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의료자문' 늘어나는데… 뒷짐 진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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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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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악용 논란'이 일고 있는 보험사 의료자문제도를 두고 금융당국이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의료자문 객관화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연내 실행될지도 미지수다.


보험사들의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률이 해마다 증가하는 가운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자문 의료진의 실명을 공개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의료업계 반대가 커 실현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분쟁의 불씨, '의료자문' 건수 해마다 늘었다

보험사 의료자문제도란 보험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한 경우 보험사가 자문의사에게 의학적 소견을 받는 것을 말한다. 환자를 치료한 주치의의 판단은 보험금 지급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지만 보험사는 자문의 소견만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환자의 상태나 치료과정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제3자 의료인에게 보험금 지급에 관한 판단을 맡긴다는 점에서 늘 분쟁의 불씨가 됐다.

보험사의 의료자문건수는 해마다 증가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의료자문 의뢰 건수는 2014년 3만2868건, 2015년 4만9288건, 2016년 6만8499건, 2017년 7만7900건에서 지난해 8만7467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의료자문건수 중 무려 3만1381건(35.9%)은 자문 결과,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의료자문 3건 중 1건은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의료자문건수가 많은 것을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의료자문건수 대비 보험금 미지급 비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3건 중 1건이 미지급되는 것은 너무 높은 수치라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자문건수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보험사가 그만큼 이 제도를 보험금 미지급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매년 의료자문건수가 증가하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는 또 거론됐다.

올 4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 보험사와 의료계의 카르텔 현상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기준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이 한해 동안 의료자문을 의뢰한 병원은 특정 10개 병원에 집중돼 있었다"며 "의료자문이 가능한 병원 수 자체가 적다 하더라도 특정 의사에게 연간 수백에서 수천 건 의뢰한 사례도 있어 이는 카르텔이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생보사의 의료자문은 고려대 의과대학부속병원(안암), 인제대 상계 백병원, 서울의료원, 카톨릭대, 여의도 성모병원, 강동성심병원 등 특정 10개 병원의 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의사들에게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자문의들은 의료자문 건당 수십만원에서 많으면 수백만원을 지급받는다. 보험사들이 한해 의료자문비용으로 쓰는 비용은 160억~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고액의 자문료를 받는 자문의 입장에서는 굳이 보험사에 불리한 소견을 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유리한 소견을 받을 수 있는 자문의가 많은 병원을 선호하게 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의료진 실명제, 의료업계가 반대

의료자문 악용을 뿌리 뽑기 위해 '의료자문의 실명제 도입' 방안이 제기된다. 보험사 의료자문제도가 무분별하게 남용된 원인이 익명성에 있다고 판단, 실명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의료자문의 실명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전재수 의원은 "자문을 제공하는 의료진의 실명을 공개하면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이 커 법안 통과 가능성은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의료업계가 실명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주장한다. 자칫 보험사와 가입자 간 분쟁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보험사들도 특정 의료진에 수백, 수천건의 자문을 의뢰하는 상황에서 실명 공개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의료자문제도 객관화 매뉴얼을 마련할 수 있도록 보험업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에 금감원은 상반기 자율조정 매뉴얼을 발표하려 했으나 하반기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뉴얼 방안 마련 의견수렴 과정에서 환자에게 의료자문 병원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개하는 내용을 놓고 의료업계 등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는 후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의료자문에 대해 반드시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감독규정 개정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4일 국감에서 의료자문제를 두고 "환자 입장에서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새로운 대책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의료자문제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이 수년전인 데도 당국은 여전히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해결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김정훈 kjhnpce1@mt.co.kr  | twitter facebook

보고, 듣고, 묻고 기사로 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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