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시스 DB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대폭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까지 결정했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반면 아파트 전세가는 매매가처럼 상승하지 않고 있어 전세가율이 하락하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는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갭투자는 전세보증금을 지렛대 삼아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인데 최근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르고 정부의 보유세, 종부세 강화와 대출규제로 갭투자에 나서기가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30일 부동산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만랩에 따르면 KB부동산의 주택가격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1월에만해도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9.8% 수준이었지만 9월에는 1.8%포인트 낮아진 58.0%를 기록했다.

전세가율 하락세는 강남보다 강북이 더 큰 것으로 집계됐다. 올 1월 강북의 전세가율은 63.0% 수준이었지만 9월에는 61.1%로 나타나 9개월 만에 1.9%P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강남은 57.1%에서 55.4%로 1.7%P 하락했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하락폭이 가장 높은 곳은 입주물량이 많은 강동구로 나타났다. 올 1월 강동구의 전세가율은 61.1% 수준이었지만 9월에는 57.8%까지 내려갔다. 이어 중랑구가 1월 71.1%에서 9월 67.9%로 3.19%P 하락했고 서대문구도 65.7%에서 63.0%로 떨어졌다.

전세가율이 하락했다고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전세가율은 분모인 매매가격과 분자인 전세가격 간의 상대적 비율로 이번 전세가율이 하락한 것은 전세가격보다 매매가가 더 많이 상승했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

아파트 매매가격이 보합상태에서 전셋값이 하락해 전세가율이 하락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의 하락은 매매가 상승폭보다 전셋값 상승폭이 낮아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롯데캐슬퍼스트’ 전용면적 84.98㎡의 경우 올 1월 9억1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지만 9월에는 10억원에 실거래돼 9개월 만에 9000만원이나 뛰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같은 규모의 전셋값은 올 1월 5억2000만원 수준이었지만 9월에는 5억4750만원에 전세 거래가 진행돼 매매가 상승폭을 전세 가격이 못 따라잡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 전세가율이 70% 수준이었던 2016~2017년에는 전세세입자들이 아파트 매입에 나서면서 갭투자도 호황을 누렸지만 현재는 전세가율도 낮아졌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 여파로 갭투자가 어려워진 상황.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서울의 전세가율 하락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셋값이 오르지 못한 것은 전세가의 안정세로도 볼 수 있다”며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먼저 실수요층으로 접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될지 전세가가 바닥을 다지며 가격 하한선이 높아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강동구의 경우 아파트 입주물량이 몰려있는 만큼 당분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