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8차사건도 내가 범인"…그럼 20년 옥살이 한 윤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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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춘재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춘재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가 모방범죄로 결론 난 8차 사건까지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춘재 진술이 사실이라면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이미 20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나온 윤모씨는 억울한 옥살이를 한 건데요. 실제 윤씨는 이춘재의 진술 이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습니다.

과연 이춘재와 윤모씨 중 누가 진짜 범인일까요?

◆8차 사건의 진범은 누구?

1988년 9월 발생한 8차 사건은 이듬해 범인 윤씨가 검거되면서 모방범죄로 결론났습니다. 당시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의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 분석을 시도했는데요.

경찰은 체모에 카드뮴 등 중금속이 다량 함유돼 있었고 혈액형이 B형이라는 결과를 토대로 중금속을 다루는 농기계 수리공이었던 윤씨를 체포했습니다. 당시 22세였던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9년 가석방됩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시인했던 윤씨는 재판 도중 말을 바꾼 뒤 줄곧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감생활 중이던 2003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살인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는데요.

이춘재가 8차 사건까지 자백하면서 윤씨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윤씨는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과연 윤씨는 20년 옥살이의 억울함을 풀 수 있을까요?

◆이춘재 자백 사실로 인정되면 윤씨 재심 가능

이춘재가 8차 사건의 진범인 경우 윤씨는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윤씨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아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이 가능한 사유를 설명하고 있는데요. 확정판결 이후에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거나 수사·재판 과정 중 사법기관의 위법행위가 밝혀진 경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춘재의 자백이 사실이라면 이 규정에 따라 재심이 인정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춘재의 자백을 100%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이춘재의 자백이 거짓일 수도 있는데요. 이춘재의 자백이 재심사유 중 하나인 ‘새로운 증거’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윤씨의 무죄를 인정할 만큼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져야 합니다.

이때 '명백한 증거'의 기준을 뭘까요? 판례는 유죄 확정판결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법원은 새로 발견된 증거뿐만 아니라 확정판결을 선고할 당시 법원이 인정한 증거들을 함께 고려해 증거의 명백성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춘재의 자백에 부합하는 기존 증거가 존재하거나 자백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DNA 증거 등이 새로 발견될 경우, 윤씨의 재심 청구는 충분히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6년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 범인 3명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는데요. 당시 법원은 진범 3명의 자백 내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참고인 진술 등을 근거로 재심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재심이유) 재심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

1. 원판결의 증거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 또는 변조인 것이 증명된 때
2. 원판결의 증거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3. 무고로 인하여 유죄의 선고를 받은 경우에 그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4. 원판결의 증거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하여 변경된 때
5.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6. 저작권, 특허권, 실용신안권, 의장권 또는 상표권을 침해한 죄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건에 관하여 그 권리에 대한 무효의 심결 또는 무효의 판결이 확정된 때
7.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 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단,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에 한한다.

◆재심서 무죄 확정시 형사보상… 국가배상은 미지수

재심사유가 인정되면 법원은 재심 개시를 결정해야 합니다. 재심이 확정되면 법원은 다시 1심부터 윤씨의 유·무죄를 따지게 되는데요.

만일 윤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 받을 경우 국가에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국가를 상대로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건데요. 무죄가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형사보상법)은 구금일수에 따라 구금연도의 최저임금법에서 따른 일급 최저임금의 최대 5배까지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법원은 △구금의 종류 및 기간 △구금기간 중 입은 재산상 손실 또는 정신적·신체적 고통 및 손상 △국가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 △무죄재판의 배경 △그 밖에 사정 등을 고려해 보상금액을 산정해야 합니다.

윤씨가 범인으로 검거되는 과정에서 경찰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윤씨 가족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경찰이 잠을 안 재우고 심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경찰 지시대로 피해자 집 담을 넘는 상황을 재연했다’며 윤씨는 범인이 아니라고 강조했는데요. 만일 경찰의 강압 수사가 인정되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배상책임이 법정에서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가배상법은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가 배상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이 때 공무원의 위법행위로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지 않는 한 불법행위와 손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합니다.

앞서 법원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삼례 3인조에게 형사보상금 총 11억 460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법원은 또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10년간 복역한 김모씨에게 8억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는데요. 이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은 아직 결론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이춘재 "8차사건도 내가 범인"…그럼 20년 옥살이 한 윤씨는?
 

법률N미디어 김효정 에디터
법률N미디어 김효정 에디터 wjsry21em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정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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