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밀반입' CJ 오너2세, 판사가 "집행유예 의미 아냐"고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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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29)씨가 24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해외에서 변종대마를 흡연하고 밀반입한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석방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29)씨가 24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해외에서 변종대마를 흡연하고 밀반입한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석방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선호 피고인, 들어오세요”

24일 오후 2시 10분 인천지법 410호 법정. 경위가 문을 열고 피고인을 부르자 카키색 수의를 입은 이선호 씨가 법정으로 들어섰습니다. 재판정을 꽉 채운 50여명 방청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씨에게로 꽂혔습니다.

바닥에 시선을 둔 채로 걸어오던 이씨는 재판부를 향해 몸을 돌려 90도로 깎듯히 인사했습니다. 재판장 송현경 부장판사가 이씨에게 생년월일을 묻자 피고인석에 서 있던 이씨는 담담히 자신의 생년월일을 답했습니다.

송 부장판사는 이씨의 공소사실을 빠르게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씨는 재판부가 판결문을 읽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피고인석에 서 있었습니다. 송 부장판사가 특히 "마약은 사회 전반에 미치는 해악이 큰 중범죄"라고 지적하자 이씨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송 부장판사가 "단 이 형의 집행을 4년간 유예한다"고 밝혔는데도 이씨는 고개를 숙인 채 듣기만 했습니다. 송 부장판사가 "집행유예의 의미를 아느냐"고 묻자 그제서야 이씨는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들었습니다.

이씨는 순간 당황한 듯 대답을 못했습니다. 이에 송 부장판사는 "형의 집행을 4년간 유예할 테니 그 기간 동안 절대 재범을 저질러선 안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송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만일 또 범죄를 저지르면 실형을 받는 점을 명심하라"고 다시 강조했습니다. 이씨는 몸을 숙여 "알겠다"고 짧게 답한 뒤 아무 표정 없이 법정을 빠져 나갔습니다.

CJ그룹 오너2세 이선호씨의 마약 사건 재판은 그렇게 채 10분도 안돼 끝났습니다.

◆CJ 오너2세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전과 없는 점 참작

해외에서 수차례 변종 대마를 흡연하고, 국내로 대마를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CJ그룹 오너 2세 이선호 씨에게 인천지법 형사12부(송현경 부장판사)는 24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했고, 압수물에 대한 감정 결과 등 보강증거가 인정돼 전부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씨는 지난달 1일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마약을 숨겨 들여오다 적발됐습니다. 당시 이씨 가방에는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 20개와 대마 캔디 37개, 대마 젤리 130개 등이 들어있었는데요.

검찰 조사에서 이씨는 미국 LA에서 이들 제품을 구매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검찰은 또 올해 4월 초부터 8월 말까지 이씨가 LA 등에서 액상 대마 카트리지를 수차례 흡연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LA가 소재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이 액상 대마가 합법인 지역으로, 만 21세 이상 성인은 누구나 허가받은 소매점에서 대마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씨 뿐 아니라 또다른 대기업 오너 3세들도 미국에서 이 같은 액상 대마를 흡연하다가 걸리는 사례가 많았는데요. 현지에서는 합법이지만 국내 마약류관리법상 이 같은 액상 대마 투약과 반입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재판부는 “대마를 포함한 마약류는 환각 등 부작용을 일으켜 피고인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끼치는 해악이 매우 크다”면서 “특히 피고인의 마약류 수입 행위는 마약의 확산 또는 추가범죄의 가능성이 높아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인 중범죄”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이씨에게 또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마약이 공항에서 전량 압수돼 사용되거나 유통되지 않은 점, 이씨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형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유전병 고통에 마약 관심"… 재판부 "범행 동기 참작 안돼"

원래 검찰이 지난 7일 결심 공판에서 내린 구형은 징역 5년이었습니다. 검찰은 "이씨가 대마 매수와 수수 행위에 그치지 않고 국내로 대마를 밀수했다"며 "밀수한 대마의 양이 상당하고, 흡연 사실도 추가로 확인돼 사안이 중대하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는데요.

당초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던 이씨는 스스로 검찰을 찾아가 자신을 구속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씨는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책임진다는 뜻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이씨 측 변호인단은 “잘못이 드러난 이후 만삭 아내를 두고 혼자 검사를 찾아가 용서를 구하고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며 구속을 자청했다”며 "이런 행동은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뿐 아니라 앞으로도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변호인단은 또 “피고인이 미국 유학 중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발에 나사와 철심을 박는 대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유전병이 발현돼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씨가 이를 견디기 위해 먀약에 접근했다고도 설명했는데요.

이씨는 결심공판 최후변론에서 "잘못된 행동으로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가정에서는 책임감 있는 아들로, 자랑스러운 남편으로, 회사에서는 믿음직스러운 동료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려움을 이보다 더 건강하게 풀 수 있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찾고 실행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변호인이 주장한 범행 동기를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다시는 이런 범행을 하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켜 몸과 마음, 인생을 전부 망가뜨린 후 후회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CJ "업무 복귀 논의는 일러"… SPC는 마약혐의 부사장 영구 배제

한편 이씨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으로 그룹을 승계할 1순위 후보로 꼽히는데요. 지난 2013년 23살의 나이에 CJ제일제당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리와 과장을 거쳐 2017년 부장으로 승진하며 경영권 승계 수업을 받아왔습니다.

지난 5월에는 식품 전략기획1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보직 이동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는데요. 지난달 5일 긴급체포 후 구속되면서 업무에서 손을 뗐습니다.

하지만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이씨의 업무 복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데요. CJ 측은 “앞으로의 행보를 논의하기는 이르다”면서 이씨의 복귀에 대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SPC그룹 차남 허희수 전 부사장이 마약 밀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을 당시 SPC그룹은 허 전 부사장을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사임시킨 바 있습니다. SPC그룹은 “향후 경영에서 영구 배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허 전 부사장은 지난해 1심에서 이선호씨와 똑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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