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간) 칠레 중남부에 위치한 콘셉시온시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칠레에서 벌어지는 반정부 시위가 26일째 이어지면서 사회는 물론 경제까지 큰 타격을 주고 있다.

13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칠레에서 경제 불평등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촉발시킨 반정부 시위는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26일째를 기록했다.

이날 수도인 산티아고 시내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행렬을 지어 평화행진을 지속했다. 이들은 시내 중심부 대광장인 플라자 이탈리아에 집결해 칠레 국기를 흔들고 원주민 단체의 호각과 음악 연주에 맞춰 집회를 열였다.

몇 구역 떨어진 곳에서는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시위대 일부가 경찰과 충돌했으며, 진압경찰은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서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퍼부었다.

매체는 시위와 함께 이어지고 있는 전국적인 파업으로 칠레 제2도시인 발파라이소의 항구가 마비되었으며 도로, 공공장소, 관공서가 모두 끊겼다고 전했다. 북부 안토파가스타 시내에서는 바리케이트가 너무 많아서 시내 교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복면을 한 시위대는 일부 상점에 돌을 던지고 약탈에 가담하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자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지난 7일 시민 안보를 강화하고 시위 중 폭력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법안을 의회에 보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복면을 쓴 이들은 가중처벌 대상자가 되며 약탈과 공공기물 파손에 대한 처벌 수위도 대폭 올라간다. 산티아고 시내의 정찰 무인기(드론)도 현재의 17대에서 두 배로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12일 산티아고에서 시위에 나선 한 시민은 매체에게 이번 파업이 "역대급"이며 "칠레 역사상 전무후무한 신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헌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쪽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칠레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시위 동안 군과 경찰로부터 살해됐거나 고문 또는 성폭력을 당했다며 제기된 소송이 181건에 달한다. 또 칠레는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지만 소득 상위 1%가 전체 국가 부의 33%를 차지할 정도로 소득 양극화가 심해 사회적 불만이 쌓여왔다.

시위대는 교육, 건강보험, 연금제도 등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며 평화시위를 벌였지만 일부 과격한 시위대와 경찰의 과잉 진압이 계속되면서 지금까지 20명이 목숨을 잃었고 2000명 이상이 다쳤다고 국가인권위원회는 밝히고 있다.

한편 시위 장기화로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국립 상업관광청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10만명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12일 페소화 가치는 계속 하락해서 미화 1달러 당 800페소에 이르렀다. 12일 장 마감시 781페소였는데, 시위사태 이전에는 700~720페소였다.

이그나시오 브리오네스 재무장관은 12일 이에 대해 "페소화 추락은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사회적 불안정의 징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