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노처녀 직원을 조심하라뇨?"

People / 박점규 직장갑질119 스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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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민간 연구원에서 일하는 젊은 남자입니다. 대표는 하루도 안빼놓고 저를 집무실로 불러서 “노처녀 직원을 조심해라”, “여직원들과 무슨 얘기를 했느냐”, “친하게 지내지 마라”는 등의 업무와 상관없는 말로 스트레스를 줍니다.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고 월급이 아깝다는 모욕도 서슴지 않습니다.

# 2. 저는 해외 대사관에서 관저 요리사로 일합니다. 공관병 갑질 사건이 알려진 후 정부는 관저 요리사의 업무 중 공관장의 식사 준비를 삭제하고 ‘공관 행사의 기획 및 시행 업무’로 변경했습니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대사 부인은 비용을 줄 테니 점심과 저녁식사를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계약 파기가 걱정돼 할 수 없이 응했더니 이후 사적인 업무 지시가 내려왔고 저를 “셰프” 대신 “당신”이나 “자기”라고 불렀습니다. 제가 문제제기를 하자 대사 부인은 “어디다 대고 말대꾸예요. 내가 결정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제공=직장갑질119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직장갑질119’를 검색해 들어가면 1460명의 스태프과 익명의 제보자가 하루 종일 수백건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하루 동안 올라오는 제보 채팅은 평균 80~100건이다.

2017년 11월1일 출범한 직장갑질119는 150명의 노동 전문가와 노무사, 변호사가 활동하는 단체다. 220명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5명의 상근 스태프와 무료봉사하는 노무사, 변호사 등이 매일 피해 상담에 답변하고 고용노동부 진정이나 소송을 돕는다.

올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시행 후 한달 동안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갑질 제보는 오픈채팅과 메일 등을 합해 총 1844건이다. 법 시행 전과 비교해 약 57% 증가했다. 직장갑질119가 선정한 상사의 막말 40선을 보면 “개돼지 같은 X”, “너는 뇌가 썩었다”, “정신지체냐” 등의 상식을 넘는 말과 “너한테 뭘 바라냐” 등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갑질인지 인식조차 힘든 말도 많다.

최근 자유한국당 영입 논란으로 박찬주 전 육군 사령관의 2년 전 공관병 갑질 사건이 재조명되며 직장갑질119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에 있는 직장갑질119 사무실을 찾아 박점규 스태프를 만났다. 여기서는 모든 직원이나 노무사, 변호사를 ‘스태프’로 호칭한다. 박 스태프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직장 내 갑질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 일상화된 군대식 상명하복이 비뚤어진 채로 계승된 잘못된 문화”라고 비판했다.
박점규 스태프. / 사진=김노향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다보니 자기가 당한 일이 갑질인지 아닌지 판단이 어렵습니다. 직장갑질119는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박 스태프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 등에서 13년간 활동했다. 직장갑질119의 출범은 노조 설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중소기업 노조 결성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직장 갑질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지방, 소기업, 지역금고, 어린이집, 유치원 등이다.

박 스태프는 “부당함을 알고도 해결하기 힘든 근본적 원인의 하나가 노조의 부재”라며 “300인 이상 기업 57%, 100인 미만 2.7%, 30인 미만 0.2%만이 노조가 있기 때문에 직장 갑질 문제의 90%는 피해를 외부로 알릴 수 없는데 대부분 지방이나 작은 기업의 청년, 여성이 피해자”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가 대외적으로 직장 내 갑질을 가장 크게 알린 것은 2017년 ‘성심병원 간호사 걸그룹댄스’ 사건이다. 당시 일송재단 산하 한림대성심병원의 간호사들은 ‘일송 가족의 날’ 체육대회에서 선정적 의상을 입고 단체로 춤을 출 것을 강요받은 것이 폭로돼 사회에 충격을 줬다.

직장갑질119는 한국사회 3대 갑질러로 조현민, 양진호, 박찬주를 꼽는다. 오랜 시간 내재돼 있던 문제들이 촛불탄핵 사건을 계기로 폭발했다.

“5060세대는 군사독재 시절 학교와 군대를 다니고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사회 전체가 병영화돼 폭력에 대한 어떤 제재도 이뤄지지 않았죠. 조인트를 까여도 아무 말 못하던 사람들이 상사가 돼 받은 대로 했는데 자유분방하고 민주적인 환경에서 공부한 2030세대와 사회를 통해 만났어요. 교사에게 맞으면 신고하던 세대죠. 알고 보면 양쪽 다 피해자예요.”

박 스태프는 최근 겪은 안타까운 사건을 소개했다. 모 기업이 신입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5주 동안 집단합숙 및 교육을 진행했는데 오전 6시 강제 기상과 팔꿈치로 찍는 폭행, 단체 얼차려 등을 강행하고 결국은 최종합격에서 배제한 것이다.

직장갑질119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시도는 다각도로 이뤄진다. 경찰 신고와 언론 제보, 근로감독 청원, 소송 지원 등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길고 힘든 싸움의 시작이다. 박 스태프는 “정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근로감독 청원서를 찾는 데 15분이 걸렸다”며 “부당노동을 신고하기 전 마지막으로 찾는 게 노동부인데 이렇게 만들어놓은 것이 황당하고 화가 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사회 변화의 중심에 선 직장 갑질 문제에 대해 “30년 군사독재 정권이 남긴 집단주의 문화가 새로운 법과 세대를 만나 해체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직장문화를 평화적, 수평적으로 바꾸기 위해선 사용자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직장 상사가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남의 집 귀한 자식을 괴롭히는 일은 이제 사라질 때가 됐습니다. 정부는 혁신을 위해 가해자를 관용 없이 엄벌해야 합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1호(2019년 12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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