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퀵서비스 뛰어든 '두 명함의 사나이'

People / 장승래 디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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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래 디버 대표. /사진=박흥순 기자
“명함을 두개 갖고 다닙니다. 하나는 현재 소속된 LG유플러스 명함이고 다른 하나는 디버 명함이에요. 요즘에는 디버 명함만 사용합니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고요.”

선한 인상의 장승래 디버 대표는 현재 LG유플러스에서 네트워크 설계담당자로 근무 중이다. 그는 지난해 열린 1기 LG유플러스 사내벤처 공모전에서 디버가 선정되면서 LG유플러스의 직원이자 디버의 대표가 됐다. 남들은 하나도 하기 힘들다는 직업을 두개나 갖게된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회사원은 제 길이 아니더라고요”

지난 9월 대중에 첫선을 보인 디버는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Crowd와 Outsourcing의 합성어)을 활용한 퀵서비스 플랫폼이다. 현재 서울과 경기 일부지역에서 약 3500명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시범운영 중이다. ‘누구나 배송기사가 될 수 있다’는 모토에서 출발했으며 올해 안에 독자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1월1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디버를 이끄는 장 대표는 10여년 전 사내 최초로 남성육아휴직을 사용한 인물이다. 그는 휴직기간 당시 짧게 경험한 사업을 바탕으로 자신의 길이 다른 곳에 있음을 직감했다.

장 대표는 “10년 전 계획에 없던 셋째 아이가 덜컥 생기는 바람에 육아휴직을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집에서 쉬는 동안 조금이라도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콘텐츠사업을 시작한 적이 있어요. 그때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리면서 막연하게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사업과 디버와의 연관성을 묻자 전혀 다른 사업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장 대표 스스로도 콘텐츠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성공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은 플랫폼사업이 더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 콘텐츠기업은 하나의 아이템이 크게 성공하더라도 꾸준히 다른 아이템을 개발하고 선보여야 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반면 플랫폼기업은 하나의 잘 짜여진 플랫폼만 있으면 적은 자본으로도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궁금한 점이 생겼다. 수없이 많은 서비스 가운데 왜 기존 업체가 수십년간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퀵서비스를 선택했을까. 장 대표는 다소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그는 “사실 저희가 하려던 사업은 퀵서비스가 아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이도저도 아닌 아이템이었습니다. 그걸 들고 사내벤처 공모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한심사위원께서 ‘그래서 지금 하려는게 택배야, 퀵서비스야’라고 질문하셨어요. 정곡을 찔린 셈이죠.”라고 말했다.

◆목소리 들으려 직접 퀵배달도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은 직접 배송기사로 활동하는 것이었다. 현장에서 네트워크를 설계하던 그의 성격이 그대로 나온 셈이다. 그는 쏘카 핸들러(탁송)부터 퀵서비스, 쿠팡플렉스, 우버이츠 등 배송이란 배송은 거의 다 경험했다. 그 결과 퀵서비스시장만 유독 플랫폼시장에서 별개로 분류된다고 판단, 디버를 구상했다.

장 대표는 “현장에서 체험해본 결과 퀵서비스에 대한 불만요소가 상당했습니다. 배송완료 시간까지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오토바이 배송이 가능한 경우에도 소형화물차를 투입해 적지 않은 요금 낭비가 많았습니다. 거래내역도 옛날 그대로 종이 장부로 처리하다보니 제대로 된 기록을 살피는 것은 불가능했죠”라고 말했다.

인터뷰 하는 장승래 대표. /사진=박흥순 기자

그는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느낀 점을 토대로 디버의 시스템을 설계했다. 장 대표를 포함한 디버 직원 6명은 수십년간 아날로그 상태로 머무르던 퀵서비스에 GPS 기능을 도입해 실시간 배송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퀵 비딩 단계에서 먼저 찍으면 주문을 수주하는 선착순 개념을 없애고 근거리와 평점을 우선으로 주문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가장 중요한 수익구조도 손봤다. 현재 퀵서비스업계의 평균수수료는 23%인데 반해 디버는 10%로 책정했다. 장 대표는 “현장에서 수수료만 조금 낮아져도 살만할 것이라는 의견을 반영했어요.”라며 “수수료는 물론 운송수단 유지비용에 교통법규 위반범칙금, 보험료까지 모두 퀵서비스 기사님이 부담하는 현재 시스템에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근로자가 돈을 많이 버는 회사를 추구한다. 다같이 잘 살았으면 해요.”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이미지 벗고 스스로 성장할 것

올해 말 법인이 설립되면 장 대표는 LG유플러스와 인연을 끊고 오롯이 디버에만 매진하게 된다. 그는 오랜기간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는 것은 아쉽지만 디버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장 대표는 “어디가서 LG유플러스의 사내벤처라고 밝히고 싶지 않아요. 우리만의 경쟁모델로 승부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라고 말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직접 현장을 뛰는 근로자들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퀵서비스 근로자들을 위한 보험부문에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장 대표는 “퀵서비스 플랫폼을 시작하면서 보험약관을 살폈습니다. 하지만 보험가입금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보험사 측은 사례가 없어 보험요율을 높일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 정부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좋겠어요. 저희는 현재 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중이고요. 머지 않아 좋은 소식이 들릴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디버의 내년 목표는 가입자 1만명, 매출 8억원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그렇다고 큰 금액도 아니다. 영업이익은 겨우 적자를 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 대표는 “현재 디버는 많이 알려진 기업이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 시외버스 터미널 수준의 퀵서비스 시스템을 국제공항 수준으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자신도 있고요. 여러 의견과 조언을 귀담아들으며 성장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0호(2019년 11월26일~12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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