전부터 그곳에 살던 노부부는 자신들이 가꾼 과수원과 오두막집 대신 다른 곳에 집과 과수원을 마련해주겠다는 제의를 거절한다. 그리고 기도하기 위해 교회로 가서 종을 친다.

파우스트의 영혼을 산 대가로 그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줘야 하는 메피스토는 노부부를 이주시키기 위해 떠나면서 <구약성서>에 나오는 ‘나봇의 포도밭’을 언급한다. 사마리아 왕 아합이 그의 궁에 가까운 나봇의 포도밭을 사려고 했지만 나봇은 팔지 않았다. 아합의 부인 이세벨 왕비는 나봇에게 거짓 죄를 뒤집어씌워 죽이고 아합이 그 포도밭을 차지했다. 메피스토는 노부부의 과수원과 오두막을 빼앗는 것이 올바르지 않음을 알지만 그 일을 수행한다.

◆누가 ‘나봇의 포도밭’을 빼앗는가

나봇의 포도밭 뺏기는 현대판 토지수용과 비슷하다. 도로나 철도, 댐이나 공장, 아파트 등을 건설할 때 공사구간에 포함되는 땅은 평가기관의 ‘공정한 가격평가’를 기준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고 ‘강제로’ 수용한다. 가끔 ‘알박기’로 애 먹이는 사람이 있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대대로 살던 정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아합과 이세벨처럼 억지로 죽이고 강탈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필요악이라고나 할까.

<열왕기상>에서는 ‘나봇의 포도밭’을 강탈하려다 왕위까지 빼앗긴 르호보암 왕 얘기도 나온다. 지혜의 왕으로 추앙받는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은 왕위에 오르자 정치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먼저 그와 정적 관계에 있던 여로보암이 “왕의 부친이 우리에게 시킨 고역과 무거운 멍에를 가볍게 하라”고 간했다. 다음으로 솔로몬 생전에 그를 모셨던 노인들도 “왕이 백성의 종이 돼 저희를 섬기고 좋은 말로 대답해 이르시면 영영히 왕의 종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르호보암은 이런 말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자기와 함께 자라난 소년들이 “나의 새끼손가락이 내 부친의 허리보다 굵으니 나는 너희 멍에를 더욱 무겁게 하고 전갈로 너희를 징치하라”고 한 말을 따랐다. 새끼손가락이 허리보다 굵을 리가 없건만 르호보암은 경험과 지혜가 짧은 소년들의 아첨을 믿고 백성들의 요구를 들어주라는 노성인들의 조언을 버렸다.

백성의 멍에를 더욱 무겁게 하고 전갈로 징치하는 것은 나봇의 포도밭을 강탈하는 일이었다. 폭정에 시달린 이스라엘 백성은 결국 반란을 일으켰다. 르호보암은 예루살렘으로 간신히 도망가고 여로보암이 이스라엘의 새로운 왕이 됐다. 공직자는 백성과 이익을 다투지 않는다는 원칙을 저버렸을 때의 결과가 엄혹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솔로몬의 판결과 르호보암의 과오

다윗이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취해 낳은 아들 솔로몬은 지혜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는 꿈에서 만난 여호와에게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는 지혜로운 마음을 주어 백성을 재판해 선악을 분별하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여호와는 이에 대해 “네가 수(壽)와 부(富)와 원수의 생명을 멸하는 것을 구하지 않고 오직 송사를 듣고 분별하는 지혜를 구하니 너처럼 지혜롭고 총명한 사람은 전에도 후에도 일어남이 없을 것”이라고 응답한다.

솔로몬은 여호와에게서 받은 지혜를 갖고 인구에 회자되는 명판결을 내린다. 여인 두명이 아이 한명을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자 “칼로 아이를 둘로 나누어 반씩 주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한 여인은 “반쪽이라도 달라”고 하고 다른 여인은 “반쪽으로 자르지 말고 온전하게 다른 여인에게 주라”고 했다. 그러자 솔로몬은 “아이를 자르지 말고 다른 여인에게 주라고 한 여인이 진짜 어머니”라고 판결했다.

솔로몬의 판결은 지혜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따져보면 판결의 원리는 지혜에다 어짊과 사랑을 버무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른 것은 그 아이에 대한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진짜 어머니는 오로지 아이의 삶과 행복을 원했지만 가짜 어머니는 죽은 아이의 반쪽이라도 차지하겠다는 비(非)사랑을 드러냈다.

◆동이이, 발전과 쇠퇴의 갈림길

정치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며 사람을 살리는 데는 어진 정치(仁政)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인정의 출발점은 다른 사람들이 나와 똑같이 자존심을 갖고 있으며 가치관과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공자는 이를 <주역> 서른여덟번째 괘 화택규에서 동이이(同而異)라고 설명했다.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뜻이다. 이는 <논어>에서 밝힌 “군자는 화합하지만 똑같지 않고 소인은 똑같지만 화합하지 않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같지 않지만 다름을 인정해서 화합하면 가인 괘처럼 조화로운 가정과 사회를 이뤄 인정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면 패거리들의 ‘의리’만을 외치면서 화합을 이루지 못해 어려움에 빠지는 건(蹇)에 직면한다. 건괘는 준(屯) 감(坎) 곤(困)과 함께 4대 난괘(難卦)로 통할 만큼 산 넘고 물 건너야 할 상황을 가리킨다.

장자는 “백성을 다스리는 임금의 정치는 노망멸렬해서는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벼와 곡식을 잘 거두려면 잡초를 제거하고 병충해를 막아야 하며 그렁풀과 잡초처럼 엉클어지듯 백성을 이리저리 찢어 발려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렁풀은 그령(암크령)처럼 엉클어진 풀인데 결초보은에 쓰였던 긴 풀이다.

2019년 9월은 8월에 불거진 여러 일들이 마무리되지 못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은 위정자들의 ‘땅따먹기’에 관심 없다. 오로지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과 안보에 걱정 없기를 바랄 뿐이다.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 준 사람들이 국민이 위임한 힘을 자기들이 원래부터 갖고 있었다고 착각하면 노망멸렬 정치를 펴게 된다. 백성들에 의해 쫓겨난 르호보암의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은 본인은 물론 국민과 역사에 큰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0호(2019년 9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 코스피 : 3013.09하락 86.612:07 02/26
  • 코스닥 : 916.21하락 2012:07 02/26
  • 원달러 : 1121.20상승 13.412:07 02/26
  • 두바이유 : 66.11하락 0.0712:07 02/26
  • 금 : 65.39상승 2.512:07 02/26
  • [머니S포토] 국회 문체위, 의견 나누는 황희 장관
  • [머니S포토] '일상 회복을 위해 백신접종'
  • [머니S포토] AZ 백신접종 당일, 정부 거리두기 방침은
  • [머니S포토] 한국 상륙 추추 트레인 '추신수'
  • [머니S포토] 국회 문체위, 의견 나누는 황희 장관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