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칼럼] '수학 엘리트'는 왜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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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학올림피아드.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포츠의 국제올림픽대회에서 한국이 종합 3위를 한다면 국민들은 대단히 열광할 것이다. 더욱이 1위를 한다면 말할 나위가 없다. 반면에 국가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산업의 밑바탕이 되는 수학 분야의 국제올림픽대회에서는 한국이 종합 3위 또는 1위를 해도 사람들의 반응이 그리 높지 않다. 누가 금메달을 받았는지에는 더더욱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내 자식이 국제대회에서 상을 받는 경우라면 필기시험을 보지 않고 명문대 입학이 수월해지니까 좋아할 것이다. 학술논문의 제1저자가 연구에 실제 기여도와는 무관하게 교수 개인의 손끝에서 정해질 수도 있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의 금메달은 공정하게 평가돼 받는 국제대회의 큰 상이다.

한국은 7월11일부터 22일까지 영국 바스에서 열린 2019년 제60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112개국 중 종합 3위를 차지했다. 총 621명의 대회 참가자 중에서 한국 대표팀(단장 송용진 인하대 교수) 6명 전원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 루마니아 클루지나포카에서 열린 제59회 대회에서는 107개국 594명의 참가자 중 한국 학생들이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를 수상하며 종합 7위에 올랐었다.


올해 수상자 6명은 강지원(3학년), 김홍녕(3학년), 송승호(3학년), 조영준(3학년), 고상연(2학년), 김지민(1학년)으로 모두 서울과학고 학생들이다. 김홍녕, 송승호 학생은 2년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학에 들어가면 참가 자격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연속 금메달 수상은 여기서 그치게 된다. 이번 대회에서 만점자는 전체 참가자의 1%에 해당하는 6명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조영준 군이 문제 6개를 모두 맞혀 42점 만점을 획득, 개인 성적 1위를 기록했다. 역대 대회에서 한국의 만점자는 1995년에 처음 배출됐으며 2016년에는 3명이나 만점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수학 올림피아드.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수학 올림피아드.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수학은 산업기술 발전의 바탕


이번 대회에서 국가별 종합 성적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똑같이 총 227점을 얻어 공동 1위에 올랐다. 국제사회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나란히 1위를 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청소년 시절부터 기초 수학 분야에 뛰어난 엘리트 학생들이 있었다는 얘기이며 수학 우수자의 저변 확대가 이뤄지면 기술에 바탕을 둔 산업 발전도 가능해진다. 한국은 금메달 수가 미국, 중국과 똑같이 6개였지만 한 점 차인 226점으로 3위가 됐다. 종합 점수만으로 따지면 지금까지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거뒀던 가장 높은 점수인 209점(2012년)을 17점이나 넘기면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과 중국은 거의 항상 톱3에 들었다. 2018년 대회에서는 1위 미국, 2위 러시아, 3위 중국 순이었다. 한국(7위)은 대만(6위)보다 아래였고 싱가포르(8위)보다는 위였다. 개최국인 루마니아는 스포츠 경기와 달리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없기에 33위에 그쳤다. 2018년 2위였던 러시아는 2019년 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에 총 179점을 받아 6위로 내려앉았다. 흥미롭게도 이번 대회에서 북한이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에 총 187점을 받아 한국 바로 아래인 종합 4위에 올랐다.

북한은 1990년 중국 대회에 처음 출전해 19위를 차지한 이후 2009·2013년에 5위, 2015년에 4위에 오르는 등 종종 상위권 성적을 거뒀다. 1991년 스웨덴에서 열린 제32회 대회에서는 북한 참가 학생들이 부정행위로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역사상 처음으로 실격 처리됐으며 2010년에도 부정행위 의혹을 받고 실격 처리돼 북한 대표팀엔 총 2번 실격당한 불명예 기록이 있다. 직전 해인 2009년 독일 대회에서는 북한 학생이 문제 풀이 도중 자꾸 화장실에 다녀와 소지품 검사까지 받는 등 부정행위 논란이 있었지만 그냥 넘어가며 종합 5위를 했다.


