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DLF 대책 뒤에 숨은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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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한 마리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말이 있다. 흠을 고치려다 수단이 너무 지나쳐 되레 일을 그르친다는 의미다.

최근 파생결합펀드(DLF) 대책을 발표한 금융위원회를 두고 ‘교각살우’의 우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대책에서 은행의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를 금지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먼저 DLF 사태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은행만 잡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금융위는 은행이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고난도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막고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이는 대책을 마련했다. 금융사 스스로 규율할 수 있는 제도 대신 단기간 처방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사모펀드 잡으려다가 자산관리분야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의 신탁상품 판매가 줄어들면 고객에게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제안할 수 없어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주가연계증권신탁(ELT), 파생결합증권신탁(DLT) 등 신탁상품 판매 규모는 지난해 43조원에 달한다. 현재 연 1~2%대인 정기예금에 비해 신탁상품은 최소 연 3~4%의 수익률을 올려 투자자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투자자가 무릎을 탁 치고 이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평생 피땀 흘려 모은 돈을 잃었거나 혹은 잃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투자자의 고통에 가슴이 아팠다”며 고개를 숙였고 “은행은 바다로 가기 전에 실내수영부터 하라”고 질책했다.

금융당국이 DLF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다 보니 은행은 직원의 성과평가제도(KPI)에서 펀드‧신탁 등의 판매실적 항목을 폐지하거나 평가지표를 줄이는 대응에 그쳤다. 투자자들은 파생상품 투자 시 얼마나 보상 받을 수 있는지 가이드라인이 없어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평가다.

정치권도 금융위의 DLF대책이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시중 자금을 건전한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중요한 정책적 목표”라며 “섣부른 DLF대책으로 건전한 자본시장 활성화를 해쳐선 안된다”고 말했다.

평소 은 위원장은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게 소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단기 대책으로 사태를 봉합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금융위의 설립 목적부터 돌아보자. 국내 금융시장의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관행을 확립하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균형 있는 금융정책이 요구된다. 당장 사태를 잠재울 수 있는 규제보다 많은 투자자가 맘 놓고 투자할 수 있는 장기적인 투자 가이드라인도 마련해야 한다.

시장의 목소리도 들어보자. 2015년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는 기초자산 종목에 대한 주가조작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투자자의 신뢰를 잃고 사라졌다가 최근 지수연계 ELS로 등장했다. 숙려기간이 지나면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투자자 사이에 보이지 않은 룰이 생긴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서둘러 해결하려는 조급함도 버려야 한다. 너무 서두르면 일을 그르칠지 모르니 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0호(2019년 11월26일~12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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