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오아시스 찾는' 중고 자동차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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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불황일수록 중고거래가 늘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의 중고거래는 갈수록 진화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낸다. 중고거래의 '경제학'이다. 오프라인에서 만나 물건을 주고받던 전통적인 플리마켓이 온라인 직거래로 나아가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는 더욱 편리해졌다. <머니S>는 다양한 종류의 중고거래를 체험해보고 경제적 가치를 분석해봤다. <편집자 주>

[진화하는 중고거래-④] 겉모습 커진 중고차시장, 속은 불안


#인천 송도에 사는 직장인 조모씨(30·여)는 고민에 빠졌다. 2년간 몰았던 소형SUV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다. 여유자금이 많지 않아 신차 대신 중고차로 시선을 돌렸지만 정확한 시세도 모르고 허위매물에 대한 걱정도 앞서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 조씨는 “유튜브에서 허위매물 사기를 조심하라는 영상을 많이 봐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회사원 강모씨(29·남)는 중고차 딜러 A씨로부터 2016년식 미니쿠퍼 3도어 모델을 소개받았다. 김씨는 직접 확인해 보니 외관이 깔끔했고 내부도 오염 정도가 심하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정작 시승을 요구하니 딜러는 다소 망설였다. 몇차례 요구 끝에 도로주행을 마친 김씨는 실망스러웠다. 그는 “겉모습이 멀쩡하고 딜러가 보여준 차량 성능점검표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막상 주행해 보니 가속 시 이질감이 있고 브레이크 조작감도 너무 경직됐고 브레이크 밟을 때 들어오는 보조등도 갑자기 점등이 안됐다”고 했다. 김씨는 해당 중고차량을 구매하지 않았다.


장안평 자동차매매시장. /사진=이지완 기자

겉모습 커진 중고차시장, 속은 불안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중고자동차 거래는 연간 약 230만대로, 27조원에 이른다. 신차 판매시장과 비교하면 1.65배 이상 시장 규모가 큰 셈이다. 국내 중고차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다. 

KAMA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3년 중고차 판매대수는 신차 수요의 절반인 71만8000대였으나 5년 뒤인 1998년에는 119만7000대로 늘었다. 이 기간 처음으로 중고차 판매대수가 신차 판매대수를 추월했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기업들도 중고차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폭스바겐, 재규어, 랜드로버 등 수입차 21개 브랜드와 AJ셀카, K카 등이 인증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현대 시승차 등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 완성차 브랜드가 직접 판매하진 않는다.

중고차거래 채널은 크게 두가지(오프라인과 온라인)로 구분된다. 오프라인의 경우 대규모로 형성된 매매단지가 있다. 서울엔 장안평과 강남에 대규모 중고차 거래단지가 있다. 온라인은 단순히 소비자와 업체를 연결해주는 플랫폼과 직접 차를 관리하는 직영이 있다.

중고차거래 시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가격이다. 비슷한 연식과 주행거리를 가진 차량이지만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모두 제각각이다. 일부 업체는 가격정찰제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이를 시행하지 않는 곳이 대다수다.

인터넷 검색에서도 가격이 천차만별임을 알 수 있다. A사의 온라인 매매 사이트에는 2017년식 그랜저IG 2.4 익스클루시브, 주행거리 1만㎞ 미만 차량의 판매가격이 2700만원으로 게재돼 있다. 같은 조건의 모델이 B사에서는 약 2900만원이다. 모두 무사고에 보험이력이 없고 성능에도 문제가 없다는 성능점검 기록부를 제시하고 있지만 가격은 다르다.


장안평 자동차매매시장. /사진=이지완 기자

신차와 달리 중고차는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사전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중고차시장에 갔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때문에 선뜻 실천에 옮기기조차 쉽지 않다.

무엇보다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적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남·여 1000명을 대상으로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인식을 조사한 결과 76.4%가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지적했다. 차량상태에 대한 불신이 49.4%를 차지했고 ▲허위·미끼 매물 다수 25.3% ▲낮은 가성비 11.1% ▲판매자 불신 7.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자동차 진단평가서에 가격까지 산정돼 나오지만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며 “일선에선 여전히 주먹구구로 진행하고 있지만 최근 업체와 판매자들의 자정노력 등으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입이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중고차매매시장 직접 가보니

서울의 대표 중고차매매단지 중 한곳인 장안평. 평일 오전부터 자동차매매시장 주변에 소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서성였다. ‘안내’라는 글귀의 노란색 조끼를 입은 사람과 두꺼운 패딩을 껴입고 한 손에 손가방(일명 일수가방)을 들고 있는 이들도 중고차매매시장 정문 앞에 몰려 있었다.

정문으로 들어서자 곧장 누군가 따라오기 시작했다. “중고차 보러 왔어요?” 중고차 딜러로 보이는 그는 어느새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렇다고 답하자 그는 “이리와서 차좀 보여드려”라고 손짓하며 다급히 누군가를 불렀다.

순식간에 전담 마크맨이 변경됐다. 새로운 딜러에게 그랜저IG 모델을 보러왔다고 하자 책자를 뒤적거리더니 금세 차량으로 안내했다. 윈드실드(차량 앞유리)에는 차량의 연식, 모델명, 주행거리 등이 표기된 A4 용지보다 조금 더 큰 종이 한장이 달랑 있을뿐 별다른 설명도 없었다.

“차를 둘러보라”는 딜러의 말에 2열에 앉아 이것저것 살피자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불과 몇분 전까지 친절하게 차를 안내하던 딜러는 갑자기 “나 안해, 왜 데려왔어”라며 버럭 화를 내고 사라졌다.

그렇다고 끝난 것은 아니었다. 차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또 다른 중고차업체 직원은 “차가 마음에 안 드나보네요. 그랜저 찾아요?”라고 물었다. 불과 10여분만에 세번째 딜러가 차를 팔기 위해 접근해 왔다. 계속되는 호객행위에 부담스러웠다. 매매시장 진입로에는 호객행위 근절을 위한 신고전화번호가 크게 걸려 있지만 딜러들은 신경도 안쓰는 모양새였다.

가격 역시 제각각이다. 몇곳을 둘러본 결과 2.4 그랜저IG 2017년식 모델의 중고판매가격은 3100만원 이상으로 형성돼 있다. 물론 정확한 시세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딜러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시동을 걸고 차량을 조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겉모습과 성능 확인서 한장으로 수천만원이나 하는 차를 살지 말지 결정해야 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1호(2019년 12월3일~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지완 lee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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