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 신약' 규제 강화,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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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정부 의지와 상반되는 제도를 추진해 제약사 간 마찰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행정예고한 ‘제네릭(복제약) 약가제도 개편안’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제도는 제네릭과 개량신약 난입을 막고 리베이트 등 과열경쟁을 근절할 수 있다. 제네릭과 개량신약간 제도를 통일하면 행정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반면 제약업계에서는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이 바이오혁신 전략, 제약산업육성종합계획 등 바이오헬스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정부 의지와 정반대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약사 대부분이 개량신약을 개발하거나 보유하고 있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아스트라제네카, 개량신약으로 ‘30위→10위’

개량신약은 기존에 허가받은 제품을 새로운 조성의 복합제나 새로운 투여경로 등으로 개발한 제네릭과 신약개발의 중간단계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하는 개량신약 기준은 ▲새로운 조성(복합제) ▲새로운 제형(서방정) ▲명백히 다른 효능효과 추가 ▲새로운 염 또는 이성체 ▲새로운 투여경로 등이다. 기존 약물보다 환자 치료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개선한 의약품이다.

개량신약은 개발과정에 있어 신약보다 성공확률이 높고 비용이 적을 뿐만 아니라 기간도 짧다. 국내 기준으로 신약개발 기간이 10~15년, 비용은 1000억원을 넘는다. 반면 개량신약은 5~7년, 10억~40억원을 투자하면 된다.

이상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PD는 “개량신약이 활성화되면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미약품은 고혈압치료제 개량신약 ‘아모잘탄’이 외국 수입제품을 대체하면서 건강보험 재정건전화에 기여한 금액만 16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일까. 개량신약은 신약개발 기술력과 자본력이 부족한 국내제약사들이 반드시 거쳐야하는 징검다리로 평가받는다. 글로벌시장을 선점한 다국적제약사와 경쟁하기 위해 몸집과 맷집을 키우는 일종의 ‘훈련소’인 셈이다.

다국적제약사도 앞서 개량신약 개발에 집중하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영국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위염치료제 개량신약 ‘넥시움’으로 글로벌 30위권에서 10위권으로 도약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10년간 허가한 신약 중 개량신약 비중이 70%에 달한다.

◆개량신약 역수출하는데… 정부 ‘규제 강화’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 정책보다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서자 개량신약 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시행 예정인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방안에 개량신약 약가를 제네릭과 동일하게 ‘발매 최대 3년 후에 조기 인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줬다 뺏기’식 정책에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국내의 경우 개량신약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개량신약 산정기준을 마련하고 2009년부터 지원정책을 펼쳐왔다. 2013년 개량신약의 약가를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중간 가격으로 책정하는 약가 우대기준을 신설하는 등 성장발판을 만든 결과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2012년 서울제약은 다국적제약사 화이자의 발기부전치료제 개량신약 ‘비아그라-엘’을, 2015년 한독약품은 당뇨병복합제 ‘테넬리아-엠’, 2017년 건일제약은 고지혈증치료제 ‘로수메가’를 역수출하며 성과를 보였다. 국내 제약사가 개량신약을 오리지널사에 역수출하고 그 성과로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며 선순환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국내제약사들은 개량신약 판매액의 8.3%인 1조6000억원을 R&D에 쏟고 있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개량신약 개발에는 제네릭보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해외에서도 창조적 모방(creative imitation)으로 인정하는 분야”라며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제품의 약가를 견제해 보험재정에 도움을 주고 글로벌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특색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개량 신약' 규제 강화, 약일까 독일까

◆개량신약 ‘창조적 모방’ 인정해야

전문가들은 일단 국내 제약사의 개량신약을 장려하고 이를 토대로 혁신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창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연구부원장은 “개량신약은 각 제약사에 핵심 캐시카우(주요 현금 창출원)로 작용하기 때문에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며 “개량신약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면 혁신신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량신약 R&D를 확대하고 조세 감면 혜택을 주는 등 정부 차원 장려책이 필수적인데 복지부의 정책이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국내 제약사의 개량신약 개발 건수는 주춤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09년 개량신약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개량신약 개발 건수가 2016년 최정점을 찍고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09년 4품목에서 2015년 18품목, 2016년 24품목으로 늘어난 반면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11품목, 6품목으로 줄었다. 원인으로 특허만료를 앞둔 오리지널 약물이 없다는 표면적 이유가 있지만 정부 규제가 강화돼 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개량신약의 약가산정 개정이 선행돼야 글로벌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게 제약업계의 입장이다. 당장 혁신신약이 아닌 개량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약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제약사가 개량신약으로 수익을 거두고 이를 R&D에 투입하는 상황이라 복지부 정책에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며 “시장 전반을 들여다본 이후 신중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6호(2019년 10월29일~11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아름
한아름 arha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주간지 머니S 산업2팀 기자.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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