◆북한, IMO 우수자 특별관리

북한에서 올림피아드 참가자로 선발된 학생은 국가의 특별대우를 받으며 다른 수업을 거의 듣지 않고 올림피아드 공부에 전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금메달 수상자 M군은 그 뒤 북한의 고급기술자 및 과학자 양성기관인 김책공업종합대학에 들어가서 2016년 4월에 국제 인터넷프로그램 대회인 코드셰프 경연에서 우승했다. 2017년에는 인터넷상에서 프로그래머들이 코딩 실력을 겨루는 '코드포스'에서 미국 IT 기업 드롭박스와 구글팀을 이겨서 '프로그램 스타'가 됐다. 올해 4월에는 김책공대 학생팀으로서 포르투갈에서 열린 국제 대학생프로그래밍대회(ICPC)에서 은메달을 받았다.

북한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킹 능력을 갖추고 사이버 테러요원이 될 대학생들이 중국에서 해킹 실습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8월6일)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세계 여러 금융기관과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약 20억달러(2조4000억원)의 자금을 모으기 위해 정교한 해킹기술을 사용한다고 언급했다.

2016년 홍콩과학기술대학에서 열린 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로 6위를 차지한 북한은 이후 2년 연속 불참했었다. 2016년 참가자 중 L군이 은메달을 획득한 후 과학기술대 기숙사에서 몰래 빠져나와 홍콩 주재 한국총영사관을 찾아 망명 신청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 천재 소년의 탈북 이야기는 큰 화제가 됐다. L군은 수재 중 수재만 모이는 평양제1중학교를 다녔다. 아버지는 평성이과대학 수학과 교수로 있다가 이후 한국의 과학고 같은 평성제1중학교로 옮겼다. 탈북 계획을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L군은 한국에서 개명하고 국적을 취득하면서 서울과학고에 들어가 공부했으며 북한이탈주민 특별전형이 아닌 수시전형에서 일반 학생들과 함께 경쟁해 서울대 수학과에 입학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연속 4회 은메달을 수상한 것을 보면 금메달 운은 없는 것 같다.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국가에서 주는 지원금 이외에 수학 과외와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벌었다. 북한과 완전히 다른 환경에 적응해 가며 공부하다가 현재 휴학 중이다. 탈북민 미국 연수지원 사업을 통해 8월21일부터 석달 동안은 미국에 체류하면서 영어 실력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국, IMO 전원 금메달로 2회 우승

수학영재의 발굴 및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국제수학올림피아드는 1959년 루마니아에서 제1회 대회를 치르면서부터 시작됐다. 한국은 제41회 대회를 대전에서 개최한 바 있다. 세계적인 수학자 및 수학영재들의 국제친선과 수학교육의 정보교환, 문화교류 등을 목적으로 각국이 돌아가며 여름방학 기간에 약 10일 동안 열고 있다. 아직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20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총 6문제를 놓고 경쟁을 한다.

한국은 1988년 제29회 호주 시드니 대회부터 매년 출전하고 있으며 올해까지 22번 참가해서 두번 종합 1위를 했다. 2012년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에서 100개국 548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53회 대회에서는 한국 대표단 학생 전원이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2위 중국(금5, 동1)과 3위 미국(금5, 은1)을 제치고 역대 최초로 종합 1위에 올랐다. 2017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제58회 대회에서도 111개국 615명의 참가자 중 한국 학생 전원이 금메달을 수상하며 두번째 1위를 차지했다.

국가 발전을 선도하는 힘은 대개 소수의 엘리트에서 나온다. 대중은 그 영향력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타나는지 감시하며 동시에 건설적으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과거 세계에서 가장 앞서 갔던 유럽 국가들이나 현재 세계 헤게모니를 갖고 있는 미국에서도 엘리트의 힘이 국가 발전의 기초가 됐다.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산업과 기술에서 나오며 미래는 지식정보사회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이 얼마나 잘 진행되고 성공적인가가 국가의 성장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블록체인, 핀테크 등이 4차산업의 핵심이며 이 모든 기술이 수학에 기반을 둔다. 따라서 미래 산업의 유능한 인력 배출을 위해서는 수학 교육이 더욱 중요해졌으며, 국가 발전을 선도할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수학 엘리트의 육성도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0호(2019년 9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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